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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거부한 상법개정안, 李정부 첫 여야합의 사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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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발의 3년 만에 결실

정권 교체에 주가 상승 기대 맞물려 여론 압박
지배주주만큼 개미 투자자들의 이익 고려하게 돼
집중투표제 강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남은 과제'

여야가 합의한 상법개정안이 3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여야가 합의한 상법개정안이 3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사회가 지배주주 만큼이나 '개미' 이익도 챙기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상법개정안이 처음 발의된 지 3년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윤석열 정부 거부권 행사로 한때 폐기됐지만, 이재명 정부 출범 첫 여야 합의 처리 법안이 됐다.

정권 교체 이후 법률 개정에 대한 기대가 주가 상승과 맞물려 여론 압박을 키웠고, 결국 반대 입장을 지키던 재계와 국민의힘이 잇따라 전향적 태도를 보이면서 이견이 좁혀졌다.

이제는 개미 이익도 고려할 수밖에

상법개정안은 3일 오후 본회의에서 재석 272명 중 찬성 220명, 반대 29명, 기권 23명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 의원 절반 정도가 이탈했지만 나머지가 찬성표를 던지면서 힘이 실렸다.

개정안의 핵심은 일명 '주주 충실의무'. 이사의 충실 의무를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넓혀 지배주주 이익만 대변하는 관행을 막겠다는 것이다.

그간 잘못된 경영 판단으로 개미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보더라도 지배주주는 책임에서 자유로운 경우가 많았다.

2009년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에 대한 대법원 무죄 판례가 작성된 뒤 그런 흐름이 커졌고, 2017년 이재용 회장 승계를 위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무효 소송이 원고 패소하면서 주식시장 전반에 신뢰가 저해됐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사가 지배주주 만큼이나 개미 투자자들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주주 대표들이 소송을 제기했을 때 기존과 다른 판결이 나올 근거가 이번에 마련됐기 때문이다.

사외이사 감사위원도 독립성 확보

개정안은 상장회사의 전자 주주총회를 의무도입하는 내용도 담았다. 물리적 거리나 시간 제약으로 오프라인 주총 참석이 어려웠던 개미 투자자들이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심사 막판 쟁점이었던 '3%룰'의 보완책도 담겼다. 그간 사내이사인 감사위원 선출 시에는 최대주주에 한해 가족 등 특수관계인과 합산한 3%룰을 적용해  특정 주주가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출 시에는 주주별 3%룰만 적용해 대주주 입김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이제 개정안이 시행되면 사외이사인 감사위원도 사내이사인 감사위원 만큼 지배주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 '사외이사'라는 용어를 '독립이사'로 바꾸는 내용도 법안에 담겼다.

반면 △대규모 상장회사의 집중투표제 강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1명→2명) 방안은 여야가 추가 논의를 거치기로 했다.

민주당은 7월 임시국회 중에 공청회를 여는 등 바로 의견을 수렴해 이 내용도 늦지 않게 처리할 계획이다.

尹정부 때 오락가락…결국 더 강해져 통과

주주 충실의무를 반영한 상법개정안은 이용우 전 민주당 의원이 지난 2022년 3월 발의했다. 이후 민주당은 대체로 찬성했고 국민의힘에서도 변화의 흐름이 꾸준히 감지됐다.

특히 2023년 한동훈 당시 법무부장관이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소액주주 보호라는 방향과 취지에 공감한다"고 밝히면서 법안은 탄력을 받는 듯했다. 하지만 그 뒤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상법개정안에는 정작 주주 충실의무 대목이 빠져 있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지난해초 "이사회 의결 과정에 소액주주 이익을 반영할 수 있게 하는 상법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정부 태도는 하반기 이후 돌변했고, 결국 탄핵 이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이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랬던 국민의힘이 다시 입장을 바꾼 건 지난달 30일. 민주당이 예고한 본회의 처리 시점을 사흘 앞둔 때였다. 재계 우려를 청취한 국민의힘이 뒤늦게 협상장에 들어가 집중투표제 등 몇 가지 쟁점에 대한 처리를 늦추는 조건으로 합의 처리를 약속했다.

코스피 지수가 장중 3130선까지 오르며 연고점을 갈아치운 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류영주 기자코스피 지수가 장중 3130선까지 오르며 연고점을 갈아치운 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류영주 기자
민주당 코스피5천 특위 소속 김남근 의원은 법안 통과 직후 취재진과 만나 "코스피가 3천까지 올라갔는데 여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는 없기 때문에 재계가 입장을 바꿀 수 밖에 없었고 그러다 보니 국민의힘도 빠르게 합의를 할 수 있었다고 본다"고 해석했다.

다만 따지고 보면 이번에 처리된 법안은 윤석열 정부가 거부한 원안에 3%룰 보완책 포함으로 더 강해진 모습이다. 게다가 논의 과정에서 여론의 관심이 더 커진 탓에 이번에 늦춘 쟁점들도 시행 자체를 막기는 쉽지 않다는 게 여야의 대체적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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