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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그만뒀는데 전국체전 선수 명단에…지원비 빼가려 서명도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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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대학 농구 1부 리그에 속한 국내 12개 대학 가운데 유일한 지역대학인 광주 소재 조선대학교. 그런데 조선대 농구부가 수상하다. 학생 선수들은 억대의 회비를 냈고 계좌에서는 매달 수백만 원씩 현금으로 인출됐다. 선수 개인에게 지원되는 돈도 빼돌려졌다. 광주CBS는 <현대판 착취 보고서: 조선대 농구부를 둘러싼 의혹들> 연재를 통해 농구 선수 꿈을 담보로 착취에 가까운 환경에 놓인 열악한 대학 농구부 선수들의 현실을 고발하는 기획보도를 마련했다.

[현대판 착취 보고서: 조선대 농구부를 둘러싼 의혹들③]

제105회 전국체육대회 농구종목에 출전한 광주광역시 대표 조선대학교와 경기도 대표 경희대학교가 대결하고 있다. 대한민국농구협회 유튜브 채널 캡처제105회 전국체육대회 농구종목에 출전한 광주광역시 대표 조선대학교와 경기도 대표 경희대학교가 대결하고 있다. 대한민국농구협회 유튜브 채널 캡처
▶ 글 싣는 순서
① 억대 회비 깜깜이 현금 인출…선수 개인 지원금도 빼돌렸나?
② '장학금도 꿀꺽?' 광주시체육회 단체종목 장학사업 '엉터리'
③ 그만뒀는데 전국체전 선수 명단에…지원비 빼가려 서명도 조작
(계속)

유명 감독이 이끄는 조선대학교 농구부가 전국체전 출전 의사가 없는 학생들을 참가선수 명단에 포함시키고 지원금 등을 타내는가 하면 선수명단에 없는 학생을 전국체전에 출전시킨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조선대학교 농구부는 지난해 10월 11일부터 17일까지 경상남도에서 열린 제105회 전국체육대회 농구 종목 남자 일반부 단체전에 참가했다.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된 이 대회에서 조선대 농구부는 지난해 10월 13일 오후 경남 사천 삼천포체육관에서 열린 예선경기에 부산예술대학교 농구부와 맞붙어 140대 104로 승리했다. 이어 이틀 뒤인 15일 오후 경희대학교 농구부와 만나 준결승 진출을 노렸으나 78대 85로 패했다.
 

참가선수 명단에 없는 학생 버젓이 출전해 벤치에

CBS노컷뉴스는 이번 취재 과정에서 조선대학교 농구부가 전국체전 경기 당시 부정 선수가 출전했다는 믿기 힘든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일까? 경기 영상을 확보해 확인한 결과 조선대 농구부는 경희대 농구부와의 경기에서 선수들이 경기 출장을 위해 대기하는 벤치에 모두 4명의 선수가 유니폼을 입고 앉아 있었다.
 
제105회 전국체육대회 조선대학교 농구부 참가 선수 명단. 제105회 전국체육대회 홈페이지 캡처제105회 전국체육대회 조선대학교 농구부 참가 선수 명단. 제105회 전국체육대회 홈페이지 캡처
이들의 이름을 전국체전 참가선수 명단에서 찾아봤다. 조선대 농구부가 등록한 전국체전 참가선수는 모두 12명인데 3명의 이름만 확인됐고 나머지 1명은 등록되지 않은 선수로 밝혀졌다.
 
대회 주최측은 참가선수들에게 자신의 얼굴 사진이 부착된 ID카드를 지급하고 바코드를 찍은 후 경기장에 들어가도록 했다. 부정 선수 출전을 막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인데 허술한 경기 관리로 애써 마련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전국체전은 각 종목 경기시 종목단체 협회의 규칙을 따른다. 한국농구협회(KBA) '2024 농구경기 규칙서'를 보면 적어도 경기시작 예정시간 40분 전에 각 팀의 헤드 코치 또는 그의 대리인은 경기에 출전할 선수의 번호와 이름이 적힌 팀 선수의 명단을 기록원에게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국내에서 통상적으로 '오더지'로 불리는 서류에 선수 명단을 적어 제출하는데 이를 바탕으로 양팀은 각각 상대팀이 제출한 선수 명단을 두고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준비한다.
 
