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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도 들키지 않게"…임지연이 감당한 '주인공의 무게'[EN: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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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토일드라마 '옥씨부인전' 외지부 구덕이·옥태영 역

배우 임지연. 아티스트컴퍼니 제공배우 임지연. 아티스트컴퍼니 제공
JTBC 금토드라마 '옥씨부인전'은 임지연에게 두 번째 '초심'이나 다름 없었다. '옥씨부인전'은 '더 글로리' 이후 새롭게 임지연의 원톱 흥행 가능성을 증명했지만, 사극이라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사실 임지연은 '거절'부터 생각했다. 스스로 사극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

"왜냐하면 제가 진짜 사극이랑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옥씨부인전'을 하면 제 밑천이 다 탄로 날 것 같은 거예요. 그런데 대본과 인물이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그런데 '사극'이니까 못하겠다고 생각한거죠. '아차' 싶었어요. '왜 내가 지레 겁을 먹고 안 한다고 하고 있지? 나는 아무도 나에게 무언가를 기대하지 않았어도 내가 하고 싶으면 했는데'. 어려울수록 도전하는 맛으로 지금까지 연기를 해온 건데 초심을 잃은 거 같더라고요. 그런 마음을 가진 것 자체가 창피했고, 이왕 하는 거 최선을 다해 보여주고 싶었어요."

주연의 책임감 역시 따라왔다. 전작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에서 악역 4인방 중 한 명으로 활약했다면 이번엔 '타이틀롤'로 드라마 전체를 이끌어야 했다. 임지연이 현장에서 늘 명심한 건, 힘들어도 티를 내지 않는 것이었다.

"믿음직스러운 주연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저만 믿어 달라, 제가 어떠한 노력을 하든 반드시 목표를 잘 해내도록 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도 같은 마음이었어요. 지치면 안되겠다고 느꼈고요. 실제로 구덕이는 자기 식솔을 챙기고, 남을 위해 희생하고, 끝까지 리더십이 필요한 역할이죠.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삶을 사는 여자인데, 그냥 그 인물 자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진짜 컸어요. 정말 그 인물로 느껴지도록 현장에서 힘들어도 들키지 말자고 다짐했던 거 같아요."

노비인 신분을 세탁해 양반가를 이끄는 외지부(조선시대의 법률전문가) 마님이 되기까지, 마치 구덕이·옥태영처럼 임지연은 연기적으로도 쉬운 길은 가지 못했다. 설득력 있는 구덕이를 구축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노력했다.

"구덕인 결코 굴복하지 않고 자신이 받은 도움을 잊지 않고 거기에 보답하기 위해, 또 자기 삶을 개척해나가는 모습이 진취적이었어요. 스스로 약자였기에 그 아픔을 알고 있죠. 그래서 자신과 같은 약자를 위해 싸우는 거고요. 그렇기에 완벽하게 진짜 변호를 하듯이 3~4페이지에 달하는 외지부 대사를 한 번에 소화했어요. 나눠서 찍거나, 어떻게 보면 더 요령 있게 찍을 수도 있는데 그러고 싶지 않더라고요. 공연하듯이 끝까지 해내려고 했고, 그런 계산은 용납이 안됐던 거 같아요. 그냥 저만의 쓸데없는 고집이었을 수도 있지만요."

배우 임지연. 아티스트컴퍼니 제공배우 임지연. 아티스트컴퍼니 제공
여전히 그를 보면 '더 글로리'의 학교 폭력 가해자 박연진을 떠올리는 이들도 많다. 그만큼 작품의 인기도 높았지만, 임지연이 정말 실감나게 역할을 소화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도 임지연에게 '박연진'은 배우인 자신보다 더 강렬하게 각인되어 기쁜 결과물이었다.

"사실 연진이를 지우고 싶지는 않아요. 연진이로 연기했던 방식의 소스를 아예 쓰지 않는 건 다른 배우여야 가능하다고 생각하고요. 연기를 한 사람이 저이기 때문에 굳이 연진이의 인상을 다 지워버리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물론, '연진이스러운' 연기를 똑같이 반복하면 문제가 되겠지만요. 이제 구덕이, 태영이라고 부르는 분들도 많아요. '임지연'이라는 제 이름보다 인물들의 이름이 많이 불린다는 건 너무 행복한 일이죠."

