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랭킹 뉴스

'해프닝'으로 끝날 뻔한 '유괴 미수'…경찰, 뒤늦게 체포 논란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경찰, 첫 신고 땐 "범죄 관련성 없다"더니
추가 신고 접수 후 반대 각도 CCTV 뒤늦게 확인
경찰 "당초 육안으로 범죄 행위 안 보여…아쉽게 생각"
경찰, 미성년자 유괴 미수 혐의로 2명 구속영장

서울 서대문구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아동을 유인하려고 한 20대 남성 일당이 5일 오전 10시 30분쯤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서울 서대문구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아동을 유인하려고 한 20대 남성 일당이 5일 오전 10시 30분쯤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서울 서대문구 초등학생 유인 미수 사건과 관련해 처음에는 범죄 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가 뒤늦게 20대 남성 3명을 검거했다. 추가 피해 신고를 받고 나서야 범행 사실을 인지한 것인데, 초기 수사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달 28일 오후 3시 30분쯤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에 있는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발생했다. 20대 남성 3명이 차량으로 초등학생들에게 접근해 창문을 내리고 "귀엽다, 집에 데려다줄게"라며 학생들을 유인했으나, 피해 아동들이 이를 무시하거나 달아나면서 미수에 그쳤다고 한다.

사건 발생 이틀 뒤인 지난달 30일 경찰에 "흰색 스타렉스 차량을 탄 남성들이 학생들에게 접근했다"는 취지의 112 신고가 접수됐다. 사흘 후(지난 2일) 경찰은 해당 신고에 대해 "피해 아동 이동 경로에 있는 CCTV를 면밀히 확인했으나, 현재까지 신고 내용과 관련한 약취·유인 행위는 발견할 수 없다"며 "범죄 관련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같은 날 저녁 비슷한 피해를 겪었다는 112신고가 또 접수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추가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첫 신고 장소와 약 1㎞ 떨어진 지점에서 쥐색 SUV 차량이 초등학생 2명에게 접근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후 경찰은 범행 차량 추적을 통해 20대 남성 3명을 뒤늦게 검거했다.

경찰은 "첫 신고 당시 피해 아동 모친이 신고한 범행 차량(흰색 스타렉스)이 실제 범행 차량(쥐색 SUV)과 색상과 차종이 달랐고, 육안으로 확인되는 행위가 없어 사실관계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5일 서울 서대문경찰서에서 이대우 형사과장이 아동 유괴 미수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5일 서울 서대문경찰서에서 이대우 형사과장이 아동 유괴 미수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로 초기 확보 영상에는 피해 아동이 길을 따라 걸어오는 모습은 확인되나 신고 내용 관련 흰색 스타렉스 차량이 아동에게 접근하는 모습은 확인되지 않는다. 반면 두 번째 신고 이후 추가로 확보한 영상을 보면 쥐색 SUV 차량이 피해 아동 2명 앞에 멈춰 서고, 피해 아동들이 머뭇거리다 도망치는 모습이 뚜렷하게 담겨 있다.

그제야 경찰은 첫 신고도 동일범의 소행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첫 번째 신고 피해 아동의 모습이 담긴 반대 각도의 CCTV영상을 확인했다. 그랬더니 쥐색 SUV 차량이 창문을 연 채로 피해 아동에 접근해 잠시 멈추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초기 수사 당시 놓쳤던 영상이다. 처음 수사 과정에서는 피해 아동의 이동 경로와 흰색 스타렉스에만 집중해 영상을 살폈고, 반경을 넓혀 주변 다른 차량들도 살피거나 다른 각도에서 영상을 확인하는 등의 수사는 진행하지 않았던 것이다.

경찰은 이에 대해 "당초 피해자 진술과 영상이 맞지 않아 특정이 되지 않았다"며 "추가 신고에서 확보한 영상에 나오는 것처럼 아동들이 놀라서 도망가는 모습 등 명확한 행위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범죄 행위가 없었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부 소통의 오해가 있었던 점에 대해서는 아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피해 아동은 총 4명으로 범행 장소 인근 초등학교 2곳에 다니는 저학년생들이다. 피의자들은 불과 5분 사이 총 세 차례 걸쳐 유인을 시도했다. 경찰은 지난 3일 피의자들을 미성년자 유괴 미수 혐의로 순차적으로 긴급체포했고, 이중 운전석과 조수석에 있던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피의자들은 중·고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 사이로 동종 전과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점심을 먹고 집에 가던 길에 초등학생들이 귀엽게 생겨서 장난삼아 말을 걸어봤다. 아동이 차에 타겠다고 해도 실제로 태울 생각은 없었고 놀라는 것이 재밌어서 했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고 한다. 뒷좌석에 있던 1명은 중대 범죄가 될 수 있다며 만류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장난으로 치부하기에는 세 차례에 걸쳐 범행을 시도한 것이 고의성이 다분하다"며 "유사 범행 예방을 위해 초등학교 주변 순찰을 강화하고 강력 범죄에 대해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0

0

실시간 랭킹 뉴스

오늘의 기자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