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진 한경협 회장이 18일 제주 서귀포시 인근식당에서 열린 '2025 한경협 CEO 제주하계포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경협 제공류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장이 인구 감소로 이어지는 '축소경제' 상황에서 기술혁신과 내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류 회장은 미국 통상 문제와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며 협상력을 강조하는 한편, 최근 국회를 통과한 상법개정안과 관련해서는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답했다.
류진 회장 "기술 혁신과 내수 활성화 필요"
류 회장은 지난 18일 한경협 CEO 제주하계포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인구 감소로 인해 경제 규모가 축소되는 상황에서 "해법은 결국 기술혁신"이라며 "(한경협이) 인공지능(AI) 산업의 핵심 허브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류 회장은 "요즘은 AI가 수백, 수천 명의 일을 해내는 AI 혁명 시대"라면서 "이런 맥락에서 한경협은 지난 3월 AI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고 강조했다.
류 회장은 통상질서 재편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뉴노멀' 상황에 대해서는 "수출주도형인 우리 경제는 불리하기 때문에 내수를 키워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며 "이제는 양적 성장의 수준을 넘어서 내실을 다지는 질적 성장을 이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내수 활성화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특히 류 회장은 내수 살리기의 핵심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있다고 강조했다. 류 회장은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국 NBA 농구팀의 구장과 같이 각 지역에 랜드마크를 만드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봤다"며 "우리나라도 과감하면서도 신중하게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획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류 회장은 내수 활성화 일환으로 'K-바캉스'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여름휴가를 국내에서 보내는 등 국내여행을 활성화해 자영업자를 비롯한 민생 살리기의 마중물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미국 통상 문제 "손해 보더라도 줄 건 줘야"
미국 통상 정책에 대해서 류 회장은 "앞으로 2주가 경제의 운명이 달려있을 정도로 중요하다"면서 "지금은 손해를 보더라도 미래를 위해서 우리가 웬만하면 줄 건 줘야 하지 않겠냐"고 의견을 밝혔다.
정철 한경협 원장은 "국제 통상의 패러다임이 변하게 된 이유가 다양하지만 트럼프 정책의 세계 보호무역주의와 또 하나는 중국의 급격한 성장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면서 "중국 혁신과 발전상황을 더 연구하고 거기서 우리가 가져다 쓸 만한 게 있는지 협력과 관련된 세미나를 오는 9월 개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국회는 기업 이사가 충실 의무를 다해야 할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하는 '3%룰', 상장회사의 주주총회 의무화 등 내용을 담은 상법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상법개정안 국회 통과 이후 한경협을 비롯한 경제 8단체는 기업의 방어 수단이 마련되지 못해 우려가 크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냈다.
이와 관련해 류 회장은 "자사주는 앞으로 좀 소각하려고 한다"면서도 "한꺼번에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면 무리가 부작용이 있으니까 페이스(속도)를 좀 늦추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 함께한 김창범 한경협 부회장은 "지난번 상법 개정이 3%룰까지 포함해 이사충실의무 주주까지 확대하는 것과 전자주주총회까지 엄청난 파장이 있다"면서 "취지는 공감하지만 현시점 경제가 복합위기에 놓여있고 풍전등화 상황이라 민주당 측에도 소통하며 재고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류 회장은 최근 이재명 대통령과의 회동을 회고하며 "10년 전에 차였던 여자친구를 만나는 기분이라고 (대통령에게) 말했다"며 "(이 대통령은) 남의 얘기를 경청을 많이 하고, 이제껏 본 리더 중에 가장 얘기를 많이 듣고 본인의사를 전달하는 리더십의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오는 8월 취임 2주년을 맞는 류 회장은 "전경련 때 남느냐, 없어지느냐 고비에 있었는데 그때 가장 노력했던 건 어떻게든지 (한경협을) 제자리에 가져왔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며 "총회가 2월인데 그때 4대그룹 회장들도 들어오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류 회장은 "임기가 2027년 2월이면 끝나니까 그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운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