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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괜괜' 감독 "오그라드는 대사도 이레 거치니 '항마력' 생겨"[엔딩크레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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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영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김혜영 감독
한국 최초 제74회 베를린영화제에서 제너레이션 케이플러스 부문 최고상인 수정곰상 수상

영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김혜영 감독.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영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김혜영 감독.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영화 상영이 끝난 후 올라가는 엔딩크레딧에는 한 편의 영화를 관객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참여한 여러 사람의 이름이 담겨 있습니다. '엔딩크레딧'에서는 영화가 스크린에 걸리기까지 달려온 다양한 영화인들과 영화에 숨겨진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 스포일러 주의
 
11~14세, 어떻게 보면 가장 솔직하고 냉정한 심사위원들이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의 손을 들어줬다. 제74회 베를린영화제에서 제너레이션 케이플러스 부문(11~14세 어린이 7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선정) 최고상인 수정곰상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이제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가 오랜 기다림 끝에 국내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신인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지만 베를린에서의 반응은 뜨거웠다. 관객들은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가 던진 '괜찮아'라는 메시지에 '고마워'라고 화답했다. 심지어 다음 작품을 기다리겠다는 관객도 있었다. 김혜영 감독은 그런 관객들을 보며 '전우애'를 느꼈다. 그 정도로 소중하고 감사했했다.
 
베를린에서 성과를 거뒀지만, 배급사를 찾아 개봉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그렇기에 김 감독은 아직도 현실이 맞는지 믿을 수 없다며 "개봉하면 매일 극장에 갈 것"이라며 웃었다. 그렇게 자신의 영화가 관객들과 어떻게 호흡하는지 실감하고 싶다는 것이다.

영화를 만난 관객들은 '비타민' 같은 영화라고 호평을 보내고 있다. 과연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는 어떻게 어린이 관객부터 성인 관객까지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는 영화로 탄생하게 됐는지, 김혜영 감독과 함께 그 시작점부터 살펴봤다. 인터뷰 하는 동안 쾌활하게 답하는 김 감독은 마치 인영(이레)을 보는 듯했다.

영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스틸컷.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영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스틸컷.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한국 무용과 성장 드라마는 어떻게 결합하게 됐을까


▷ 누군가를 위로할 때, 또는 위로받고 싶을 때 가장 듣고 싶은 말 중 하나가 '괜찮아' 아닌가 싶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는 어떤 계기로 탄생하게 된 작품인지 그 시작점이 궁금하다.
 
처음에는 다른 시나리오를 제안받았는데, 내가 성장 드라마로 새로 써보면 어떻겠냐고 역으로 제안했다. 그렇게 무용하는 고등학생만 남기고 나머지는 새로 작업했다. 무용이라는 게 욕망, 시기, 질투, 감정들을 표현하기에 좋다. 한 인간과 주변의 관계가 성장하는 이야기가 편안하게 전달될 거 같았고, 이를 성장 드라마로 그려보고 싶었다.
 
또 예전부터 갖고 있던 로망이 되게 평범한 이야기, 별것도 아닌 이야기인데 감정을 쌓아서 마음을 움직임이고, 울림이 생기는 작품을 만드는 거였다. 평범한 이야기, 대단할 것 없는 이야기이지만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받는 감정이 다를 거라 믿고 도전했다.
 
▷ 말한 것처럼 익숙한 이야기이지만, 잊고 있던 것들을 상기하게 해주는 영화다. 그리고 말맛과 판타지 연출 등을 통해 익숙한 걸 새롭게 보여주려고 한 시도가 엿보였다.
 
중간에 상상 장면이 세 번 나온다. 처음 아이들의 일등 귀신, 이등 귀신 이야기 그리고 마녀의 성, 마지막 인영이가 놀이동산에서 춤을 추는 장면이다. 영화는 평범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사실 잔잔하게 흘러간다. 그렇기에 관객이 끝까지 시선을 떼지 않고 보게 하기 위한 장치가 중간에 필요했다. 인물이 처한 상황이나 캐릭터를 녹여서 표현하면 괜찮겠다 싶었고, 최대한 아이의 시선으로 조금 재밌게 생각해 봤던 장면들이다. 그리고 마녀의 성 초록 음식 메뉴를 정할 때 내가 신이 나서 너무 재밌었다.(웃음)
 
▷ 정말 초록초록했다. 초록 주스의 맛은 실제로는 어땠나?
 
초록 주스는 실제로는 맛있다. 그리고 달달하다!

