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실손 보험에 따른 추가 의료비가 한 해 최소 12조 9천만 원에 달해 건강보험 재정에 연 3조 8천만 원의 부담을 초래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실손 보험의 주요 보장대상인 비급여 진료에서 가장 비용이 큰 항목은 '물리 치료'로 나타났다. 외래 진료에서만 연간 1조 2461억 원, 입원 진료에서 1조 2357억 원이 긴급하지 않은 '물리 치료'로 발생했다.
자동차 보험에서는 경미한 부상을 입은 환자가 향후 진료 발생 가능성을 가정해 미리 지급받는 향후 치료비의 경우 해당 사실이 건보공단에 공유되지 않아 공단이 지급할 필요가 없는 건강보험 급여를 계속 지급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감사원은 14일 이런 내용을 포함하는 '건강·실손·자동차보험 등 보험서비스 이용실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은 실손 보험과 자동차 보험 등 민간보험이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연인원 2억 6521만 명의 실손 보험 청구 건수 3억 1300만 건과 건강보험 청구 건수 4억 7600만 건 등을 분석했다.
실손 보험, 과잉진료로 이어져 건강보험 재정악화
분석 결과 실손 보험 가입자의 외래 진료 일수는 비가입자에 비해 2.33~7.7일 더 많았고, 입원 진료 일수도 연간 1.54~7.05일 더 발생했다.
이에 2022년 기준 실손 보험 가입자의 추가 의료 이용으로 총진료 비용은 시나리오 별로 12조 9400억~23조 2800억 원, 그 중 건강 보험이 부담한 비용은 3조 8300억~10조 92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이는 실손 보험 가입자가 비가입자와 동일한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이용했다면 건강 보험 재정에서 연간 3조 8300억~10조 9200억원의 추가 지출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리 치료' 남발? 외래 진료에서만 1조 2500억원
연합뉴스실손 보험의 주 보장 대상인 비급여 진료의 경우 2022년 물리치료와 백내장 등 상위 9개 비급여 진료에서 연간 3조 5201억 원의 진료비용이 추가로 발생했으며, 건강보험이 그중 7210억 원을 추가로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급여 가운데 가장 비용이 큰 항목은 물리치료로 외래 진료에서 연간 1조 2461억 원, 입원진료에서 연간 1조 2357억 원이 추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감사원은 다만 이런 분석에 대해 "빅 데이터를 분석한 양적 평가의 결과"라며 "실손 보험으로 인해 추가 발생한 의료 이용량과 비용이 곧바로 부적정 진료나 의료 남용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환자가 보험사에 실손 보험을 청구할 때 기재한 상병 코드와 의료기관이 건강보험공단에 급여공단부담금을 청구할 때 기재한 상병 코드가 완전히 일치하는 경우는 53.5%에 그쳤으며, 상병 코드가 전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31.9%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불일치가 발생한 원인으로는 '고지의무 위반'과 '보상제외 상병 청구' 등으로 나타났다.
먼저 실손 보험 가입 시 암과 당뇨 등 고지의무가 있는 10대 병력을 보험사에 알리지 않은 가입자가 건강보험에는 10대 병력으로 청구하면서 실손 보험에는 다른 병명으로 청구한 건수가 154만 건, 여기에 지급된 실손 보험금이 5232억 원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보상제외 청구의 경우 정신질환과 비만 등에 대해서는 건강 보험에 해당 병명으로 청구하고 실손 보험에는 다른 병명으로 청구한 건수가 102만 명으로 실손 보험금은 1814억 원에 달했다.
보험사기로 의심되는 다양한 유형도 확인
연합뉴스실손 보험만 청구하고 건강 보험은 청구하지 않은 사례도 다수 확인됐는데, 특히 실손 보험 청구 건 대비 건강 보험 미 청구 비율이 높은 의료기관에 대한 분석 결과 '코 성형 후 비염 치료 명목의 실손 보험 청구'와 '피부미용 시술 후 도수치료 등의 실손 보험 청구', '항암 치료 또는 미치료 후 과다한 치료비의 실손 보험 청구' 등 보험사기로 의심되는 다양한 유형이 드러났다.
또 건강 보험 본인부담 상환제 환급금과 실손 보험금의 이중지급 실태도 계속 돼, 지난 2019년부터 2022년간 실손 보험금 약 8580억 원이 이중 지급됐고, 같은 기간 이중 수급자가 17만 9천명에서 27만 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보험 향후 치료비도 난맥상
자동차보험의 경우 보험회사가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치료비 중 48%가 향후 발생 가능성을 가정해 미리 지급하는 '향후치료비'인데, 피해자가 향후치료비를 지급받은 후에도 해당 사실이 건강보험공단에 통보되지 않아 공단이 지급할 필요가 없는 건강보험 급여를 계속 지급한 사례가 적발됐다.
감사원은 분석대상 기간 2년 연평균 37만여 명이 향후치료비 수령 후 건강보험으로 치료받았고 부당이득은 연평균 822억 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 같은 감사 결과를 토대로 관계기관에 건강보험과 실손보험 간 지급정보를 연계하고 사후 정산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등을 마련하고, 민간 손해보험 회사가 보험사고 정보를 건보공단에 의무적으로 통보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것을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