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권영민 감독. 김조휘 기자남자배구 한국전력의 권영민 감독이 어느덧 4번째 시즌을 맞는다. 지난 시즌 아쉬운 성적에도 불구하고 구단과 재계약한 그는 "반드시 더 즐거운 시즌을 만들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2022-2023시즌 한국전력 지휘봉을 잡은 권 감독은 부임 첫 해 팀을 정규리그 4위로 이끌며 준플레이오프(준PO)에 진출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3위 우리카드를 꺾고 업셋으로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는 한국전력의 창단 첫 포스트 시즌 승리였다.
하지만 이후 한국전력은 주축 선수들의 이탈로 하락세를 보였다. 2023-2024시즌 5위로 내려앉더니, 2024-2025시즌에는 6위로 추락했다.
그럼에도 구단은 권 감독에게 신뢰를 보내며 재계약을 체결했다. 연이은 외국인 선수의 부상에 국내 선수만으로 경기를 치르며 선전했고, 저연차 선수 육성 등의 성과를 반영한 결과다.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 엘리안이 개막 후 5경기 만에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대체 선수로 합류한 마테우스마저 얼마 가지 않아 쓰러졌다. 하지만 구교혁, 김주영, 박승수, 윤하준 등 젊은 선수들의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점은 고무적이었다.
최근 경기도 오산에 있는 한국전력 체육관에서 만난 권 감독은 "구단에 감사하다. 다시 믿어줘서 큰 힘이 됐다"면서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젊은 선수들의 성장에 웃음이 날 수 있었다. 이번 시즌 분명히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 3년을 돌아본 권 감독은 "처음에는 멋모르고 시작했는데, 감독은 하면 할수록 어려운 자리인 것 같다"며 "매년 많은 준비를 하지만, 예측에서 벗어나는 일도 많이 생긴다. 그러면서 경험도 많이 쌓인 것 같다"고 말했다.
구단에서 호평한 유망주 육성에 대해서는 늘 확고한 신념이 있다. 권 감독은 "똑같이 운동한다고 해서 똑같이 성장하는 건 아니더라. 그래도 격려하면서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면서 "아직 기량을 꽃피운 건 아니라 훈련량이 많아야 한다. 선수들도 그만큼 열심히 하는 게 보인다"며 박수를 보냈다.
새 시즌 기대되는 젊은 선수가 누구냐는 질문에는 "박승수는 전 소속팀에 있을 때보다 수비가 좋아졌고, 윤하준과 구교혁은 많은 경기를 뛰며 성장했다. 대표팀에 뽑힌 김주영도 기대된다"면서 "배해찬솔, 최요한 등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도 성장 가능성이 높다. 김건희도 기대되는 선수"라며 칭찬했다.
한국전력 권영민 감독. 김조휘 기자새 시즌을 앞두고 선수단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였던 아웃사이드 히터 임성진이 KB손해보험으로 떠났지만, 삼성화재에서 FA로 풀린 날개 공격수 김정호가 합류했다. 또 임성진의 보상 선수로 리베로 정민수를 영입했다.
권 감독은 "지금까지 팀을 이끌면서 가장 좋은 선수단이라 생각한다. 구단에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외국인 선수들도 다른 팀에 비해 공격력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임성진의 보상선수로 정민수를 데려온 건 뜻밖의 행운이었다. KB손해보험이 정민수를 보호선수로 묶을 거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권 감독은 "정민수가 보호선수로 안 묶인 걸 봤을 때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민수를 '얄미운 선수'라고 표현한 권 감독은 "상대 팀에서는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선수였다. 그만큼 잘하는 선수가 우리 팀에 와서 너무 기쁘다"며 "에너지가 넘치는 선수라 팀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권 감독은 정민수의 합류로 새 시즌 구상이 한결 수월해졌다. 수비 범위가 넓은 정민수가 가세해 아포짓 스파이커인 에디를 아웃사이드 히터로 활용하는 등 날개 공격수 운용에 숨통이 트였다.
다만 세터진 운용이 고민이다. 군 복무 중인 주전 세터 하승우가 10월 말 전역하는데, 호흡을 맞출 시간이 부족하다. 게다가 베테랑 이원중이 시즌아웃된 터라 데뷔 4년 차 김주영이 팀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다.
다행히 김주영도 책임감을 갖고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권 감독은 "지난 시즌에 많이 뛰면서 좋아진 부분이 있지만, 더 성장해야 한다"며 "긍정적이고 열심히 하는 선수라 분명 더 좋아질 거로 생각하고 계획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새 시즌만큼은 외국인 선수의 활약이 절실하다. 지난 시즌처럼 연이은 부상으로 공백이 생기면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된다.
권 감독은 "세계선수권에 나설 에반스는 아직 호흡을 맞춰보진 못했지만, 국가대표 경기를 보면 충분히 제 역할을 해줄 거로 생각한다"면서 "에디는 삼성화재 때보다 더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공격력은 결코 뒤지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봄 배구를 바라보며 새 시즌을 준비 중인 권 감독은 '23승'을 목표로 삼았다. 그는 "지난 시즌 23패를 해서 그런 것도 있고, 안정적으로 봄 배구에 가려면 20승 이상을 해야 한다"며 "23승이면 무난하게 갈 거로 생각한다. 선수들과 함께 정한 목표인 만큼 힘을 합쳐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