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늦어지면서 여야 간 대립도 격화하고 있다. 야당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압박하며 '줄탄핵'을 예고했고, 여당은 여기에 맞고발 카드로 응수하고 나섰다.
헌재의 숙의에 불안감이 커진 야당이 끝내 한덕수 권한대행에게 최후통첩까지 날리면서 여야의 벼랑 끝 강대강 구도가 가시화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30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 다음달 1일까지 마은혁 후보자를 임명하라고 공개 촉구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마 후보자 미임명시) 민주당은 중대 결심을 하겠다. 모든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압박했다. 사실상 최후통첩이다.
박 원내대표가 언급한 '중대 결심'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한 권한대행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겨냥한 '쌍탄핵'을 시사했다고 분석한다.
마 후보자 임명을 요구하는 야당의 압박은 날을 거듭할 수록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28일 긴급성명을 내고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다면 아무 것도 따지지 않고 바로 한 권한대행 재탄핵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선전포고했다.
한 권한대행 탄핵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승계할 국무위원들도 마찬가지로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이들을 연쇄적으로 '줄탄핵'하겠다고도 예고했다.
여당은 발끈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권내대표는 전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내각 총탄핵을 시사한 건 국무회의를 없애겠다는 뜻으로, 대한민국 정부를 전복하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초선 의원 전원을 비롯해 이재명 대표 등 72명을 내란음모와 내란선동죄로 줄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위헌정당해산심판'까지 거론하며 민주당을 해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대강으로 치닫는 여야의 극한 대립은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지연되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특히 민주당은 이 대표의 항소심 무죄로 사법리스크가 상당 부분 해소되면서 조기대선의 기대감이 부풀었는데, 헌법재판소의 숙의가 예상 이상으로 길어지는 상황이 마뜩잖은 형편이다.
이 대표 본인도 SNS에 "헌법질서의 최종 수호기관인 헌법재판소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등 재판관들이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탄핵심판 사건 선고기일에 입장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위기감 역시 한몫하고 있다. 실제 헌재의 선고가 지연되면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헌법재판관들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는 추측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고 있다. 재판관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의 탄핵안이 기각될 수 있다는 내용이 대체적이다.
일각에서는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의 임기가 만료되는 다음달 18일까지 탄핵 심판 선고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한 권한대행을 비롯한 민주당의 '줄탄핵' 카드는 이같은 조바심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마 후보자 임명으로 혹시나 모를 탄핵 기각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계산인 것이다.
윤 대통령 탄핵안 기각이라는 항간의 뜬소문이 사실이라면, 마 후보자를 평의에 합류시켜 대통령 파면 조건인 '인용 6인'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판단이다.
다만 한 권한대행이 기존 입장을 바꿔 마 후보자를 임명할지는 미지수다. 앞서 한 권한대행은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서 그 사유로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현재도 그 상황에는 변함이 없다. 되려 야당이 마 후보자 임명을 압박하면서 '줄탄핵' 카드를 꺼내든 데에 여당이 강한 반발로 맞서는 상태다. 여야 간 합의를 원칙으로 세운 한 권한대행이 기존 입장을 고수할 거라는 관측의 배경이다.
그럼에도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 선고가 있기까지 야당의 공세는 계속 그 수위가 높아질 전망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마 후보자 임명을 두고 최상목에 이어 한덕수도 끝까지 버티기에 들어간다면 결국 윤석열 지키기라는 부정 여론이 자연스레 부각될 것"이라며 "탄핵소추의 명분이 쌓이면 그동안 당내에서 우려했던 줄탄핵 역풍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헌재 선고가 이뤄질 때까지 압박을 멈추면 안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과 헌재 압박에 총공세를 펴는 민주당은 31일 마 후보자 임명을 촉구하는 국회 결의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달 최상목 당시 권한대행 앞으로 내놓은 결의안을 이번엔 한 권한대행으로 대상을 바꿔 다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민주당을 포함한 야5당은 이날도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장외집회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