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회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등 사법부의 대선개입 의혹 진상규명 청문회가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증인 및 참고인으로 출석한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왼쪽부터), 이준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서석호 변호사, 이성민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장 등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을 들여다보는 특검(특별검사)법을 상정했다. 대법관수를 기존보다 대폭 늘리고, 대법원 판결을 헌법소원 대상에 포함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가결했다.
국회 법사위는 14일 전체회의를 열고 조 대법원장 특검법을 상정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발했지만,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해당 특검법은 민주당 이재강 의원이 발의했다. 대법원이 이재명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과정에서 조 대법원장이 압력을 행사했지는 따져보겠다는 취지다. 민주당은 파기환송 배경에 대선 개입 의도가 깔려있다고 의심중이다.
특검 후보는 민주당·조국혁신당이 1명씩 추천한다. 수사기간은 준비기간 20일을 포함해 최장 140일로 규정했다. 1심은 공소제기일부터 6개월 이내, 2심과 3심은 전심 판결 선고일부터 각각 3개월 이내 반드시 판결을 선고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조희대 특검법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다"며 "법사위원장 임기 내에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사법부 독립의 보루인 대법원장을 탄핵하려 하고, 대법관 숫자를 늘려 입맛대로 하려는 것은 국제적 망신"이라며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유죄가 나왔다고 해서 어떻게 이런 법안을 함부로 내놓을 수 있냐"고 반발했다.
대법관수를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도 상정됐다. 앞서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30명으로 늘리는 개정안을, 같은당 장경태 의원은 100명으로 증원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장 의원은 개정안 제안이유에서 "대법원은 헌법상 최고법원으로서 국민의 권리를 최종적으로 확정하고 법질서의 통일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사법의 중심축"이라며 "그러나 현행법상 대법관수는 대법원장을 포함해 14명에 불과해 그 본래 기능을 온전히 수행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조희대 대법원장 등 사법부의 대선개입 의혹 진상규명 청문회'가 열릴 예정인 1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연합뉴스법원 판결을 헌법소원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도 상정됐다. 법원 판결이 부당하다고 여겨질 경우 이에 불복해 헌법재판소에서 다퉈볼 수 있도록 길을 트겠다는 취지다. 대법원 재판도 헌법소원 대상에 포함돼 사실상 '4심제'로 전환하는 내용이다. 해당 개정안은 민주당 정진욱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이에 대해 대법관인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법사위 회의에서 대법관 증원과 재판소원 도입에 대해 "사실상 4심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며 "전원합의체가 형해화돼 법령 해석의 통일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고 반대 의사를 표했다.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 요건 중에서 '행위'를 삭제하는 내용의 개정안도 의결했다. 현행 선거법은 당선을 목적으로 출생지·가족관계·직업·경력·재산·행위 등에 관한 허위사실 공표를 금지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비전형 노동자 간담회 종료 후 당 관계자에게 전달받은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이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황진환 기자앞서 대법원은 이재명 후보의 사건을 파기환송하면서 이른바 '백현동 발언' 등 행위를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해 공포되면 행위 부분이 삭제돼 이 후보는 면소 판결을 받을 수 있다. 면소는 법 조항의 폐지로 처벌할 수 없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은 "허위사실 공표죄가 무력화되면 결국 거짓말이 판치는 선거판이 되지 않겠냐"며 "유권자를 속이는 묻지마 이재명 당선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박희승 의원은 "허위사실 공표죄가 정치의 사법화를 이끄는 가장 대표적인 독소조항"이라며 "고소·고발이 남발하고 정치적으로 많이 악용되고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