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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박정민 "독립군들, 독립운동 나선 순간 이미 '영웅'"[EN: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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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얼빈' 향한 여정에 나선 사람들 ③ 독립군 우덕순 역 배우 박정민

영화 '하얼빈' 독립군 우덕순 역 배우 박정민. 샘컴퍼니 제공영화 '하얼빈' 독립군 우덕순 역 배우 박정민. 샘컴퍼니 제공
※ 스포일러 주의

누구나 한 번쯤 교과서나 역사서에서 독립군의 이야기를 마주한다면 이런 질문을 해봤을 것이다. '과연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배우 박정민 역시 '과연 내가 그때 살았다면?'이라면 질문을 던져봤다. '나라면 용기 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돌아온 내면의 답은 '나는 못 할 것'이라는 부끄러움이었다. 영화 '하얼빈'에서 독립군 우덕순을 연기하면서도 그는 다시 한번 '과연 나라면?'이라는 물음을 마주했다. 이번에도 답은 마찬가지였다.
 
대신 박정민은 다시 다가온 질문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갔다. 자신의 솔직한 대답 이면에 담긴 것들은 무엇이었을지 생각했다. 그리고 그 답은 자신이 연기한 우덕순에게서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처럼 '과연 나라면?'이라는 질문을 가슴 속에 품어봤던 관객이라면 '하얼빈'을 보며, 박정민이 연기한 우덕순을 보며 답을 도출하기까지 곱씹었던 생각과 고민의 행간에 담긴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만날 수 있다.
 
과연 박정민은 어떻게 '하얼빈' 속 세계와 우덕순의 여정을 밟아나가며 질문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찾았는지,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화 '하얼빈' 스틸컷. CJ ENM 제공영화 '하얼빈' 스틸컷. CJ ENM 제공 

독립군 우덕순으로서의 여정

 
고향도, 가족도 없는 자신을 거둬준 의군들과 함께 조국을 되찾기 위해 애써온 우덕순은 일본군들의 기습공격으로 수많은 동지를 잃어 힘들어하는 안중근(현빈)에게 힘이 되어준다.
 
이러한 우덕순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그 사이사이 인간 우덕순으로서의 선명함은 물론 독립군 우덕순으로 겪는 고뇌와 괴로움, 슬픔을 마주할 수 있다. 흔히 아는 '영웅'적인 독립군의 면모 뒤에 감춰진 두려움을 알고 나약함을 지닌 인간의 모습이다.
 
박정민은 시나리오를 읽고 우민호 감독과 처음 만났을 때 이미 '하얼빈' 안에서 어떻게 연기해야 하는지 대략의 얼개를 잡았다. 그는 '하얼빈'을 "안중근 장군을 앞세우지만, 사실 그 시절 독립군들을 비롯한 옳은 일을 하고자 했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자 그 사람들의 마음에 관한 이야기"라고 요약했다. 그리고 이러한 점이 박정민의 마음을 끌었다.
 
그러다 보니 박정민은 자연스럽게 당시 인물들의 마음이 어땠을지 고민하며 작품을 준비했다. 그는 "치장하지 말고, 정말 그 시절 커다란 일 앞에서 한 개인이 의지만으로 행할 수 있는 일이었을까? 힘들고 떨리고 무섭진 않았을까? 이러한 지점을 많이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영화 '하얼빈' 스틸컷. CJ ENM 제공영화 '하얼빈' 스틸컷. CJ ENM 제공
'하얼빈'은 특별한 사람이 영웅, 즉 독립군이 되는 게 아니라 지금도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 독립군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과연 나라면?'이라는 가정이 현실이 된 사람들인 것이다.
 
박정민은 "학교에서 역사 교육을 할 때, 과연 내가 그때 살았더라면 지금 내가 배우고 있는 인물들처럼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내가 정말 독립운동을 하며 독립을 외치고, 참전하고, 그 어떤 마음들이 꺾이지는 않았을지 자문을 해봤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 부끄럽지만, 대부분 그때마다 참 많은 순간 '나는 못 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나는 그 정도 용기가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번 작품을 촬영하면서도 '내가 만약 그 시절에 살았던 사람이었다면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을까? 못 했을 거 같은데'라는 마음의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생각이 이어졌다.
 
"그분들(독립군들)도 거대한 적 앞에서 굉장히 많이 흔들리고 무섭고 했겠지만, 그 일(독립운동)을 하겠다고 생각한 그 순간과 의지만으로도 그분들은 충분히 영웅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두려움을 이겨낸다는 건, 사실 범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겠다고 한 번 더 생각하게 된 거죠."

