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랭킹 뉴스

[칼럼]윤석열 세력의 오염된 언어를 경계한다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부하들 증언 쏟아지는데…"아무 일도 없었다" 상식 파괴의 언어
새털처럼 가벼운 대통령 말의 무게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 심판 5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 심판 5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엘리트 군인과 공직자들의 증언이 쏟아지는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요지부동이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다 잡아들여서 싹 다 정리해"라는 윤 대통령의 지시를 거듭 확인했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경찰청장과의 통화에서 특정인물 명단을 전달하며 위치 정보를 요청한 사실을 시인했다.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요원이 아니라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가 맞다고 재확인했다.
 
홍장원 전 국정원 차장은 4일 열린 헌재 탄핵심판 5차 변론에서 정치인 체포조 명단과 관련한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를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홍 전 차장은 대통령의 '잡아들여'라는 지시를 받고 방첩사령관과 통화하니 "제 생각과 많이 달랐고 지금도 이해 못하겠다"며 체포를 지시한 적이 없다던 지난 변론 당시 윤 대통령의 진술을 면전에서 반박했다.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국회 청문회에서 "대통령이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다. 안에 있는 인원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요원을 빼내라고 했던 그때 당시의 시점에선 그 인원들이 본관에 들어가 있지도 않았다"며 의원이 아니라 요원이라는 김용현 전 국방장관의 코미디 같은 진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부하들의 증언이 이어지는데도 윤 대통령은 여전히 상식 파괴의 유체이탈 화법을 쏟아낸다. "이번 사건을 보면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를 했니 받았니 이런 얘기들이 마차 호수 위에 떠있는 달그림자 같은 걸 쫓아가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정치인 체포와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부인하기 위한 해괴한 발언이다. 12.3비상계엄은 국회에 군용헬기가 뜨고 중무장한 특수부대원들이 본청에 난입한 '실제상황'이었다. 선관위엔 군병력이 투입돼 데이터를 탈취하려 했고 선관위 공무원들의 납치 구금 계획도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계엄선포 당일 의사당 앞에 몰려든 시민들, 온 밤을 하얗게 지새운 국민들의 불안감도 실제상황이었다. 호수에 빠진 달그림자 운운하며 유유자적할 수 있다는게 놀라울 따름이다.
 
우리가 윤석열의 언어를 경계하는 이유는 상식을 파괴하고, 상황을 호도하여, 옳고 그름을 혼돈케 하기 때문이다.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말도 오염된 언어에 다름아니다. 1948년 정부수립 이후 여러 번의 정변이 있었지만 군대가 국회의사당에 들어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두환의 신군부도 국회 앞을 봉쇄했을 뿐이다. 경호처 뒤에 숨어 체포를 거부하고 정상적인 수사절차를 농락하고 지지자들이 법원에 난입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니 언어도단이 따로 없다.
 
아직도 베일에 쌓인 '바이든-날리면' 논란은 차치하고,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우겼던 일들이 정권 내내 반복됐다. 지금도 윤석열 세력들은 오염된 언어를 쏟아내고 있다.
 

사법부와 국회를 겨냥한 선동 

왼쪽부터 김복형·정정미·이미선·조한창·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정계선·김형두·정형식 재판관. 황진환 기자왼쪽부터 김복형·정정미·이미선·조한창·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정계선·김형두·정형식 재판관. 황진환 기자
거짓과 선동의 표적은 사법부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측은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 정계선.이미선 재판관의 공정성이 우려된다'며 최근 회피촉구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재명 대표와 사법연수원 동기이고 10여년 전 SNS로 교류한 적이 있다'는 등의 이유를 정치편향성으로 내세웠다는데 사돈의 팔촌과 동향, 동창으로 엮인 사람들이 널린 한국사회에서 무리한 주장이다. 헌재재판관에 좌익 빨갱이 딱지를 붙이며 공격하는 일도 벌어졌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데 헌법재판소를 공격하는 일은 헌법수호의 최후의 보루를 허물려는 명백한 법치 부정에 해당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마은혁 헌재재판관 임명 문제와 관련해, 헌법조문에 '임명해야 한다가 아니라 임명한다'로 돼 있으니 임명을 강요할 수 없다며 상식 파괴 발언을 했다. 헌재가 인용한다면 그게 최종 헌법 해석이요, 헌법 66조 2항은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고 명시돼 있다. 위헌을 부추기고 진실과 거짓을 혼동시키는 언어에 가깝다.
 
내란선동 혐의로 입건된 전광훈 목사의 '국민저항권'도 국민을 혼동케 하는 오염된 언어다. 국민저항권은 민주적 기본질서가 국가권력으로 인해 중대하게 침해받을 경우 인정하는 헌법상 권리를 말하는데, 지금의 경우는 비상계엄을 통해 민주적 기본질서를 훼손한 최고 권력자를 단죄하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정반대 상황이다. 이밖에 서부지법 침탈을 민주화운동에 빗댄 극우세력 내 발언은 민주화운동 영령들을 욕보이는 발언이고, 계몽령은 국민을 우습게 보는 망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나치 발언은 혼탁한 언어의 끝판왕이다. "나치도 선거로 정권을 잡았다"며 나치 집권처럼 민주당의 의회독재가 걱정된다는 요지의 발언이었다. 궤변이다. '선거로 정권을 잡은 건 윤석열 정부이고,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발동해 헌정질서를 무너뜨리려 한 것이 팩트일 뿐이다. 말을 섞어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려 한 전형적인 속임수 화법이다. 더불어민주당이 22대 총선에서 압승한 것은 윤석열 정부의 실정에 대한 중간평가적 성격이지 난데없이 나치와 연결시키는 건 온당치 않다. 국민이 선택한 의회질서를 군대의 힘으로 허물겠다는 발상 자체가 오히려 독재적이다. "계엄은 나라를 살리려는 비상조치였다'는" 궤변도 마찬가지다.
 

분열의 언어가 지배한 한국정치사에 혼돈의 언어 추가한 尹

연합뉴스연합뉴스
정치권의 메시지가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을 지대하다. 한국사회에 지역감정과 진영간 대립이 심화된 걸 보면 과거 수 십년간 희망과 통합의 언어보다는 분열과 갈등의 언어가 지배한 것이 분명하다. 더욱 우려되는 건 윤석열 정부 들어 확산된 거짓과 혼돈의 언어가 몰고올 폐해가 아닐까 싶다. 하루 이틀 뒷면 들통날 새털처럼 가벼운 거짓해명과 내란사태 이후 쏟아낸 혹세무민의 말들이 국민들의 도덕심과 법감정에 폐악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대통령이 나라를 살려야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요건과 상관없이 계엄이라는 비상조치를 할 수 있다는 그릇된 교육을 퍼뜨릴까 두렵다.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인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은 저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민주주의 기반이 아무리 튼튼하다해도 극단주의 선동가는 어느 사회에나 등장하기 마련"이라면서 "기성정당이 두려움과 기회주의, 혹은 판단 착오로 인해 극단주의자와 손을 잡을 때 민주주의는 무너진다"고 경고했다.
 
윤석열 세력은 끈임없이 의회와 사법부를 부정하며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신뢰를 허무는 시도를 하고 있다. 내란 사태와 탄핵심판 이후의 후유증을 걱정해야 할 정도다. 소중히 가꿔온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준엄한 법의 심판이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의힘도 헌법적 가치를 존중하고 극단주의 세력과 절연함으로써 민심을 반영하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0

0

실시간 랭킹 뉴스

오늘의 기자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