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유준 역 배우 도경수. 컴퍼니수수 제공※ 스포일러 주의 커다란 눈에 때로는 능청스러움을, 때로는 진지함을, 때로는 열정을 담아내던 배우 도경수의 눈빛에 그 어느 때보다 깊고 진한 사랑이 드리웠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로 그토록 바라던 첫 멜로 연기에 나선 도경수는 사랑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시공간을 넘는 유준을 매력적으로 그려냈다. 사랑이라는 마법을 담은 피아노 선율을 따라 정아(원진아)에게로 향하는 유준의 눈빛 속에는 사랑의 설렘과 초조함, 두려움이 한가득하다.
동명의 원작은 지난 2008년 첫 개봉 당시 평단과 대중의 호평과 받으며 많은 사람의 인생 영화로 기억되고 있다. 그런 만큼 도경수도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도경수는 부담감에 위축되는 대신, 도전에서 오는 긴장감을 또 다른 즐거움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오히려 엄청 재밌을 것 같았다. 오히려 주걸륜이 연기한 걸 어떻게 해야 다르게 보일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다"라고 했다. 그렇게 도경수는 유준으로서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도경수가 본 원작과 다른 유준의 차이 "표현법"
2008년 작품을 2025년 관객에게 선보이는 만큼, 인물과 배경 등 설정과 분위기가 원작과는 달라졌다. 그중에서도 고등학교가 배경인 원작과 다르게 대학교 캠퍼스를 누비는 음대생들의 이야기로 바뀐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그러면서 주인공 유준의 캐릭터가 가진 부분도 여러 가지로 변화할 수밖에 없었다.
천재 피아니스트로 해외에서 명성을 떨치던 유준은 팔목 부상 후유증으로 한국에 반년간 교환 학생으로 오게 된다. 등교 첫날 피아노 선율에 이끌려 간 오래된 연습실에서 정아와 처음 마주치고 피아노라는 공통분모로 두 사람은 급격하게 가까워진다.
도경수는 "원작에서는 사실 유준처럼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적극적으로 찾아가거나 대시하지 않고 기다리는 면이 많았다"라며 "한국판은 남자 주인공인 유준이 굉장히 적극적이다. 사랑 이야기는 비슷하겠지만 감정선이나 표현도 달라졌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표현이 달랐던 건, 예를 들어 대사 자체도 '너를 위해 연주할게'처럼 문어체적인 대사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이를 표현하는 것 역시 달랐다"라며 "또 피아노 연주할 때 느껴지는 감정이 있는데, 재밌고 행복하다가도 두려운 걸 비유해서 상대에게 이야기한 게 많이 다른 점"이라고 이야기했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도경수의 원픽 '고양이 춤'
무엇보다 촬영하면서 가장 걱정됐던 건 '피아노 연주' 장면이었다. 도경수가 연기한 유준은 천재 피아니스트로 해외에서 명성을 떨치는 인물이다. 이를 비전공자인 그가 연기하기에는 여러모로 어려운 점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도경수는 "'더 문' 촬영 끝나고 한 달도 안 돼 바로 '말할 수 없는 비밀' 촬영에 들어갔다. 3주간 어떻게든 최대한 해내야 했다"라며 "전곡을 직접 치는 건 불가능하니 짤막하게라도 곡에 있는 부분을 최대한 연습하고, 피아니스트들의 움직임을 모방하려고 많이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피아노를 지도해 준 선생님들의 모습을 카메라로 촬영해 반복해서 따라 했다.
영화의 백미 중 하나인 피아노 배틀 신의 경우 사흘이나 촬영해야 했다. 그는 "손만 기술적으로 촬영해 쓰는 게 아니기에 피아니스트의 동작을 조금의 오차도 없이 따라 해야 했다"라며 "그래서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그래도 피아노 쳤을 때는 재밌게 촬영했다"라고 했다.
