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 데버스. 연합뉴스 2010년대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혜성같이 등장해 명문 프랜차이즈를 잘 이끌었던 특급 스타들이 지금은 미국 서부 지역에 모여있다. 무키 베츠는 LA 다저스, 잰더 보가츠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있다. 여기에 라파엘 데버스가 합류한다. 데버스의 행선지는 샌프란시스코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16일(한국시간) 보스턴의 데버스를 영입하는 조건으로 투수 조던 힉스, 유망주 투수 카일 해리슨, 외야 유망주 제임스 팁스, 투수 호세 벨로를 내주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데버스는 현재 지명타자로 뛰고 있지만 오랜 기간 보스턴을 대표했던 주전 3루수다. 샌프란시스코가 비교적 적은 지출로 거물급 스타를 데려왔다는 평가다. 브라이스 엘드리지를 포함한 톱 유망주들을 지켰다.
데버스는 보스턴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성장해나가는 선수였다. 2017시즌에 데뷔해 2018년부터 풀타임 시즌을 소화했다. 그해에 월드시리즈 타이틀을 차지했다. 올스타 선정 3회, 실버슬러거 선정 2회 경력을 자랑한다.
데버스는 2023년 1월 보스턴과 계약 기간 11년, 총액 3억 3100만 달러(약 4512억 원)의 조건으로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보스턴의 3루수 자리는 오랫동안 데버스의 몫이 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보스턴이 정상급 3루수 알렉스 브레그먼을 영입하면서 데버스와 갈등이 시작됐다.
보스턴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브레그먼에게 3루수를 맡길 계획으로, 데버스에게 지명타자를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 출신 브레그먼은 지난해 골드글러브 수상자로 준수한 수비력을 자랑하는 선수다. 반면, 데버스의 수비력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데버스는 반발했다. 3루수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 장기 계약 당시 3루수는 3루수 자리를 보장받는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불만이 컸지만 일단 지명타자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런데 갈등은 또 폭발했다. 시즌 도중 1루수 트리스톤 카사스가 시즌아웃 판정을 받자 보스턴은 데버스에게 1루를 채워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데버스는 강하게 불만을 토로했다. '언해피'는 더욱 뚜렷해졌다.
데버스는 올 시즌 73경기에 모두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오로지 타격에만 집중한 데버스는 타율 0.272, 15홈런, 47득점, 5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05를 기록하며 리그 정상급 타자다운 성적을 남기고 있다.
58타점은 뉴욕 메츠의 피트 알론소(63타점), 뉴욕 양키스의 애런 저지(60타점)에 이어 시카고 컵스의 스즈키 세이야와 함께 메이저리그 전체 공동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데버스가 샌프란시스코로 이적하면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메이저리그 총 6개 지구 가운데 1~3위 팀의 승률이 모두 0.550을 넘는 곳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가 유일하다.
현재 LA 다저스가 43승 29패(승률 0.597), 샌프란시스코가 41승 31패(승률 0.569), 샌디에이고가 39승 31패(승률 0.557)를 각각 기록 중이다.
데버스는 팀의 중심 타선을 맡으면서 현재 부상자 명단에 올라있는 맷 채프먼의 3루 자리를 채울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보스턴이 했던 고민은 앞으로 샌프란시스코의 몫이 된다. 채프먼은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 5100만 달러 연장 계약을 맺었다. 채프먼은 다섯 차례나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3루 수비의 대가다. 돌발 변수가 없다면 채프먼이 건재할 경우 데버스가 지명타자를 맡아야 할 가능성이 높다.
데버스는 2033년까지 계약이 보장돼 있고 잔여 연봉은 연 평균 3000만 달러가 넘는다. 지명타자로 한정하기에는 상당히 많은 금액이다.
이는 추후에 풀어야 할 숙제가 되겠지만 당장은 팀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데버스는 샌프란시스코 타선의 무게감을 바꿔놓을 만한, 파워를 갖춘 왼손 타자다. 팀 성적은 준수하지만 대부분의 타격 지표에서 리그 중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