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연합뉴스김건희씨의 계좌관리인으로 지목됐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과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국회의원 등과 찍은 사진을 과시하며 도이치주가조작 사건의 주포에게 '재판 로비'를 대가로 금품을 가로챈 정황을 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별검사)이 포착했다.
29일 CBS노컷뉴스가 확보한 이 전 대표의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1차 주가조작 '주포'인 이정필씨의 형사재판에서 실형 대신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수 있도록 힘써주는 대가로 이씨로부터 2022년 6월부터 2023년 2월까지 총 25차례에 걸쳐 839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이 전 대표는 이씨에게 '걱정하지 마라, 김건희씨나 VIP(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이야기하여 집행유예가 나오도록 해주겠다', '김건희씨가 알아서 잘 할거니까 재판은 신경 안 써도 된다', '재판부와 이야기를 다 해놓았다', '김건희씨가 계속 사건을 챙겨보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심지어 이 전 대표는 이씨에게 국회의원이나 공수처장 등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자신이 정계·법조계 등에 상당한 인맥을 가지고 있어 재판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것처럼 말했다고 특검은 공소장에 적었다.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2017년에서 2018년쯤 한 모임에서 이 전 대표를 우연히 만나서 단체 사진을 찍은 일은 있지만, 개인적인 인연은 전혀 없다"며 "당시 이 전 대표가 '윤석열 당시 중앙지검장을 잘 안다'고 과시했던 기억이 있다"고 밝혔다.
특검은 지난 22일 이 전 대표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오는 9월 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이 전 대표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린다.
한편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2차 주가조작 시기(2010년 10월~2012년 12월) 김건희씨 계좌를 관리하면서 주가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이후 형이 확정됐다. 이씨는 1차 시기(2009년 12월~2010년 10월) 주가조작을 총괄 기획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아 형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