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이 타결된 31일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한국과 미국이 상호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의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하지만 철강·알루미늄·구리 등 주요 금속 품목은 협상에서 제외되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양국 간 상호관세율과 자동차(부품 포함) 관세율을 15%로 인하하기로 했다고 31일 발표했다.
미국은 당초 8월 1일부터 한국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15%로 낮추는 대신 우리 정부는 미국에 3500억달러(약 488조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 중 1500억달러는 조선 분야, 2000억달러는 반도체, 원전, 이차전지, 바이오 등에 투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협상에서 철강·알루미늄·구리 등 주요 금속 품목은 제외됐다.
이에 따라 한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는 현재와 동일하게 50%의 관세가 유지되며, 구리 역시 8월 1일부터 50%의 관세가 부과된다.
인천신항에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다. 류영주 기자
앞서 미국은 유럽연합(EU), 일본과의 무역합의에서도 철강·알루미늄·구리에 대해서는 50% 고율 관세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타결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조업 핵심 지지기반인 '러스트 벨트(Rust Belt)' 지역 백인 노동자들의 표심을 겨냥해 철강 등 고용 밀접 산업에 대해 수입 규제를 강화한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국내 철강업계는 이번 관세 협상 결과에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은 한국 철강의 최대 수출국 중 하나인 만큼 건설경기 침체와 중국산 저가제품 공세, 전세계적 경기 침체 등으로 내우외환을 겪고 있는 철강업계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43억4700만 달러로, 전체 철강 수출의 13.1%를 차지했고, 국가별로는 가장 비중이 높았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고율 관세가 지속되면 수출 여건 악화는 지속될 수 밖에 없어 미국 시장에서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수출 시장 다변화와 함께 정부는 국내 수요 기반 안정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스코 포항 본사. 포스코 제공
그러나 일부에서는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동일한 관세를 적용받는 만큼 경쟁력을 가진 국내 철강업계가 다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내놓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는 현재 탄소저감 강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와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을 통해 관세 극복 방안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포스코를 비롯한 국내 철강업계는 미래형 제철 기술로 불리는 수소환원제철 상용기술 개발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58억 달러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어 오는 2029년 본격적인 가동이 시작되면 관세를 피할 수 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다른 나라에도 철강은 50% 관세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가격 및 품질경쟁력 확보가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됐다"며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와 현지화 전략이 어느때보다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