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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팬은 '싫다' 해도 축구인은 '오로지 정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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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대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에서 4연임에 성공한 정몽규 당선인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당선소감을 밝히기 위해 연단으로 향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제55대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에서 4연임에 성공한 정몽규 당선인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당선소감을 밝히기 위해 연단으로 향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각종 논란과 비판 여론도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4선 도전을 막을 수 없었다.

정 회장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의 축구회관에서 열린 제55대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에서 총 유효투표(183표) 중 절반을 훌쩍 넘는 156표(85.7%)를 얻어 당선됐다.

허정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은 15표, 신문선 명지대 초빙교수는 11표에 그쳐 결선 투표 없이 1차 투표에서 마무리됐다.

이로써 정 회장은 2029년까지 축구협회를 4년 더 이끌게 됐다. 지난 2013년 제52대 회장으로 취임한 뒤 3연임에 성공한 정 회장은 이번 임기를 다 채우면 역대 최장 16년간 축구협회를 이끈 정몽준(1993~2009년) 아산정책연구원 명예이사장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이번 선거는 처음 당선된 2013년 이후 12년 만에 경선으로 치러진 만큼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됐다. 특히 허 후보와 신 후보는 한국 축구가 퇴보를 거듭하고 있다며 '정권 교체'를 외쳤다.

두 '야권' 후보들은 정 회장 체제 축구협회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변화의 바람'을 예고했다.

허 후보가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게 시작이었다. 오프라인 직접 투표 진행되는 선거에 동계 전지훈련에 참가하는 프로축구 지도자·선수들이 사실상 배제됐고,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 미제출'을 이유로 규정(최대 194명)보다 21명이 적은 선거인단이 구성되는 등 문제점을 가처분 신청을 낸 이유로 들었다.

결국 1월8일 열릴 예정이었던 선거는 하루 전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으로 연기됐다. 허 후보가 제기한 선거의 불공정성이 인정된 것이다.

이후 축구협회는 1월23일로 선거 일정이 잡혔지만, 허 후보와 신 후보가 "축구협회의 일방적인 통보식 선거 일정에 동의한 적 없다"며 반발했다.

또 허 후보는 선거운영위원회 명단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과거 정 회장의 3연임을 승인한 뒤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인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관계자가 선거운영위원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결국 선거운영위원들의 전원 사퇴로 다시 선거가 미뤄졌고, 선거운영위원 재구성 등의 절차를 거쳐 26일 선거 재개가 확정됐다.

제55대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에서 4연임에 성공한 정몽규 당선인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소감을 밝히기 전 대기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제55대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에서 4연임에 성공한 정몽규 당선인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소감을 밝히기 전 대기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선거에 드러난 불공정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된 듯했지만, 정 회장을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여전히 축구 팬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한국 축구 대표팀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 탈락과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 등 각종 논란으로 깊은 실망감을 안겼기 때문이다.

"결국 소통 문제가 아닌가 싶다. 팬들에게 의사 결정 과정을 잘 설명해 드리면 하나하나 오해를 풀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한 정 후보가 새 임기 동안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의 갈등도 풀리지 않은 상태다.

문체부는 지난해 11월 축구협회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축구협회의 대표팀 감독 선임 절차적 하자, 천안 축구종합센터 건립 사업 국고보조금 허위 신청, 축구인 사면 부당 처리 등 27건의 위법·부당한 업무처리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 회장을 비롯한 축구협회 고위층에 책임을 물어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축구협회 정관상 자격정지 이상의 징계처분을 받은 사람은 축구협회 임원이 될 수 없다.

이에 불복한 축구협회는 법원에 문체부의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응 제기했다.

법원은 이에 대한 인용 결정을 내렸다. 문체부는 항고했지만, 정 회장은 '중징계 리스트'에서 벗어나 예정대로 이번 선거에 출마했다.

이후 4선에 성공한 정 회장은 "정부와의 관계는 어떻게 풀어갈지 천천히 생각해 보고, 조만간 설명해 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55대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에서 4연임에 성공한 정몽규 당선인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당선소감을 밝히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제55대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에서 4연임에 성공한 정몽규 당선인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당선소감을 밝히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논란의 중심에는 늘 정 회장이 있었다. 그럼에도 선거인단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당선됐다.

선거인단 192명은 시·도협회 및 전국연맹 회장, K리그1 구단 대표이사 등 당연직 대의원과 이 단체 임원 1명씩을 비롯해 무작위 추첨을 통해 뽑힌 선수·지도자·심판으로 구성됐다.

정 회장의 사퇴를 촉구했던 한국축구지도자협회는 돌연 입장을 바꾸고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내부적으로 ▲ 축구에 헌신할 검증된 경영 능력과 축적된 경험 ▲ 제시된 공약이 선거용이 아닌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공약 ▲ 협회의 인적 쇄신 단행, 직원을 서비스 마인드로 재무장시킬 강력한 의지 ▲ 전문지도자교육 프로그램 지원 및 현장 애로 사항 반영  ▲ 전체 축구인을 아우를 수 있는 포용적 인격과 대한축구협회장에 부합한 리더십 등을 검증한 결과라는 게 지도자협회의 설명이다.

두 야권 후보의 단일화가 불발하면서 표가 분산된 것도 정 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정 회장은 선거 당일 소견 발표를 하며 '표심 잡기'에 애를 썼다. 그는 "저에게 주신 말씀과 질책을 잊지 않겠다. 현장과 더 소통하며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며 "결자해지의 굳은 각오로 더욱 열심히 뛰겠다. 신뢰받는 협회를 만들겠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 집행부 인적 쇄신 및 선거인단 확대 통한 지배구조 혁신 ▲ 남녀 대표팀 FIFA 랭킹 10위권 진입 ▲ K리그 운영 활성화를 위한 글로벌 스탠다드 규정 준수 및 협력 관계 구축 ▲ 시도협회 지역 축구대회 활성화 및 공동 마케팅 통한 수익 증대 ▲ 국제심판 양성 및 심판 수당 현실화 ▲ 우수선수 해외 진출을 위한 유럽 진출 센터 설치 및 트라이아웃 개최 ▲ 여자축구 활성화를 위한 프로·아마추어 통합 FA컵 개최 ▲ 유소년·동호인 축구 저변확대 및 지도자 전문 교육 프로그램 지원 ▲ 축구인 권리 강화 및 일자리 창출 ▲ 축구 현장과의 소통 강화 및 인재 발탁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여기에 천안 축구종합센터 완공 및 50억 원 기부와 디비전 승강제 완성, 2031년 아시안컵과 2035년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 유치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최근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야권 후보인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이 당선되는 등 체육계 회장 선거에서 잇달아 이변이 벌어진 만큼 한국 축구의 '변화의 바람'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표심은 결국 '정권 교체'보다 '안정'으로 기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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