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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 합주 위해 두 달 연습" 인디밴드와 장애인오케스트라의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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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빈밴드, 2집 음반서 경기리베라오케스트라와 협연
휴식기 앞둔 청춘밴드, 또래 음악인에게 새로운 기회를
음악적 도전에 나선 장애 예술인들, 피나는 노력으로 극복
'커튼콜' 연주 참여자들 음악인생의 전환점으로 자리매김

경기리베라오케스트라 단원 28명이 지난달 유다빈밴드의 신곡 '커튼콜'을 녹음하기 위해 스튜디오에서 연주하는 모습 . 경기아트센터 제공경기리베라오케스트라 단원 28명이 지난달 유다빈밴드의 신곡 '커튼콜'을 녹음하기 위해 스튜디오에서 연주하는 모습 . 경기아트센터 제공
"연주는 전반적으로 평이했지만 절정으로 치닫는 3초 구간 너무 어려웠어요. 편곡자에게 곡 수정 제안을 고민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단원들이 꾸준한 연습으로 극복해냈습니다."
 
경기 리베라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 지도를 맡고 있는 최종완(35)씨가 지난 넉달 동안 단원들이 '유다빈밴드'의 새 음반 수록곡 녹음과 쇼케이스 무대 준비를 회상하며 한 말이다.
 
경기리베라오케스트라는 지난 15일 발매된 유다빈밴드의 정규 2집 음반 '코다(CODA)'의 수록곡 '커튼콜'의 현악 연주자로 녹음에 참여했다. 또 같은 날 서울 등촌동 스카이아트홀에서 열린 유다빈밴드의 음반 발매 기념 쇼케이스 무대의 세션으로도 참여했다.
 
인기 인디밴드와 장애인 오케스트라의 음악적 만남이 대중음악계에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낳고 있다.
 

휴식기 앞둔 청춘밴드, 또래 음악인에게 새로운 기회를


경기리베라오케스트라는 경기아트센터가 지난해 말 창단한 전국 첫 인재 양성형 장애인 클래식 음악 연주집단이다. 장애 예술인들이 전문 음악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결성됐다. 단원 모두 20~30대 청년으로 구성된 신예 연주집단이기도 하다.
 
유다빈밴드는 1998년생 실용음악학과 출신들이 뭉친 5인조 혼성밴드다. 2020년 데뷔한 이래 여러 가요제에서 탄탄한 연주력을 바탕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이름을 알렸고, 지난해에는 25개의 대학축제 무대에 올랐을 만큼 인기를 끌었다.
 
이들의 만남은 유다빈밴드가 지난 4월 경기리베라오케스트라에 협연을 요청하면서 성사됐다. 보컬리스트인 유다빈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이 내년 군입대를 앞둬 휴식기를 갖게 될 유다빈밴드에게 이번 신보는 그동안의 음악적 성과를 확인하고 30대로 접어들 그들의 새로운 시작을 가늠하는 '음악적 경유지' 성격을 갖고 있다.
 
음반명을 '악보상 중간 부분을 건너뛴다'는 의미인 '코다'로 정한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공백기와 함께 쉬면서도 다시 돌아와 노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수록곡 '커튼콜'은 그런 그들의 20대 시절 음악의 대미를 장식하는 곡이다. 커튼콜은 공연이 끝난 뒤 무대 뒤로 퇴장한 출연자를 다시 무대로 불러내는 것을 의미한다. "막이 내려도, 이 삶 속에서 이렇게 영원히"라는 노랫말은 희망찬 내일을 응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유다빈밴드는 그런 음악적 행보의 동행자로 장애예술인 오케스트라인 경기리베라오케스트라를 선택했다. 선배 전문 음악인이 또래의 신예 음악인에게 기회를 준 셈이다. 음악적 영역을 확장하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한 유다빈밴드의 요청은 경기리베라오케스트라의 첫 대중음악 음반 크레딧(특정 활동이나 기여에 대한 인정, 또는 공식적인 명단 표기)으로 기록되게 됐다. 쇼케이스 협연 역시 첫 대중음악인과의 무대였다.

