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민당국이 공개한 현대차-LG엔솔 이민단속 사진. 미국 이민세관단속국 홈페이지 캡처여권 파워가 세계 1위네 2위네 하는 대한민국이 졸지에 불법이민자의 나라가 됐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배터리 합작 공장 건설 현장을 최근 미 국토안보수사국 등 이민당국이 급습해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을 '불법 체류' 혐의로 무더기 체포한 것이다.
체포된 한국인들은 수갑은 물론 쇠사슬로 연결된 족쇄까지 차고 구금시설로 호송됐다.
국토안보수사국은 급습 작적 이후 "기관 역사상 단일 사업장에서 거둔 최대 검거 실적"이라고 자화자찬했다.
흔히 불법 체류라고 하면 밀입국하거나 합법 입국했더라도 비자 기간이 만료된 뒤 눌러 앉는 경우를 많이 떠올린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밀입국 문제도, 비자 기간 만료 문제도 아니다.
단지 활동 목적에 맞지 않는 비자를 갖고 있엇기 때문이다.
한국인 노동자들은 회의 참석 등이 허용되는 단기상용비자인 B1, B2 비자나 관광 목적의 전자여행허가(ESTA)를 받아 미국에 입국해 공사 현장에서 일해왔다.
결국 회의나 관광 목적 비자를 갖고 건설 현장에서 일했으니 불법 취업 및 불법 체류자로 인식돼 체포된 것이다.
연합뉴스사실 이번 단속은 예견돼왔다.
도널드 트럼프가 취임한 이후 올들어 한국 대기업 및 하청 업체 직원들이 미국 출장 때 입국을 거부당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입국 심사 과정에서 일종의 관광 비자인 'ESTA'를 갖고 있는데도 입국 목적을 물어보면 '회의 참석'이라고 곧이 곧대로 대답한 한국인들이 입국 거부 당했다.
조지아주 현장에 근무하기 위해서는 전문직 비자 H-1B가 필요하다.
이 비자는 고숙련 전문직을 위한 비자로, 한해 8만 5천장으로 발급이 제한돼 있다.
미국내 고숙련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발급 건수가 엄격하게 제한된 것이다.
8만 5천장 가운데 2만장은 미국 석사 학위 이상 소지자를 대상으로 해서 사실상 6만 5천장이 실제 발급 건수다.
이처럼 제한된 비자라 발급받기 어렵다 보니 상대적으로 받기 쉬운 상용 비자나 전자어행허가를 받아 미국에 입국했다가 사태가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꼼꼼히 챙기지 못한 기업에 책임이 작지 않다.
하지만 투자는 비자 문제와 밀접한 관계다.
외국인 투자를 활성화하려는 나라는 비자 문호를 개방한다. 새로운 비자를 만들든 기존 비자의 쿼터를 늘리든 외국인 투자자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런데 이번 사태는 비자 문제 해결 없이 투자만 받으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일관성 없는 이민 정책이 빚어낸 참사다.
더구나 이번 단속이 즉흥적이 아니라 기획됐다는 점, 단속이 트럼프의 지지층인 '마가' 정치인의 신고로 촉발됐다는 점에서 미국내 한국 투자 현장에 대한 단속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 정부는 전세기를 띄워 구금된 노동자를 데려온다고 문제가 끝났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관세 협상과 한미 정상회담 등에서 무려 5천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기로 한 한국을 이렇게 홀대해도 되는지 미국 정부에 강력히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해야 한다.
아울러 비자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수천억 달러를 투자하는 기업에 대해 과도한 무장 단속을 벌이는 나라에서 비즈니스를 할 수 있겠는가?
돈 주고 뺨 맞지는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