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웃돌면서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대국에 대한 '관세 전쟁'을 확대하면서 변동성은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올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중단될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면서 한국은행의 2월 기준금리 인하 전망도 다소 약해지는 분위기다.
美 물가 상승·트럼프 '리스크'…파월 "금리 인하 안 서둘러"
미국의 지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5% 올랐다. 시장 전망치(0.3%)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지만 물가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1일(현지시간) "미국 경제가 강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인플레이션이 목표(2%)를 웃도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대로 관세를 강화해 무역장벽을 높이면 물가는 더 오를 수밖에 없다.
미국 소비자물가가 깜짝 상승하고 변동성이 커지면서 미국의 금리 인하는 당분간 중단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고환율에 美 금리 인하 속도까지↓…한은 '2월 인하' 관측 약해져
오는 25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은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해선 금리를 내리는게 맞지만, 달러 강세가 인하에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당시만 해도 경기 부양을 위해 '2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내수 부진과 고환율 상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까지 느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2월 인하' 전망도 다소 약해지는 분위기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지 않는 상황에서 한은만 금리를 인하할 경우 현재 1.50%포인트에 달하는 한미 금리 격차는 더 벌어지고 환율 상승과 자본 유출 가능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공동취재단이창용 한은 총재도 이달 초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기준금리 결정과 관련해 "외환시장 상황이 금통위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번(2월 25일) 금통위 회의에서 인하가 불가피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2월 인하 뒤 속도 조절 전망도…해외IB "상반기 연 2.50%로 인하 예상"
다만, 시장에선 경기 부양을 위해 한은이 이달 금리를 인하한 뒤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다소 우세하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를 계속 미룰 경우 자칫 경제가 회복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게 근거다.
한국투자증권은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의 대내적 요인과 더불어 트럼프 관세라는 외부 요인까지 경제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2월 인하 및 연내 2.25% 전망을 유지한다"고 분석했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한은이 올해 1·4분기와 2·4분기에 각 0.25%포인트씩 금리를 내려, 상반기에 연 3.00%에서 연 2.50%로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금융센터가 지난 11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바클리, 씨티, 골드만삭스, HSBC, JP모건, ING, 노무라 등 8곳의 IB 모두 이같은 전망을 내놨다.
올해 하반기 전망은 IB들마다 차이가 있지만, 한은이 올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현행 연 3.00%에서 2.00~2.25%까지 0.75~1.00%포인트 인하할 것이란게 공통된 진단이다. '빅컷(한 번에 0.50%p 인하)'을 단행하지 않는다고 가정할 때 연내 3~4 차례의 금리인하를 예상한 것이다.
박승민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계엄 직후에는 신속한 계엄 해제 등으로 낙관적인 전망도 제기됐으나 탄핵 정국이 전개되면서 정치 불안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주목했다"면서 "금융시장은 안정적이지만 내수 부진에 따른 성장 타격이 불가피하고, 통화·재정정책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는 시각이 다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