지난 15일 서울 등촌동 스카이아트홀에서 열린 유다빈밴드의 음반 발매 기념 쇼케이스 무대에서 바이올리니스트 김건우(왼쪽 두 번째)씨를 비롯한 단원들이 연주하는 모습. 경기아트센터 제공지난 15일 서울 등촌동 스카이아트홀에서 열린 유다빈밴드의 음반 발매 기념 쇼케이스 무대에서 바이올리니스트 김건우(왼쪽 두 번째)씨를 비롯한 단원들이 연주하는 모습. 경기아트센터 제공
 

음악적 도전에 나선 장애 예술인들, 피나는 노력으로 극복


하지만 이들의 도전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밴드음악과 클래식음악의 앙상블(Ensemble·조화 또는 화합)을 구현하기 위한 피나는 노력이 필요했다.
 
앙상블은 밴드, 오케스트라 등의 합주의 정수다. 천차만별인 각 구성원들의 연주 실력을 균등하게 맞춰 음악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모든 밴드들의 공통된 숙제다. 세계 정상급 밴드들의 불화도 구성원 간 연주력 차이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드럼과 베이스를 중심으로 연주 합을 맞추는 밴드와 지휘봉을 통해 합을 맞추는 오케스트라는 작동 방식부터 다르다. 유수의 밴드들이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더욱이 4분30초 분량의 곡 '커튼콜'에는 3분 17~20초 구간에 엄청난 난이도의 바이올린 합주가 숨어 있다. 4분의 4 박자의 이 곡에서 유일하게 셋잇단음표(한 박을 3분의 1로 나눠 세 개의 음표로 연주하는 박사)가 난무하는 구간이다.
 
더구나 해당 구간은 4분의 4박자의 기본 강약인 '강-약-중강-약'이 아닌 '약-중강-약-강'의 힘 조절로 연주를 해야 한다. 행진에 비유하면 두 걸음씩 일정하게 걷는 상황에서 특정 순간에만 빠르게 세 걸음씩 뒷걸음질을 쳐야 하는 것이다. 이것을 18명의 바이올린 연주자들이 한 몸처럼 똑같이 움직여야 했다.
 
녹음에 참여한 경기리베라오케스트라 28명의 단원들은 이 도전을 성공하기 위해 두 달여 동안 연습에 매달렸다. 극악의 난이도를 보인 3초를 맞추기 위한 시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음반 녹음과 쇼케이스 무대에 참여한 바이올리니스트 김건우(27)씨는 "97번째 마디와 98번째 마디 부분이 너무 어려웠다"면서 "연주자들이 합을 맞추기 위해 처음엔 연주 속도를 0.5배속을 연습했다가 점차 빠르게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극복했다"고 말했다. 비올리니스트 이지웅(26)씨 역시 "하루에 대여섯 시간씩 연습했다"고 털어놨다.
 
지난 15일 서울 등촌동 스카이아트홀에서 열린 유다빈밴드의 2집 음반 발매 기념 쇼케이스 무대에서 비올리니스트 이지웅(왼쪽 네 번째)씨를 비롯한 단원들이 연주에 집중하는 모습. 경기아트센터 제공지난 15일 서울 등촌동 스카이아트홀에서 열린 유다빈밴드의 2집 음반 발매 기념 쇼케이스 무대에서 비올리니스트 이지웅(왼쪽 네 번째)씨를 비롯한 단원들이 연주에 집중하는 모습. 경기아트센터 제공

'커튼콜' 연주 참여자들 음악인생의 전환점으로 자리매김


연주시간 4분 30초 분량의 '커튼콜' 협연은 경기리베라오케스트라에게 새로운 기회와 함께 좋은 추억도 남겼다. 이들의 음악인생에도 중요한 전환점이 된 듯하다.
 
김씨는 유다빈밴드의 팬이다. 그들의 곡 '좋지 아니한가'를 즐겨들었고 이번 협연을 통해 '커튼콜'이 플레이리스트에 포함됐다고 말했다. 가수 비비와 김세정의 팬이라고 밝힌 이씨는 좋아하는 노래로 '커튼콜'을 꼽았다. 얼마나 좋아하냐고 재차 묻자 "아이유의 '좋은 날' 만큼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바이올린 강사 최종완씨는 이번 녹음과 협연을 통해 경기리베라오케스트라가 한 단계 발전할 기회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오케스트라 창단 때부터 자원해서 단원들의 바이올린 지도를 이어오고 있다. 국내 한 방송국이 운영하는 교향악단의 수석단원이기도 한 그는 "단원들이 열심히 노력해 전문 연주자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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