그는 완성된 영화를 보고 "촬영 당시에는 몰랐는데 편집하고 보니 진짜 싱크로율이 잘 맞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기술적으로 잘 표현됐다. 감독님이 편집을 정말 교묘하게 잘 해주신 거 같다"라며 미소 지었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에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대표 OST인 피아노곡 '시크릿'을 비롯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등 다양한 음악이 등장한다. 도경수는 그중에서도 '고양이 춤'을 가장 기억에 남는 곡으로 꼽았다. '고양이 춤'은 유준과 정아가 서로 운명임을 깨닫게 되는 연주곡인 만큼 영화 안에서 주요하게 쓰인다.
도경수는 "원작에서도 두 주인공이 같이 피아노 치는 장면이 있지만, 우리 영화에서 '고양이 춤'을 선곡한 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라며 "전 세계인이 아는 익숙한 곡이기도 하고, 노래 자체가 귀엽다. 들었을 때도 두 사람의 관계성을 잘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그런 만큼 그는 두 사람이 '고양이 춤'을 치는 장면에서 "어떻게 해야 관객분들이 유준과 정아가 이제 막 사랑을 시작했다는 걸 확 느낄 수 있을지 신경을 많이 썼다"라고 했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유준 역 배우 도경수. 컴퍼니수수 제공 도경수가 전할 긍정적인 에너지
2008년과 2025년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뛰어넘는다. 유준은 사랑하는 정아를 위해 부모는 물론 자신의 경력을 버리고 시공간을 넘어간다. 도경수에게 만약 자신이 유준과 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모든 걸 버리고 내던질 수 있는지 물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난 사실 현실적으로 그렇게는 안 될 거 같다"라며 웃은 뒤 "부모님도 계시고, 커리어도 있고, 지금까지 해온 일들이 있는데, 사랑을 위해서 진짜 모든 걸 내팽개치고 달려가는 유준이라는 캐릭터는 대단한 사랑꾼인 거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유준은 한 가지에 몰입하면 다른 건 눈에 보이지 않고 직진하는 캐릭터인 거 같다"라고 덧붙였다.
영화에서 유준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사랑은 타이밍"이라고 말한다. 도경수가 배우로서 길을 걸어오며 놓쳐선 안 될 것 같은 타이밍을 만난 건 언제였을까. 그는 "어떤 캐릭터를 할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제가 평소에 일상에서 느끼지 못하는 감정들, 예를 들면 평소에 화가 많지 않아서 윽박지르거나 소리 지른다는 걸 경험해 본 적이 거의 없거든요. 또 이번처럼 멜로영화에서 사랑에 대한 감정을 표현할 때 재밌다고 느껴요. 그럴 때 그런 감정을 놓치지 않으려고 계속 생각을 되뇌며 간직하는 편이에요. 새로운 감정을 느끼는 타이밍들이 제게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요."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말할 수 없는 비밀'에서 만난 도경수만의 '타이밍'은 바로 엔딩이다. 과거로 돌아가 정아를 마주했을 때, 그때 감정이 그에게는 가장 어려웠다. 그는 "과거로 돌아가서 그 사람을 사랑하는 표정을 안심하고 지으면 되는 건지, 이런 고민도 많이 했다. 어떤 감정일지 모를 그 감정을 표현하는 데 독특한 기분이 들더라"라며 "그때가 제일 특이한 경험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배우 생활을 하며 느끼는 다양한 새로운 감정들은 '가수 도경수'로 활동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줬다. "가사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슬픔과 사랑 등 감정의 폭이 넓어졌다"라는 것이다.
가수로서도, 배우로서도 그리고 예능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할 때도 도경수는 언제나 긍정적으로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많은 사람 앞에 자신을 드러내 보이는 직업이기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주고 싶다"는 게 도경수의 바람이자 목표이기도 하다.
"음악을 하면서도 들었을 때 위로가 되고 행복한 종류의 가사를 많이 사용해요. 저라는 사람 자체도 그런 음악이나 드라마, 영화를 보면서 메시지를 받고 또 그게 굉장히 힘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전 이 직업을 하는 동안, 저를 보시는 분들이 계속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