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지난해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에 반발해 사직한 전공의들이 열악한 수련 환경 개선을 요구했다.
대한의사협회·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 국회 입법조사처·보건복지위원회는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사직 전공의들은 직접 겪은 열악한 수련 환경을 토로했다.
김은식 전 세브란스병원 전공의는 "2015년 전공의 특별법이 생긴 이후로 10년이 지났지만 전공의들은 여전히 가혹한 환경에서 근무하며 부조리를 그대로 따르도록 강요받는다"고 밝혔다.
이어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에서 수련받고 있는 도중 임신했던 전공의들은 임신 초기부터 출산 수일 전까지 야간 당직을 포함해 36시간 연속 근무가 강제됐다"며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임산부는 본인이 명시적으로 청구하지 않는 한 야간 근로 및 시간 외 근로가 금지돼 있지만 당직과 근무가 이어져 36시간 연속 근무가 빈번했다"고 지적했다.
김준영 전 순천향대병원 전공의는 "전공의들은 평일은 매일 정규 근무를 하고 공휴일에는 보통 주에 2~3회씩 당직 근무를 추가로 한다"며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가 정규 근무이고, 당직일에는 오전 8시부터 다음 날 오후 5시까지 33시간을 연속으로 근무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산술적으로는 정확히 주 100시간이며, 근로기준법에 있는 휴게 시간을 고려하면 주 88시간이지만 실제로 휴게 시간은 없다"며 "저는 (주에) 실제로 120시간 이상 근무한 적이 많았고, 80시간 이하로 근무한 적은 전체 수련 기간의 반의반도 안 된다"고 토로했다.
2022년 대전협이 실시한 전공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공의 평균 근무 시간은 77.7시간이었고, 4주 평균 80시간 넘게 일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52.0%에 달했다. 전공의 10명 중 6명 이상이 주 1회 이상 24시간을 초과해 연속 근무하기도 했다.
사직 전공의들은 이처럼 수련 시간은 길지만 정작 전문의가 되기 위한 교육은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김 전 전공의는 "전공의 수련 과정에서 독립적으로 외래 진료 기회를 주는 과목은 손에 꼽힌다"며 "저는 내과를 수련했는데 전공의 수련 기간 동안 독립적으로 외래 진료를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외과의 경우 전공의에게 주요 수술의 단독 집도 기회를 주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내과가 외래 진료를 수련받지 못하고, 외과가 수술을 수련받지 못하는 전공의 수련 환경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의료현장 정상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직 전공의들은 전공의 특별법을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의협 부회장)은 "의료인들도 장기적으로 근로기준법에 맞춰 가야 한다"며 "수련 시간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주 40시간 제한을 따르되, 현실적으로 반영하기 어려울 때는 교육적 목적을 위해 1주일에 24시간을 한도로 수련 시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장 시급한 것이 연속 근무다. 연속해서 36시간을 근무하면 24시간 깨어 있는 것만 해도 환자 위해(危害) 발생 가능성이 당연히 높아진다"며 "최대 연속해서 근무할 수 있는 시간을 24시간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공의 교육을 의무화해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지도 전문의에게 교육 수당을 지급해선 안 된다"며 "환자 수 제한 등을 통해 전공의 노동을 제한하고, 교수 및 전문의가 전공의 업무를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를 위해 전문의 추가 채용을 통해 수련 병원의 전공의 의존도를 해외 수준으로 낮추는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며 "이는 전공의 보호와 환자 안전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