영화 '하얼빈' 스틸컷. CJ ENM 제공영화 '하얼빈' 스틸컷. CJ ENM 제공 

하얼빈 의거의 동지이자 박정민이 사랑하는 조우진

 
대장 안중근의 결정을 늘 지지하는 충직한 동지 우덕순은 신아산 전투 이후 전쟁포로를 살리고자 했던 안중근의 의견에 반대하지만, 대장의 의견을 따른다. 박정민은 처음부터 우덕순의 안에는 안중근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봤지만, 신아산 전투를 통해 자신의 예상보다 더 크고 깊었음을 느꼈다. 이는 기차 안에서 밀정의 처분을 논의할 때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때는 조금은 다른 마음도 끼어들었다. 바로 김상현(조우진)에 대한 우덕순의 마음이다. 박정민은 "원칙적으로는 처단해야 하지만, 그러기에 고난과 많은 시간 함께 겪은 동지"였기에 울컥하면서도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현장에서 그와 가장 많이 합을 맞춘 배우 역시 조우진이었다. 그리고 박정민이 전한 그를 향한 마음 역시 단순하지만은 않았다.
 
박정민은 데뷔 이후 10여 년이 지나는 동안 배우로서 자신의 개인적인 삶을 어디까지 쏟아부어야 할 것인지 고민을 거듭했다. 일 때문에 자신의 삶을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진다는 생각이 든 순간, 덜 고통스러우면서도 연기를 지속할 수 있는 삶을 모색해 왔다. 이에 대한 뚜렷한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을 때 만난 게 조우진이었다.
 
영화 '하얼빈' 스틸컷. CJ ENM 제공영화 '하얼빈' 스틸컷. CJ ENM 제공
그는 "나보다 경험도 많은 한 배우가 아직도 한 편의 영화, 하나의 역할에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도대체 그런 고민을 왜 하고 있었던 것인지에 관해 생각을 많이 했다"라며 "기꺼이 내 삶을 던져서라도 이 일을 지켜내겠다는 시절이 있었는데, 왜 자꾸 생각이 많아졌을까 반성하는 순간이 굉장히 많았다"라고 말했다.
 
박정민은 "(조우진) 형님이 자기 자신을 그렇게 내몰아 가면서 이 영화에 보여준 진심과 태도에서 나는 죽을 때까지 이 배우를 지지하겠다고 생각했다. 지지라는 표현도 내 마음을 충족하는 단어는 아니다"라며 "언제 어디에 계시든, 나라는 사람한테 너무나도 큰 생각과 긍정적인 영향을 안겼다. 그 은혜는 사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나는 이 형님을 끝까지 지켜보면서 지지하고 사랑해야겠다는 마음이 들게 한 촬영 기간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고"라며 "나는 끝까지 조우진 배우를 지지하겠다"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영화 '하얼빈' 독립군 우덕순 역 배우 박정민. 샘컴퍼니 제공영화 '하얼빈' 독립군 우덕순 역 배우 박정민. 샘컴퍼니 제공 

"더 열심히…"

 
많은 생각을 하고 좋은 사람과의 인연을 연결해 준 '하얼빈'은 박정민에게 "영화 현장은 생물과도 같다"라는 말을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느끼게 해준 현장이었다.
 
그는 "어디로 튈지 모르고, 계속 움직이고, 꿈틀대는 것들을 포착해 내야 하고, 좋다고 생각되는 걸 밀어붙여야 하고, 현장은 물론 숙소에 가서도 계속해서 하나의 작품에 관해서 이야기를 끝내지 않는 감독님과 형님들과 그걸 지켜보는 나"를 만났다. 그 과정에서 "그래, 영화라는 게 이렇게 찍는 거였어"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
 
영화배우가 되고 싶었을 때 그리고 영화배우가 됐을 때 자신이 좋아하던 영화가 바로 '하얼빈' 같은 영화였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했다. 그는 "영화를 보고 나니 우리의 그 과정이 꽤 의미 있는 시간이었구나 싶다"라며 지금까지 지나온 시간을 정리했다.
 
박정민은 자신에게 많은 것을 안겨준 '하얼빈'을 "앞으로도 내가 영화를 찍는다면, 그런 과정을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과 계속 가져가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는 영화"라고 정의했다.
 
'하얼빈' 개봉 전에도 드라마, 영화, 예능, 유튜브는 물론 출판까지 정말 여러 방면에서 쉬지 않고 자신 만의 여정을 달려온 박정민이다.

어느 날 마주하게 된 거울 속 자신의 모습에서 그에게 "이 표정을 어디서 봤더라?"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그 순간 "물론 한 사람이 이 세상에 있는 모든 표정을 지어낼 수 없겠지만, 한 번 지었던 표정을 다시 쓰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난 직업이 배우고, 연기는 일이다. 세상에 수많은 사람이 매일 자기 일터로 가기에 매일 촬영하고 게 사실 엄청 특별한 일인가 생각을 자주 한다"라며 "그리고 그건 정말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도 자주 했는데, 거울 앞에서 든 생각 때문에 조금만 쉬어보기로 했다. 조금은 내가 얻을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그렇게 박정민은 잠시나마 바쁘게 달려왔던 자신의 여정에 쉼표를 찍기로 했다.
 
"그래서 열심히 쉬고, 더 열심히 일하러 가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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