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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문제는 신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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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대부분은 법 없이도 살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판검사들은 법 없으면 못살잖아요"
 
한 지인이 법조인들을 두고 한 말이다.
 
그가 사회상규로서의 법과 호구지책으로서의 법을 혼동할리 없지만 일종의 언어유희를 통해 한국 법조인들의 무도함을 비꼰 것이다.
 
과거에도 법조계에 대한 불신은 있어 왔지만 동시에 그 권위에 대해서는 인정해왔다.
 
검찰의 수사 결과는 '진실'로 받아 들여졌고 판사의 판결은 토를 달 수 없는 영역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들의 지위는 '법 기술자'로 전락했고, 12.3 내란 계엄 이후에는 동물 (법 미꾸라지) 수준으로까지 떨어졌다.

이제는 개혁 대상으로 몰리고 있다. 특히 검찰이 주요 개혁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자업자득이다.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양손에 쥐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왔다.
 
국가 원수이자 행정 수반인 대통령을 국민 모두가 보는 앞에서 조롱하기도 했고 끝내는 그를 죽음으로까지 몰아부쳤다.
 
그의 정치적 계승자가 다시 대통령이 되고 검찰 개혁을 추진하자  주변을 먼지털이식 수사로 압박하기도 했다.
 
반면 제식구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했다.
 
누가 봐도 성접대 의혹 동영상 속 인물이 자신들의 선배 검사가 맞는데도 두 번이나 진행한 검찰 수사는 '불상의 남성'으로 뭉개 버렸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아내가 고가의 명품백을 받았는데도 뇌물이 아닌 선물이라며 무혐의 처분했다.
 
한국 검찰의 당동벌이(黨同伐異) 행태가 가능한 것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야 한다.
 
기소권만 검찰에 남기고 수사권은 검찰 이외의 수사 조직에 맡겨야 한다.
 
부패범죄, 경제범죄, 선거범죄 등은  중수청(중대범죄수사청)을 만들어 수사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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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와 검찰은 중수청을 법무부에 두자고 주장하지만, 그렇게 되면 기소권(공소청)과 수사권(중수청)이 한지붕 아래 모이는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법무부는 장관을 비롯한 주요 보직을 검사들이 예전부터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법무부 아래 공소청과 중수청을 두자는 주장은 예전 그대로 검찰 천하를  유지하겟다는 속셈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법무부와 검찰은 행정안전부에 중수청을 두는 방안에 대해 반대한다.
'경찰 조직 비대화'나 '권력 집중'을 우려한다는 것인데, 그런 논리라면 법무부에 모두 두는 것 역시 검찰 조직 비대화나 권력 집중이 될 수 박에 없다.
 
2020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고 보완수사가 제한되면서 수사가 지연되거나 사건 자체가 묻히는(사건 암장)등의 부작용이 속출해 국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검찰은 주장한다.
 
검찰은 2020년 사건 처리 기간이 142일이었지만 수사권 조정 이후인 2024년에는 313일로 늘었다고 주장한다.
 
이런 국민 피해를 막으려면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폭넓게 인정하고 경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과거처럼 검찰로 보내는 '전건 송치'도 필요하다는게 검찰 생각이다.
 
하지만 경찰은 수사권 조정 이전 평균 처리 기간이 55.6일 정도였는데 조정 직후 10여일 증가했다가 2023년 이후에는 다시 이전 수준으로 줄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한 사건 암장은 첩보수집부터 수사 개시, 진행, 종료 전 단계에 걸쳐 전산 입력 처리 되는 시스템상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에도 경찰에 대한 검찰 통제 수단은 여전히 차고 넘친다는게 경찰 주장이다.
영장 청구권을 비롯해 송치 사건에 대해서는 보완수사와 보완수사요구권이 있고 불송치 사건에 대해서는 재수사 요청권과 송치요구권 등이 있다는 것.
 
이처럼 검경 각자의 논리가 팽팽히 맞서면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추진해온 여당 내부에서도 검찰에 보완수사권 등을 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물론 국민 인권 보호와 범죄 피해 방지를 위해서는 검찰의 보완수사가 필요할 수 있으나 문제는 신뢰다.

검찰이 지금은 인권 보호 등을 운운하고 있지만  보완수사권이 주어지면 언제든지 구태를 반복할 수 있다는 불신이 팽배하다.

보완수사권이 주어지더라도 송치된 동일 사건에 한해서만 적용되기에 구태로 회귀할 가능성은 없다는 반박도 있지만 검찰이 법 기술을 동원해 이런 제한까지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불신은 여전하다.

이처럼 검찰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높은 상황에서 경찰 비대화를 견제하기 위해 검찰에 권한을 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검찰이 아닌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백번 양보해  검찰에 보완수사권을 준다고 한다면 민생범죄에 한해 허용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5일 검찰청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등 검찰 개혁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지만 반발이 만만치 않다.
 
당장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여당 검찰 개혁안의 핵심 사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일부 보수 언론들도 검찰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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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개혁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더라도 개혁에 반대하는목소리가 쉽제 잦아들지는 않을 것이다.
 
시간을 들여 꼼꼼히 하자니 기득권의 '시간끌기' 작전에 말려들 수 있고 속도전을 하지니  법 기술자들의'위헌' 트집잡기가 우려된다. 검찰 개혁의 틸레마다.
 
그렇다 하더라도 검찰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한국의 시대적 과제다.
 
정부조직법으로 시작해 형사소송법 등 절차법도 개정해야 하고 궁극적으로 헌법까지 손대야 할 수 있다.
 
정부 여당은 장기전의 각오로 국민 설득과 함께 법 기술자들의 반개혁 공세에도 치밀하게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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