영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스틸컷.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영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스틸컷.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 영화는 주인공 인영의 성장 드라마이지만, 설아(진서연)와 같은 어른들에게도 성장 드라마일 수 있다. 또 나리(정수빈)와 나리 엄마(심이영)에게도 성장이자 변화의 이야기도 다룬다. 여기에 하이틴물처럼 갈등과 화해를 담고 있고, 세대 갈등에 관해서도 보여준다. 이 여러 이야기와 갈등의 교집합이 '춤'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전통무용을 이번 영화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이유가 궁금하다.
 
한 번도 안 보여준 거 같아서 새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한국 무용 안에 독무도 존재하지만, 육고무나 부채춤 등 군무가 꽤 많다. 군무는 아이돌의 칼군무처럼 어느 한 명이 잘나고 튀어서가 아니라 무대 위 무용수 모두가 합을 맞추고 융화되어야 하는 앙상블 공연이다. 영화 속 인물들은 개인적인 일과 관계를 겪으면서 사람으로 상처받지만 또 사람으로 위로받는다. 각기 다른 인물이 하나의 공연으로 화합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한국 무용으로 하게 됐다.
 
▷ 화합이 되는 모습을 보여준 무대 중에서도 아이돌 음악으로 피날레를 장식한 무대가 인상적이었다. 아이들의 화합뿐 아니라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전통과 현대의 화합을 보여줬다.
 
마지막 퓨전 안무는 '변화'에 대한 것 때문에 넣었다. 실제 무용하시는 분들에게 물어보니 퓨전으로 많이 시도하고 있다고 하기에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또 연습실 장면을 보면 동작에 퓨전 안무 동작이 많이 나온다. 자세히 보면 그 동작들이 이어져 있다.

영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스틸컷.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영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스틸컷.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변화하고 성장하는 아이와 어른 그리고 이상적인 어른


▷ 영화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캐릭터다. 인영을 통해 관객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 속 아이들의 세계에서 어떤 모습을 발견하고 이해해 가길 바라면서 구축한 캐릭터인지 궁금하다.
 
인영은 결핍이 있다. 환경적인 결핍도 있고, 힘들지만 꿋꿋한 척하는 결핍도 있다. 어리고 씩씩한 친구인데, 되게 환경적으로 많은 결핍을 줬다. 인영이 헤쳐나가는 모습을 통해 관객에게 용기와 함께 '너도 할 수 있어!'라는 응원을 주는 캐릭터다. 그리고 인영은 사실 주변을 되게 환하게 밝게 만들어 준다. 인영이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다!
 
▷ 인영을 보면서 많이 한 생각 중 하나가 이레라서 인영이 완성됐다는 거였다. 이레의 어떤 점이 본인이 생각한 인영을 잘 완성해 줄 것이란 믿음을 가지게 했나?
 
이레의 눈! 그리고 이레의 연기력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미팅할 때 이레의 눈을 쳐다봤는데, 이레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야 할 것 같더라. 진정성을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레의 눈을 보고 확신을 가졌다. 연기적인 건 원체 경력도 많고 잘하는 친구이기도 하고. 그리고 활자만 봤을 때는 오그라드는 대사, 정말 못 버티겠다는 순간이 있었는데 이레의 입을 통하고 나니 항마력이 채워지더라.(웃음) 캐스팅을 정말 잘했다.

영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스틸컷.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영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스틸컷.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 어릴 때는 어른이 되면 뭐든 완벽하게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어른이 되면 '어른'이기에 완벽해야 하고, 또 안 괜찮아도 괜찮다고 해야 할 거 같다는 무의식적인 압박이 존재한다. 설아는 그런 캐릭터였고, 인영을 통해 완벽하지 않아도, 안 괜찮아도 괜찮다는 걸 깨닫는다. 또 인영이 부재로 인해 갈등을 겪는다면, 나리는 존재로 인해 갈등을 겪는다. 초반 인영의 입장에서 보면 나리는 악역 같은 존재일 수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사실 설아와 나리는 비슷하다. 세대를 보여주기 위해 나눈 거다. 나리의 미래가 설아 같은 느낌일 것이라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두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한 여유와 평안 보다 엄마의 기쁨이 나의 기쁨이라며 치열하고 여유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다. 미움이 많고 질투가 많은 사람은 대부분이 진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다. 열심히 살다 보니 너무 자기 생각만 하는 거다.
 
남을 이해하기보다 내 걸 갖고 싶고, 욕심과 질투가 생기고, 미움이 생긴다. 결국 질투란 자기 환경 안에서 너무 아등바등 살다 보니 파생되는 감정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캐릭터들을 나쁘게만 그리고 싶지 않았다. 진짜 범죄자가 아닌 이상 세상에 나쁜 사람이 어디 있냐고 하는 것처럼, 처음부터 악인이 있었을까? 그런 마음으로 이 작품을 만들었다.
 
