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의대 증원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의료대란을 계기로 새롭게 착수한 의사 수 추계 연구에서도 증원하지 않으면 부족하다는 의견과 증원하지 않아도 초과 공급이라는 의견이 엇갈렸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10일 서울의대에서 '의사 수 추계 연구 공모 발표회'를 열어 서울의대, 서울대 보건대학원,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등 세 연구팀에서 각각 제출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서울의대 연구팀은 의대 증원이나 의료시스템 개혁 없이도 2037년까지는 의사 공급이 초과 상태라고 결론 내렸다. 의사의 1년 근무일수를 주 5일 근무에 가까운 265일로 가정했다.
증원과 개혁이 없을 경우 2035년 기준으로 초과 공급되는 의사 수는 1375명으로 예측됐다. 다만 2050년에는 1만6241명의 의사가 부족해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의대 정원 확대가 긴급한 사안이 아님을 시사한다"며 "강력한 의료시스템 개혁이 이뤄지면 의대 정원 확대는 필요하지 않지만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2037년 이후부터는 의사 부족 발생이 예측됐다"고 밝혔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은 증원하지 않으면 2030년에는 9063명, 2040년에 2만1345명, 2050년에 2만8664명이 부족해질 것으로 예측했다. 역시 의사 근무일수를 265일로 가정했다.
의사 수 부족 규모는 2050년에 정점을 찍은 후 2060년에는 1만7843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관측했다.
2026년부터 의대 정원을 매년 1500명씩 증원하면 2050년 부족 규모는 5612명이 되고, 2060년에는 1만7064명 공급 초과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은 "의사 인력 정책은 증원 논의에만 국한해선 안 된다"며 "지역 간 균형 있는 의료 공급, 의료전달체계 개편 등과 결합해 종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의사 근무 일수가 '현 수준인 연 289.5일(의료정책연구원의 2020 전국의사실태조사)'로 유지된다면, 증원하지 않아도 2035년에는 3161명이 공급 과잉일 것으로 봤다. 5년간 연간 2천명씩(2025학년도에는 1509명) 증원할 경우 1만1481명 과잉으로 추산했다.
의협 연구에서도 의사의 근무일수를 265일로 적용하면 증원이 없을 경우 2035년에 9691명이 부족한 것으로 나왔다. 연 265일 근무시 5년간 증원하면 2035년에는 1371명이 부족했다.
의대 증원시 의사 근무일수 별 '의사 인력 부족·초과' 현황.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제공이처럼 근무일수를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졌는데, 의협 연구원은 265일 근무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의사 수 부족을 예측한 것도 근무일수 때문이라고 봤다.
의협 연구원은 "이번 연구에서 정부가 2035년에 의사가 1만명 부족할 것으로 예측한 것은 근무일수를 과소평가한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며 "합리적인 중장기 의사 수급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의료 제공자, 관련 단체와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