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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가 '정치 초짜' 尹 파면하며 가르친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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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과 국회 사이 대립은 일방 책임에 속한다고 보기 어려워"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해소돼야 할 정치 문제"
"국회를 배제의 대상으로 삼아…민주정치 전제 허무는 것"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민 설득할 기회 있었다"
"야당 지지한 국민 의사 배제하려는 시도 해선 안돼"

류영주 기자·사진공동취재단류영주 기자·사진공동취재단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결정하면서 '정치의 문제'를 언급해 눈길을 끈다. 정치 경험이 사실상 전무한 채로 대통령직에 올랐던 윤 전 대통령에게 헌재는 '대화와 타협', '협치', '민주주의' 등의 용어를 사용하며 12·3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설명했다.

헌재는 4일 오전 헌재 대심판정에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결정했다. 평화적 계엄, 야당의 횡포, 부정선거 의혹 등을 거론하며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강조했던 윤 전 대통령 측의 주장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야당의 횡포로 국정이 마비된 상태에 이르렀다'는 윤 전 대통령 측의 주장 자체를 배척하지는 않았다. "야당이 주도하고 이례적으로 많은 탄핵소추로 인해 여러 고위공직자의 권한행사가 탄핵심판 중 정지됐다", "헌정사상 최초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증액 없이 감액에 대해서만 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주요 정책들은 야당의 반대로 시행될 수 없었고, 야당은 정부가 반대하는 법률안들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피청구인의 재의 요구와 국회의 법률안 의결이 반복됐다"고 헌재는 각각 밝혔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피청구인은 야당의 전횡으로 국정이 마비되고 국익이 현저히 저해돼 가고 있다고 인식해 이를 어떻게든 타개해야만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됐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청구인이 국회의 권한 행사가 권력 남용이라거나 국정마비를 초래하는 행위라고 판단한 것은 정치적으로 존중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국회는 소수 의견을 존중하고 정부와의 관계에서 관용과 자제를 전제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도록 노력했어야 한다"고 국회 측을 나무라기도 했다.


하지만 곧이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지적이 이어졌다. 헌재는 "그러나 피청구인(윤 전 대통령)과 국회 사이에 발생한 대립은 일방의 책임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고, 이는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해소돼야 할 정치의 문제"라며 "이에 관한 정치적 견해의 표명이나 공적 의사결정은 헌법상 보장되는 민주주의와 조화될 수 있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당과의 극심한 갈등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 책임이 아닐뿐더러, 갈등의 해결은 자유로운 의사 표시와 공적 시스템 등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다.

이어 "피청구인 역시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협치의 대상으로 존중했어야 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국회를 배제의 대상으로 삼았는데, 이는 민주정치의 전제를 허무는 것으로 민주주의와 조화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질타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국회의 권한 행사가 다수의 횡포라고 판단했더라도 헌법이 예정한 자구책을 통해 견제와 균형이 실현될 수 있도록 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헌재는 또 2024년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대패했던 부분을 거론하며 "국회의원 선거에서 피청구인이 국정을 주도하도록 국민을 설득할 기회가 있었다. 그 결과가 피청구인의 의도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야당을 지지한 국민의 의사를 배제하려는 시도를 해서는 안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이 사건 계엄을 선포함으로써 국가긴급권 남용의 역사를 재현해 국민을 충격에 빠트리고, 사회·경제·정치·외교 전 분야에 혼란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을 초월해 사회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했다"며 "헌법기관의 권한을 훼손하고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함으로써 헌법수호의 책무를 저버리고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인 대한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했다"고 다시 한번 질타했다.

아울러 "피청구인의 위헌·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행위에 해당한다"면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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