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5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물가와 성장이 상충하면 항상 무게 중심을 어디에 두느냐 하는 문제가 중요한 것 같다. 지금 상황에서는 물가가, 특히 한국처럼 유가에 민감한 경제에서는 유가 충격이 상당히 큰 만큼 '물가'에 무게를 두겠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15일 인사청문회에서 '성장과 물가'라는 상충하는 정책 목표 사이에서 우선 순위를 어디에 둘 것이냐는 질문에 이같은 답을 내놓으며 앞으로 한국 통화정책의 큰 틀을 제시했다. 한국 경제가 고환율과 고물가, 저성장의 터널에 갇힌 상황에서 향후 통화정책을 어떻게 운용할 지가 신현송 체제의 첫 과제가 될 전망이다.
중동 전쟁 속 신현송호 첫 과제는…"물가 안정"
신 후보자는 "통화정책의 핵심은 물가안정"이라며 "중동 리스크가 계속 진행돼 근원물가나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전이되고 2차 파급효과가 있으면 통화정책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동전쟁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한은 총재로 취임하면 물가안정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통화정책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신 후보자는 다만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장기적으로 상당히 유망하다"면서 한국 경제를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부문 간 양극화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지만, 기술력이 상당히 탁월하고, 앞으로 있을 인공지능(AI) 대전환을 잘 활용할 수 있다"며 "일본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의 경우 1980년대에 붐을 통해 자산 가격이 높아져서 그것이 꺼지는 상황에서 금융 제도에 여러 부담이 있었고, 해소하는 기간도 상당히 길었다"고 설명했다.
신 후보자는 통화정책과 금융안정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그는 '현재 근로소득 증가율이 자산 가격 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중앙은행은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두 가지 책무가 있는데, 만약 금융 안정이 저해되고 자산 가격에 어떤 큰 버블이 생겨서 그게 붕괴할 경우 발생할 여러 가지 부작용을 막아 주는 게 참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후에 어떤 조치를 하는 것보다 사전에 복원력을 키우고 경제 제도를 미리 정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 경제는 물가나 성장 어느 한 면만 보고 정책방향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긴축 기조를 오래 유지하면 내수와 투자 위축이 심화할 수 있고, 금리를 인하해 경기 부양에 나설 경우 원화 약세와 자산시장 불안정성이 다시 커질 수 있어서다. 한은은 중동전쟁이라는 대외 리스크를 떠안은 채 기준금리 결정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더 정밀하게 점검해야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신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답변에서 한은이 직면한 가장 큰 통화정책 리스크로 중동전쟁 이후 커진 물가 상승 압력을 꼽았다. 그러면서"물가 안정을 우선하되 경기와 금융안정도 함께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은은 신현송 체제 출범 직후 통화정책 방향을 조정하기보다 물가와 환율 흐름을 먼저 살피면서 신중하게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韓경제 현안, 중동 리스크·양극화·집값 해결해야"
서울 아파트 단지의 모습. 박종민 기자
신 후보자는 한국 경제가 해결해야할 '3대 현안'으로 ①중동 리스크와 ②부문 간 양극화, ③높은 주택가격과 가계부채를 제시했다. 특히 자영업자와 한계기업, 지방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취약 부문의 부실 확대 가능성을 우려하며 구조조정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중동 리스크가 여전한 만큼 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해서는 시장안정화 조치로 적기 대응하는 가운데 취약부문의 어려움은 재정 등을 통해 표적화된 지원이 필요하다"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부문 간 양극화 문제와 관련해서는 "수도권과 지방 간 성장차별화를 완화하기 위해 정부의 지속적인 지역 균형발전 노력이 필요하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 해소를 위해 AI 인프라 고도화 등을 통해 중소기업 전반의 생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선 "우리나라 가계부채 비율은 하락세를 지속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금융안정뿐 아니라 소비를 제약하는 높은 수준인 만큼 하향 안정화 노력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며 "이는 통화정책만으로는 어렵기 때문에 거시건전성정책 등과 조화를 이뤄나가겠다"고 말했다.
임기 초 과제로는 △거시경제 안정과 원화 국제화, △디지털 금융 혁신에 맞춘 미래 통화 생태계 구축, △구조개혁 과제 분석 등을 제시했다. 물가와 성장 대응은 물론 금융 인프라와 구조 문제까지 통화정책의 외연을 넓히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신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답변에서 "제가 비록 해외에서 오래 살았지만, 언젠가는 한국 경제를 위해 헌신을 하고자 했다"며 "이번 지명이 한국을 위해 마지막으로 헌신할 기회라고 생각하고 귀국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취임하면 지금 나와 있는 모든 문제를 신속히 처리하고 한국 경제를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하겠다"고 말했다.
신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뒤 이재명 대통령이 최종 임명을 재가하면 이창용 총재의 뒤를 이어 오는 21일 새 총재에 취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