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여성영화제 측 제공제27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지난 21일 개막한 가운데, 라운드테이블, 관객과의 대화(GV)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개최 사흘째인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현장에선 증언과 기록의 의미를 환기하는 라운드테이블부터, 감독과 배우, 관객이 함께 작품 속 메시지를 공유하고 시대적 질문을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먼저, 지난 22일 서울 서대문구 메가박스 신촌에서는 변영주 감독의 대표작 '낮은 목소리 - 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1995)이 상영됐다.
올해 작품 제작 30주년을 맞아 상영 후에는 '낮은 목소리 – 증언과 기록, '위안부' 문제를 다시 이야기한다는 것'이라는 주제로 라운드테이블이 진행됐다. 이날 변영주 감독을 비롯해 강유가람 감독, 김신현경 서울여자대학교 교양대학 교수가 참석했다.
변영주 감독은 "30년 동안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가까이에서 기록하고 전했지만, 이제는 생존자의 부재라는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며 "증언을 어떻게 이어가고, 또 어떻게 기억하고 기록해야 하는지 영화와 함께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신현경 교수는 "피해자들의 증언은 단순한 개인의 기억이 아니라, 역사적 맥락 속에서 여성 인권을 이야기하는 소중한 공적 기록"이라며 "지금 우리가 어떻게 이 문제를 이어가야 하는지 사회적 논의가 더 깊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측 제공23일에는 황슬기 감독의 장편영화 '홍이' GV가 진행됐다. 작품은 세대가 다른 여성들의 삶을 교차시키며 모녀 관계의 복잡한 감정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황슬기 감독은 "엄마와 딸은 사랑과 미움이 공존하는 관계라 생각했다"며 연출 의도를 밝혔다.
배우 변중희는 "충분하지 못한 엄마의 마음, 그럼에도 핑계를 찾으려는 마음을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했고, 현장에서는 "내 가족 이야기 같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측 제공
같은 날 아프가니스탄 역사·사회·정치 상황을 배경으로 만든 영화 '시마의 노래'를 상영한 로야 사닷 감독의 GV도 열렸다.
사닷 감독은 "정치, 국경, 종교를 넘어 인간으로서의 우정과 연대의 힘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20년 작품을 기획했으나 탈레반 재집권으로 인해 아프가니스탄 내 촬영이 불가능해지며 결국 그리스로 망명했다.
이어 새로운 캐스팅과 함께 4개월 만에 완성한 제작기를 전하며 "여성의 평등과 인권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획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화제는 오는 25일 '쟁점 포럼', 26일 배우 김아중이 참여하는 스타 토크와 '피치&캐치' 공개 피칭 행사를 통해 다양한 논의와 교류를 이어 나갈 예정이다. 영화제는 27일까지 메가박스 신촌에서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