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싹 속았수다'는 제주에서 태어난 청년 오애순(아이유)과 청년 양관식(박보검)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에 걸쳐 그려낸다. 이야기는 1960년부터 2025년까지의 흐름 속에서 중년 오애순(문소리)과 중년 양관식(박해준)의 삶까지 함께 조명한다. 넷플릭스 제공현장에는 든든한 수호천사가 있었다. 언제나 우리 애순이, 우리 애순이 했단다.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에서 중년 오애순 역을 맡은 배우 문소리가 극 중 감초 역할을 한 해녀 3인방 박충수(차미경), 최양임(이수미), 홍경자(백지원) 이모를 떠올렸다.
"진짜 그분들이 만들어준 세계가 아니었으면 애순이가 존재할 수 있었을까요?"
문소리는 "현장에서도 늘 '애순이 좋아', '애순이 먹어', '애순이 예쁘다'라고 말해줘서 너무 감사했다"고 전했다. 사실 극 중 이모 역을 맡은 배우들은 촬영 내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최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문소리는 "작품 속에서 사투리를 제일 제대로 소화해야 했는데 공부하시느라 고생 많이 하셨다"고 밝혔다.
이어 "멍게 다듬는 걸 배우느라 공도 많이 들였고, 그 추운데서 바지 고쟁이를 입고 물가에 있었다"며 "이번 작품에 만나서 너무 좋았다"고 덧붙였다.
'폭싹 속았수다'에서 관식 할머니 박막천 역을 맡은 김용림(좌측), 엄마 권계옥 역을 맡은 오민애. 넷플릭스 제공
또한 극 중 오애순의 시어머니 권계옥 역을 맡은 오민애도 언급했다. 앞서 두 사람은 단편영화 '여배우는 오늘도(2017)'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문소리는 "그동안 많은 작품에 출연하시다가 이번 작품에서 시어머니와 며느리로 만났다. 오민애 배우 연기가 정말 날개를 다셨더라"며 "그때도 연기를 너무 잘하셔서 좋은 배우라는 걸 알고 있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실제로 오민애는 극 중 '개가 나아, 개가', '살암시민 살아진다', '구박에 쏘리고, 살아줘 땡큐라, 땡큐라 너준다' 등의 대사를 맛깔나게 소화해 눈길을 끌었다.
"'애순이 다움' 생각했죠…박해준 나이 듣고 깜짝 놀라"
배우 문소리는 박해준과 함께한 장면 중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떠나기 직전 관식이 애순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며 등을 두드려 주던 장면을 꼽았다. 그는 "원래 3번 울면 못 울어서 리허설 때도 아껴두는데 그 장면만큼은 이불이 젖을 정도로 그렇게 슬펐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제공문소리는 대본을 받은 후 망설임 없이 출연을 결심했다. 그는 "김원석 감독님과 임상춘 작가님의 프로젝트라는 것만으로도 기대가 됐다"며 "대본을 읽고 덮자마자 계속 울고 있더라. 심지어 제니 엄마(김금순) 역이라도 괜찮으니 작품에 꼭 참여하고 싶을 정도였다"고 떠올렸다.
사실 문소리가 맡은 중년 오애순 역은 쉽지 않은 역할이었다. 아이유가 선보인 청년 오애순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했고, 개성이 뚜렷하기보다는 보편적인 엄마의 모습도 담아내야 했다.
여기에 김원석 감독과 임상춘 작가는 오여순의 엄마 전광례(염혜란)의 거칠고 억센 모습과는 대비되도록 중년 오애순에게 '애순이 다움'을 원했다.
문소리는 "오애순이 여전히 소녀 같고, 꽃잎 같고, 시인의 꿈을 가지는 이유가 무엇일지 생각했다"고 전했다.
"꽃핀, 꽃양말 등 집안 곳곳에 꽃을 만들어주며 애순이를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귀하게 해주는 관식의 사랑이 있었어요. 또 늘 귤나라 공주처럼 떠받들어주는 해녀 이모들의 사랑도 있으니 광례와는 다른 '애순이 다움'을 만들 수 있을 거 같았죠."
이어 "주변에서는 극 중 애순이의 모습과 제 평소 모습이 다르다고 했지만, 유일하게 (남편인) 장준환 씨만 '집에서랑 너무 똑같다'고 하더라"며 "또 딸에게도 대하는 모습이 금명에게도 자연스레 나왔고, 목소리 톤도 딸을 대하듯이 나왔다"고 말했다.
중년 양관식 역을 맡은 박해준의 연기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처음엔 해준이 제 남편이라고 해서 많이 어리다고만 생각했다"며 "극단에 늦게 들어온 줄 모르고 나중에 나이 듣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늘 든든한 뒷배처럼 자리를 지켜주는 느낌이었다"며 "정말 쉽게 나올 수 없는 호흡이었다. 둘이 스르륵 나온 거 같다"고 덧붙였다.
"딸, 아이유 팬 내심 뿌듯해해, 흰머리 성성하니 남편 반응은…"
배우 문소리는 극 중 관식이 계란말이를 좋아하게 된 배경에 대해 "그 시대 도시락 반찬으로 계란은 영양가 있는 단백질이었고, 섬이라는 환경에서 육고기가 귀하다 보니 중요한 반찬으로 생각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넷플릭스 제공
작품을 함께 본 남편 장준환 감독의 반응도 전했다. 문소리는 "후반부에 제 흰머리가 너무 성성하니까 저를 한 번 보고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저 정도면 늙어도 땡큐'라고 하더라"고 웃었다.
문소리의 딸은 숙모와 함께 봤다고 한다. 그는 "3막까지 본 후 딸과 얘기했는데, 숙모는 울었지만 딸은 울지 않더라. 이유를 물어보니 '엄마가 나오니 눈물이 안 났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딸이 아이유 팬이라 내심 굉장히 뿌듯해하는 것 같았다"며 "어렸을 때부터 유명한 사람들이 집에 왔다. 강동원을 보며 삼촌이라고 했는데 지금 찾아보니 차은우 급이라고 하더라. 조나단 만난 것도 그렇게 신기해하더라"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을 찍으면서 문소리는 남편을 새롭게 바라보게 됐다고 한다. 그는 "남편이 늘 내 옆에서 변함없이 예쁘다, 예쁘다, 최고다, 최고다 해주고 있었다"며 "결혼 전부터 날 보며 안 늙고 그대로 있는 것처럼 늘 그렇게 대해주고 있더라. 그 부분이 참 고마웠다"고 돌아봤다.
배우 문소리. 넷플릭스 제공그러면서 주변을 돌아보게 됐다고도 말했다. 문소리는 "제일 크게 느낀 건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건 주변에 저를 아끼고 사랑해 주는 사람들, 가족들, 친구들, 동료들 덕분이라고 생각을 한다"며 "보이는 관계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관계까지도 저를 존재하게 하더라. 딸에게도 결국 말과, 행동은 돌아온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끝으로 작품 메시지에 대해 말했다.
"같이 울고 웃어주신 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해요. 다른 메시지가 있진 않아요. 그냥 그렇게 그렇게 같이 살아가요."총 16부작으로 제작된 '폭싹 속았수다'는 지난달 28일 대미를 장식했다. 작품은 공개 3주 차 만에 550만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한때 글로벌 톱10 시리즈(비영어) 부문 1위에 오르는 등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관심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