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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베테랑 기관사와 시민이 막은 '5호선 방화'…한달 전 훈련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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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서울 영등포승무사업소 소속 28년차 베테랑 기관사
열차 멈춰 승객과 함께 불껐다…두통·구토 호소
영등포사업소, 4월 29일 똑같은 상황 대비 훈련 실시
경찰, 60대 용의자 현행범 체포…범행 동기는 아직

지하철 5호선 언론 브리핑하는 소방당국. 연합뉴스지하철 5호선 언론 브리핑하는 소방당국. 연합뉴스
서울 지하철 5호선 열차에서 방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하면서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할 뻔했지만 28년차 베테랑 기관사와 시민들의 효과적인 대처로 참사를 막았다. 해당 기관사는 이후 5호선의 정상 운행을 위해 사고 열차를 대피소까지 끌고 갔고 그제서야 병원으로 옮겨졌다.

특히 해당 기관사가 속한 서울교통공사 영등포승무사업소는 약 한 달 전 이번 사고와 유사한 상황에 대비한 훈련까지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테랑 기관사와 시민들의 협조, 약 한 달 전 훈련이 모두 빛을 보인 것이다.

28년차 베테랑 기관사, 한달 전 '유사상황 훈련'도 받았다


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오전 8시 43분쯤 여의나루역에서 마포역으로 운행하는 방향의 열차에서 불이 났다. 60대 남성이 인화물질과 점화기로 옷가지를 태우면서 일어난 방화가 불의 원인이었다.

이 화재로 열차 내부가 녹아내리고 검게 그을렸다. 또 21명이 경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망자와 중상자는 없었다.

연합뉴스연합뉴스
그 배경에는 서울교통공사 영등포승무사업소 소속 28년차 베테랑 직원 기관사 A씨와 용감한 시민들이 있었다.

당시 A씨는 여의나루역에서 마포역으로 향하는 총 8칸짜리 지하철 5호선을 운행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비상 전화기가 울렸다. 객차 내 비치된 비상전화로 승객에게 걸려온 '불이 났다'는 전화였다.

곧장 A씨는 운전석에 위치한 화면을 확인했고, 하얀 연기로 가득 차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네번째 열차 칸을 볼 수 있었다. 시민들은 "불이 났다"고 외치며 다른 칸으로 뛰어갔고 열차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시민들은 비상 장치로 문을 개방하려고 했고, 열차는 멈춰섰다.

그리고 A씨는 곧장 불이 난 네번째 칸으로 향했다. 유일한 승무원이었던 그는 일부 승객들과 함께 소화기로 화재를 진압했고, 불길은 큰 피해 없이 진압됐다.

대구지하철 참사 이후 열차 내에 가연성 물질을 없앴다고 하지만 전날 기관사 A씨와 시민들의 대처는 소방당국도 인정한 효율적 대처였다. 화재 신고 이후 소방당국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에는 추가 진화 작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불이 꺼진 상태였다. 서울 마포소방서 김진철 소방행정과장도 "기관사님의 신속한 대처와 승객의 도움을 받아서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A씨가 속한 영등포승무사업소는 사고가 일어나기 약 한 달 전인 지난 4월 29일 '열차 내 화재 대응 및 구원 연결' 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교통공사 승무본부 주관으로 열린 해당 훈련에는 방화차량기지에서 열린 훈련에 영등포승무사업소 소속 직원 80명이 참석했다. 훈련 내용은 열차 내 연기 발생으로 인한 소화 조치, 연기로 인해 차량이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에 대비한 조치 등으로 전날 사고와 매우 유사한 상황을 가정한 훈련이었다.

영등포승무사업소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저희 사업소에 마침 지난달에 똑같은 상황을 가정해 훈련을 했었다"며 "직원들도 약 80명이 참가해서 객실 내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방화가 일어났을 경우 어떻게 대처하는지 훈련하고 시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관계자는 "그리고 거의 한 달 후에 똑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인데, 아주 좀 희한하다"라며 "승무원들이 한 달 전에 재난대비 비상대응훈련을 했기 때문에 익숙하게, 인명 피해없이 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열차 멈추고 화재 진화…구토 참으며 다시 운전대 잡았다

지하철 5호선 방화 추정 화재로 승객 대피. 연합뉴스지하철 5호선 방화 추정 화재로 승객 대피. 연합뉴스
승객들은 화재가 진압되고 선로를 따라 걸어 대피했지만 A씨는 그럴 수 없었다.

연기를 많이 마셨지만, 그렇다고 열차를 선로 위에 계속 세워놓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대피선이 있는 애오개역까지 깨질 듯한 머리를 감싸고 열차를 옮겼다고 한다. 5호선의 정상운행을 위해서였다.

열차에서 내리자마자 구토와 함께 두통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발생 이후 약 1시간 30분이 지나 같은 방면 열차의 운행이 재개됐다 .

한편, 경찰은 범행 발생 1시간 후인 전날 오전 9시 45분쯤, 여의나루역에서 60대 남성을 붙잡아 현재 조사 중이다. 경찰은 이 남성이 열차에 휘발유를 뿌리고 옷가지 등을 이용해 방화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 남성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범행 동기로 개인 가정사를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며 구체적인 사건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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