그리고 난 진짜 솔직하게 진서연 배우가 귀여워서 캐스팅했다. '독전' 등 강한 이미지를 가졌지만, 나에겐 귀엽게 보였다. 또 설아가 뒤에 가서 변화하는데, 그때 귀엽고 코믹적인 부분을 살릴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나중엔 스태프들도 진서연 배우를 귀엽다고 하더라. 그러게 내가 계속 귀엽다고 했는데! 진서연 배우는 너무 다양하게 표현하기 좋은 면면을 갖고 있다.
 
▷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신스틸러 동욱(손석구)이다. 동욱은 설아와 반대로 겉으로는 철없어 보이지만, 속 깊은 인물이다. 항상 어린 인영의 눈높이에서 대하고, 또 필요할 때는 어른으로서 인영을 감싸준다. 모두가 되고 싶은 어른의 모습이자, 내게도 필요한 어른의 모습이다. 이런 이상적인 어른의 상은 감독의 바람이 담긴 건가?
 
내가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어른의 모습을 동욱을 통해 그려냈다. 동욱은 인영이 스스로 어려움과 슬픔을 극복하고 받아들일 때까지 무던히 기다려주고 지그시 바라봐준다. 소위 말해서 기다려주는 어른으로 설정했다. 보통 아이가 그러면 어른은 걱정하면서 밥 먹었냐며 묻고, 밥을 차려주거나 돈을 쥐여준다. 그러면 당사자가 자기 현실을 직시하게 되면서 너무 비참해질 거 같았다. 그래서 그 순간만은 잊고 아이로서 해맑음을 유지할 수 있는 그런 친구 같은 사람으로 동욱을 만들었다. 그래서 약사가 하는 대사들이 결국 어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영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김혜영 감독.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영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김혜영 감독.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은연중에 스리슬쩍 침투하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 어른인 설아가 아이인 인영에게 스며들며 변화하는 것을 보여주는 장치 중 하나가 이른바 초딩입맛의 대표 명사라 불리는 스팸과 계란프라이다. 메뉴 선택에는 어떤 의도가 반영된 건가?
 
주스를 마시면 몸매를 관리하는 설아는 가공육을 절대 먹지 않을 거다. 본인에게 관대하지 않은 거다. 설아에게 관대함을 주기 위해 가공육, 너무나 맛있는 스팸을 넣었다. 흔하고, 음식을 만드는 데 공력이 많이 들지 않는 메뉴로 골랐다. 스팸이나 계란프라이는 집에 반찬이 없을 때 먹기 좋은 메뉴다. 그리고 난 계란프라이는 정말 최고의 대접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간단한데 보살핌을 받는, 계란프라이를 주면 VIP인 느낌이다.
 
▷ 결국 먹지 않던 스팸과 계란프라이를 함께 먹으며 둘이 가족이 됐음을 보여주는 마지막 장면이 뭉클했다.
 
인영이 설아의 집에 들어가기 전, 예술단에 자기 짐들을 하나씩 심어놨다. 인영이 그 공간을 무서워하지 않고 놀이터처럼 생각한다는 걸 장난스럽게 심어놓았다. 인영이 그 물건들을 갖고 설아의 집으로 가서 풀어놓는다. 일종의 '침투'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는 서로가 서로의 마음에 침투하는 작품이다. 인영이가 설아의 집 화장실에서 수건걸이에 수건을 거는 행위가 침투의 시작이라고 봤다. 음식이 관계 변화라면, 사소한 물건들은 침투를 보여주는 거다.

영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스틸컷.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영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스틸컷.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 지금 관객들에게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가 어떻게 다가갔으면 하나?
 
되게 스리슬쩍 다가갔으면 좋겠다. 편안하게 한발 싹 걸치고, 은연중에 스리슬쩍 침투하듯이, 물에 물감 퍼지듯이! '뭐지?' 했을 때 옆에 있는 친구 같은 느낌으로 그냥 편하게 접근해서 봤는데 재밌었다고 할 수 있는 영화 말이다. 오늘을 마무리하면서 '기분 좋은 날이었어'라며 끝내면 그걸로 만족스러울 것 같다.
 
▷ 그렇다면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를 극장에서 봐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큰 화면으로 몰입해 보면 인물들을 조금 더 세밀하게 볼 수 있고, 감정 변화가 더 잘 보인다.
영화는 결국 내가 온전히 즐기고 싶어서 보는 거 아닌가. 눈물이든, 웃음의 즐거움이든, 슬픔의 즐거움이든 그 즐거움을 극대화해서 본다는 건 자신에게 큰 선물을 주는 거다. 또 한국 무용을 다루고 있기에 극장에서 보면 조금 더 생생하게 볼 수 있다. 극장에서 보면 5배 정도 재밌고, 집에서 보면 2배 정도 재밌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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