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려경(사진 오른쪽)이 상대 선수의 얼굴에 강력한 펀치를 적중 시키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열린 경기. 한국복싱커미션(KBM) 유튜브 영상 캡처"이런 경기에 '졌잘싸'라는 평가를 하게 됩니다."
'의사 복서' 서려경(33·천안비트손정오복싱)의 세계 챔피언 등극이 또 다시 무산됐다. 서려경의 챔피언 도전은 지난해 7월에 이어 두 번째다.
서려경은 21일 일본 고라쿠엔홀에서 열린 구로키 유코(33·일본)와의 세계복싱협회(WBA) 여자 미니멈급(47.6kg) 타이틀전에서 94-96, 94-96, 94-96 등 0-3으로 판정패 했다. 심판 3명 모두 유코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준 셈이다. 이 경기는 2분 10라운드 규칙으로 진행됐다.
서려경은 2023년 7월 국내 프로복싱 단체 한국복싱커미션(KBM) 여자 라이트플라이급 챔피언에 등극 하면서 국내 여자 경량급을 평정했다. 이어 8개월 후인 지난해 3월에는 일본의 요시가와 리유와 여자국제복싱협회(WIBA) 미니멈급 세계 타이틀 매치를 벌였으나 무승부를 기록, 타이틀 획득에 실패한 바 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 서려경. 연합뉴스서려경이 이날 대결한 구로키는 프로 16년의 경력을 자랑하는 복서다. WBC 미니멈급 챔피언과 WBA, WBO 아톰급 통합 챔피언을 역임하는 등 사실상 '월드 클래스' 선수다. 특히 이 경기 전까지 23승 2무 8패 전적으로, 서려경(7승 3무) 보다 23경기를 더 치른 베테랑이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할 때 상당 수 전문가들은 구로키의 승리를 예상 했지만, 서려경은 기대 이상으로 선전 하면서 다음 챔피언 도전을 기약했다. 채점 결과 서려경은 10개 라운드 중 4개 라운드에서 우세 했고, 각 심판들의 채점 점수 차이도 2점에 불과했다.
특히 대한민국 프로 복싱 레전드 장정구(61)와의 세계타이틀 매치를 벌인 바 있는 WBC, WBA 남자 미니멈급 전 세계 챔피언 오하시 히데유키(60·일본)는 "서려경이 이긴 것으로 봤다. 잘 싸웠다"는 관전평을 남기는 등 서려경의 선전을 높게 평가했다. 오하시 히데유키는 이번 대회를 주최한 일본 프로모션의 대표다.
황현철 한국복싱커미현 대표는 "(서려경의) 경험이 상대에 비해 부족 했지만, 충분히 잘 싸웠다. 또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며 역시 서려경의 경기력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서려경은 이날 경기로 데뷔 1530일(4년 2개월 8일)만에 첫 패배를 기록했다. 해외 원정 경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