'옥씨부인전'을 통해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한 배우는 또 있다. 1인 2역으로 임지연과 로맨스를 그린 배우 추영우다. 실제로는 한참 후배이지만, 임지연은 현장에서 추영우에게 적절한 유연함을 배울 수 있었다.

"나이에 비해 진짜 성숙하고 어떻게 보면 듬직해요. 너무 잘해줘서 고맙죠. 다양한 얼굴이 있는 친구고, 그냥 누나 동생 같았어요. 촬영 들어가면서는 서로 사랑하려고 노력했고요. (웃음) 나이 차이는 크게 많이 못 느꼈던 거 같아요. 가지고 있는 것들이 이미 많은 것 같고, 목소리 톤도 좋고, 매력적인 마스크에 어린데도 성숙한 느낌의 연기를 많이 하고, 그 인물을 자기화해서 매력적으로 만들더라고요. 제가 처음에는 많이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제가 배웠어요. 현장에서 굉장히 유연해요."

의도치 않게 '더 글로리'에서 호흡을 맞췄던 배우 차주영 또한 비슷한 시기 tvN 드라마 '원경'으로 나왔다. 둘 다 사극 주인공을 맡아 서로 응원하고 도움도 많이 나눴다는 전언이다. 이처럼 두 사람은 '더 글로리' 이후 끈끈하게 우정을 이어가고 있다.

"첫 방송 이후에 마음껏 칭찬해 줬어요. 방송 사진 캡처해서 막 보내고, 서로 응원하고 그랬는데 오히려 작품 과정 속에서 진짜 도움을 많이 받았던 거 같아요. 정말 캐릭터를 너무 멋스럽게, 잘 어울리게 소화했더라고요. 고생한 흔적이 많이 느껴지기도 하고요. 저희 둘 다 정말 수더분하게 놀기 때문에 원경왕후를 멋스럽게 표현한 주영이가 너무 대단하더라고요. 그 작품이 나오기까지 어떤 과정을 겪었는지 알기 때문에 진심으로 잘되길 바랐어요. 너무 소중한 내 친구거든요. 대본을 받아서 준비하는 그 시기가 딱 맞아서 서로 고민 상담도 많이 하고, 제가 많이 의지했어요."

배우 임지연. 아티스트컴퍼니 제공배우 임지연. 아티스트컴퍼니 제공
공개 연애 중인 배우 이도현과의 애정전선은 '이상무'다. 임지연은 현재 군 복무 중인 이도현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드라마 역시 이도현이 건넨 응원을 받았다.

"다 챙겨본 거 같아서 너무 고맙죠. 제가 많이 의지하는데 일적인 이야기는 많이 하지 않는 거 같아요. 다만 제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아는 친구이니 배우로서 고충 같은 걸 이야기하면서 의지하고 있어요. 응원 많이 받았습니다."

현장에서 치열하게, 열심히, 잘하고 싶어 하는 20대 후배들을 볼 때면 임지연은 당시의 자신이 떠오른다. 영화 '인간중독'으로 파격적인 데뷔를 했지만 그렇다고 어디서나 인정 받으며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다. 연기력으로 호평 받고 있는 지금에도, 임지연의 소망은 '할머니'가 되어서도 연기하는 것이다.

"아마 '더 글로리'가 첫 작품인가 생각하는 분들도 많을 거 같아요. (웃음) 그래도 오랜 시간 동안 필모그래피를 쌓으면서 꾸준히 연기하려고 최선을 다하긴 했어요. 작품 하나 하나 무너질 때도 있었죠. 그렇지만 그래도 작품 안에서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그걸 계속 되새기려고 노력했어요. 그런 것들이 쌓여서 기회가 찾아오는 거 같아요. 방황하고, 힘들어했던 그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이 저도 있는 거고요. 지금의 제가 있어야 40대의 저도 있는 거잖아요. 할머니가 되어도 오래도록 연기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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