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제42대 대한체육회장 당선인이 16일 서울 중구 프레이저 플레이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동규기자거침없었다. 막힘도 없었다. 겸손함은 돋보였다. 제42대 대한체육회장 당선인 자격으로 첫 기자회견에 나선 유승민(43). 35년간 선수, 지도자, 행정가의 길을 걸어온 이력 덕분일까. '준비된 리더'란 수식이 어색하지 않았다.
유 당선인은 체육회장 당선 이틀 뒤인 16일 서울 중구 프레이저 플레이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이날 기자들의 질의를 받기 전 인사말(당선 소감)을 통해 선거 소회, 차후 계획 등을 차분히 설명했다. 준비된 텍스트를 읽는 통상적 방식이 아닌, 솔직한 속내를 담백하게 전했다.
유 당선인은 "(이번 선거는) 수 많은 체육인들과 소통할 수 있었던 인생의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다. 선거는 이변이 나온다는 점에서 스포츠와 비슷하다고 본다"고 인사말의 운을 뗐다. 그러면서 "(당선 발표 후) 정말 무거운 책임감이 들었다. 역대 회장이 해오신 것을 뛰어 넘어 최고로 부지런한 체육계의 일꾼이 돼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부연했다.
이어 진행된 '질의 응답' 시간에 그는 문화체육관광부와의 관계 설정, 체육회의 개혁 방향 등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유승민 제42대 대한체육회장 당선인이 16일 서울 중구 프레이저 플레이스에서 열린 기자회견 개별 인터뷰에서 질의를 듣고 있다. 동규기자◈ 다음은 CBS노컷뉴스의 개별 질의에 대한 유 당선인의 답변
- 문체부와 체육회의 지속된 갈등으로 양 측의 신뢰 관계에 금이 갔는데, 회복 방안은. (유 당선인은 이 질의에 대해 이미 문체부와 소통이 시작됐다는 취지의 답을 하는 등 신뢰 회복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문체부와의 신뢰 관계는 체육인을 존중하고 수평적인 관계로 가야한다. (오늘 기자회견 전 만난) 유인촌 장관도 나의 공약에 대해 대부분 공감을 했다. 특히 학교체육, 지방체육 부분에 대해서는 굉장히 공감을 많이 했다." "유 장관, 장미란 차관 등 두 분 모두 제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시원하게 말씀하셨다. 대한체육회와 문체부의 관계가 틀어진 상황에서 체육인들의 걱정이 많을 텐데, 우려는 말끔하게 해소하고 대한민국 체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확실하게 서포트하겠다고 약속했다." - 각종 사법리스크 등으로 이미지가 추락한 대한체육회의 쇄신 방안은.
"지금도 감사원에서 감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것들이 다 끝나고 난 뒤에 체육인이 가지고 있는 스포츠맨십을 되새기면서 국민들에게 좀 더 다가설 수 있는 긍정적 캠페인을 벌이겠다." "체육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콘텐츠는 무궁무진한데, 빛을 발하지 못하고 다른 이슈에 묻힌 것에 대해 굉장히 아쉽게 생각한다. 체육의 본연의 가치가 잘 나타날 수 있는 행정을 통해 이미지 개선을 해야되는 게 급선무다." - 취임 후 업무를 시작하면 가장 먼저 손 봐야 할 사안은.
"(대한체육회의) 여러 위원회라든가, 내부의 조직망들, 사업들 이런 부분들이 정체돼 있는 것들이 있을 수 있고, 개선해야 할 부분들이 있을 수 있다. 업무 순위는 좀 더 파악을 해봐야겠지만 강도 높은 내부 개혁을 먼저 해야될 것 같다."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빠른 속도로 강도 높은 (체육회의) 개혁을 해야 한다.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내부의 강도 높은 개혁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회장의 목소리보다 다양한 목소리가 내부에서 나왔으면 좋겠다."
- 강조한 내부 개혁은 취임 직후 인사 단행과 연결되는 것인가.
"물론이다. 개혁에는 당연히 (인사가) 포함된다. 아직 조직 구성원들 면면에 대한 파악이 안된 상태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인사 관련 방안은 현 시점에서 말하기는 어렵다. 지켜봐 달라." "다만, 잘 끌고왔던 것은 더욱 더 계승·발전시켜야겠다고 생각한다. 체육의 본질을 가지고 있는 사업 등은 더 발전·계승시켜야 한다." - 사퇴 요구 등 이기흥 회장과 대립각을 세운 대한체육회 노동조합과의 관계 설정 방향은.
"노조 뿐 아니라 직원들의 동기부여 차원도 굉장히 중요하다. 지금 여러 가지 다양한 강도 높은 감사, 조사 때문에 체육회 직원들, 노조들 다 포함해서 모든 구성원들이 굉장히 자존감이 낮아져 있는 것으로 안다. 구성원들이 동기를 가지고 국민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체육을 발전 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하는 게 급선무다. 노조 뿐 아니라 모든 임직원들과 함께 대한민국 체육을 더욱 더 윤택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분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유 당선인은 이날 "지금 어느 때보다도 체육회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수 차례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 잘하는 회장으로 인정받고 싶다. 체육인들이 '정말 부지런한 일꾼이었다'고 기억 해줬으면 한다. 우리들 위해 한 몸 불태웠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는 포부를 전하며 기자회견을 마쳤다. 4년 뒤 그에게 어떤 평가가 내려질지 기대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