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인용 판단이 내려진 가운데, 재판관 8명 중 5명이 소수의견 중 하나인 '보충의견'을 냈다. 보충의견은 법정의견의 결론에 동의하면서 그 이유를 보충할 필요가 있을 때 내는 의견이다.
4일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에 따르면 탄핵심판 절차에서 전문법칙 형사소송법 적용을 완화하거나 엄격하게 적용할지를 두고 재판관 4명이 보충의견을 냈다.
형사소송법상 전문증거는 경험적 사실을 경험자 자신이 직접 진술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법원에 보고할 경우 그런 진술을 말한다. 누군가 경험한 사실을 들은 타인이 이 사실을 법원에 진술하는 형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전문법칙은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원칙적으로 부정하고 예외적으로 법률이 정한 요건을 충족할 경우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원칙이다. 헌재는 그간 선례에 따라 형소법상 전문법칙은 완화해 적용해왔다는 입장이었지만, 윤 전 대통령 측은 "피청구인의 인권을 심각히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발해왔다.
이미선(왼쪽) 헌법재판관, 김형두 헌법재판관. 황진환 기자이미선·김형두 재판관은 탄핵심판절차의 성격과 탄핵심판절차와 형사소송절차의 차이, 신속한 절차 진행의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탄핵심판절차에서 전문법칙에 관한 형소법 조항들을 완화해 적용하는 것이 헌법재판소법 제40조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탄핵심판절차에서 전문법칙에 관한 형사소송법 조항들은 완화해 적용할 수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이에 따라 이 사건에서 청구인이 제출한 수사기관 작성의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또는 진술조서는 그 절차의 적법성이 담보되는 범위에서 증거로 채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을 기재한 국회 회의록은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3호의 '기타 특히 신용할 만한 정황에 의해 작성된 문서'에 준해 증거능력이 있는 서류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반면에 탄핵심판의 중대성, 피청구인의 방어권 보장 등을 고려할 때 헌재가 앞으로는 탄핵심판절차에 있어서 형사소송법상 전문법칙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복형(왼쪽) 헌법재판관과 조한창 헌법재판관. 황진환 기자김복형·조한창 두 재판관은 "전문법칙을 엄격히 적용하는 경우 증거조사에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고 특히 국가의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의 탄핵심판 기간의 장기화로 발생하는 국가적 손해의 크기는 실로 막대할 것이라는 점에서, 대통령 탄핵심판에 있어 공정성 요청이 신속성 요청보다 다소 후퇴돼 왔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 탄핵결정의 영향력과 파급력이 중대한 점, 탄핵심판절차에 공판중심주의를 강화하고 피청구인에게 반대신문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반드시 탄핵심판의 신속성의 요청에 반하거나, 그보다 덜 중요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히려 탄핵심판 절차의 구조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고 게다가 헌법재판소는 탄핵심판절차에서 당사자의 신청이나 직권으로 증인을 채택해 그들에 대한 신문을 통해 증거가 심판정에 직접 현출되도록 해 공정한 재판을 실현해가고 있다"며 "이제는 탄핵심판절차에 요청되는 신속성과 공정성, 두 가지 충돌되는 가치를 보다 조화시킬 방안을 모색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정형식 헌법재판관. 류영주 기자정형식 재판관은 탄핵소추안 발의 횟수를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정 재판관은 "주요 소추사유에 변동이 없는 탄핵소추안의 재발의는 제한될 필요가 있고, 입법자는 탄핵소추의 성격과 본질, 국회의사의 조기 확정과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고위공직자를 탄핵소추한다는 공익 사이의 형량 등을 고려해 탄핵소추안의 발의 횟수에 관한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반복되는 탄핵소추안 발의는 고위공직자 지위의 불안정과 국가기능의 저하를 초래할 수 있으며 탄핵제도가 정쟁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근혜 탄핵심판 '보충의견'은…노무현 심판 땐 '비공개'
지난 2017년 '박근혜 탄핵심판 사건 변론'에서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모두발언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서는 세월호 참사에서의 대통령 책임과 탄핵심판을 헌법질서 수호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김이수, 이진성, 안창호 재판관의 보충의견이 있었다. 김이수·이진성 재판관은 "세월호 참사 관련해 피청구인은 생명권 보호의무를 위반하지는 않았지만, 헌법상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및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했다. 다만 그러한 사유만으로는 파면 사유를 구성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두 재판관의 취지는 박 전 대통령이 헌법상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및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했으나 이 사유만으로는 파면 사유를 구성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다만 미래의 대통령들이 국가위기 상황에서 직무를 불성실하게 수행해도 무방하다는 그릇된 인식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녹아 있다.
안창호 재판관은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문제로 정치적 폐습을 청산하기 위해 파면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엔 재판관들이 소수의견을 밝히지 않는다는 원칙이 적용돼 소수의견은 공개되지 않았다.
한편 탄핵심판 관련한 소수의견은 총 3가지로 구분된다. 반대의견은 주문에 반대하는 의견을 낼 때, 보충의견은 법정의견의 결론에는 동의하나 그 이유를 보충할 때, 별개의견은 법정의견의 결론에는 동의하지만 그 이유가 다르다고 판단할 때 낸다. 지난 3번의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반대의견과 별개의견은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