예정된 경기 시작 시각 최소 10분 전 양 팀은 팀 선수들의 이름과 그들의 번호가 맞는지 확인하고 스코어 시트에 서명한다. 이 때 경기에 출전할 5명의 선수를 지명하도록 했다.
 
이런 절차를 모두 무시하고 참가선수 명단에 없는 선수를 벤치에 앉혔다면 상대 팀인 경희대학교는 물론 경기를 진행한 한국농구협회를 속인 것으로 공정한 규칙에 따라 승부를 겨뤄야 한다는 스포츠맨십에 명백히 어긋나는 부정 행위다.
 
대한농구협회 관계자는 "등록된 참가선수가 아니면 벤치에 앉을 수 없고 앉아서도 안된다"면서 "농구협회에서 20년 넘게 일했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다. 상응한 조치에 대해 논의하겠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본인 동의 없이 농구 그만둔 선수 출전 명단에 포함시켜

조선대 농구부의 전국체전을 둘러싼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일부 학생들은 농구를 그만둔 지 오래됐고 자신이 전국체전 출전 명단에 들어 있다는 것 자체를 몰랐다고 했다.
 
지난해 초 농구를 그만뒀다고 밝힌 조선대 학생 A씨는 당연히 지난해 10월에 열린 전국체전 경기에도 출전하지 않았다. 또 다른 학생 B씨도 지난해 6월 농구를 그만뒀고 전국체전에도 가지 않았다.
 
그런데 취재진이 확인한 전국체전 조선대 농구부 참가선수 명단에는 A씨와 B씨의 이름이 들어가 있었다. 전국체전의 경우 참가선수 명단을 제출하는 것을 '출전'으로 해석하는데 당사자들도 모르게 일방적으로 출전이 이뤄진 것이다.
 조선대학교 체육대학 1층 체육관 농구 코트. 최창민 기자조선대학교 체육대학 1층 체육관 농구 코트. 최창민 기자
그렇다면 조선대 농구부는 약속된 규칙까지 어겨가며 무슨 이유에서 명단에 없는 학생을 벤치에 앉히고 참가할 의사가 전혀 없는 학생들을 출전 선수명단에 포함시켰을까? 전국체전 출전 선수들에게 지급되는 지원금을 노린 게 아닌지 의혹이 제기된다.
 
광주시체육회는 전국체전 출전 선수들에게 1인당 출전비 40만원, 훈련비 55만원 등 모두 95만원을 대회 전후 나눠서 개인 계좌로 입금했다. A씨는 "코치님이 55만 원을 자신에게 송금하고 40만 원을 식당에 보내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B씨에게도 95만 원이 개인 계좌를 통해 입금됐다. B씨는 "제가 전국체전 출전 선수명단에 들어가 있는지 전혀 몰랐다"며 "지원금이 입금됐는데 코치님에게 송금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실제 경기를 뛴 선수들도 시체육회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사실을 몰랐다는 증언도 나왔다.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경기에 출전한 조선대 농구부 학생 C씨는 "95만 원이 선수 개인에게 지원되는 줄 몰랐다"면서 "입학할 때 계좌를 제출했고 그 현금카드를 감독님이 들고 다니며 개인적인 용도로 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C씨의 협조를 얻어 계좌를 확인한 결과 지난해 8월 2일 입금된 훈련비 55만원은 나흘 뒤인 8월 6일 현금으로 인출됐다. 10월에 지급된 출전비 40만원도 편의점이나 식당 등에서 사용되거나 어딘가로 이체됐다.
 

허위 명단 지원비 받으려 서명 조작 가능성도

이런 가운데 조선대 농구부가 시체육회가 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제출하도록 한 개별 학생들의 개인정보 동의서도 조작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광주시체육회는 지난해 7월 지원금 지급을 위해 전국체전 참가선수들에게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동의서'를 받았다.
 
조선대학교 농구부를 그만둔 한 학생 이름으로 서명된 제105회 전국체육대회 대표선수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동의서. 해당 학생은 이런 문서에 서명한 적이 없고 자신의 서명과 다르다고 말했다. 김수진 기자조선대학교 농구부를 그만둔 한 학생 이름으로 서명된 제105회 전국체육대회 대표선수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동의서. 해당 학생은 이런 문서에 서명한 적이 없고 자신의 서명과 다르다고 말했다. 김수진 기자
CBS노컷뉴스는 취재 과정에서 개인정보 동의서 몇장을 확보했고 이중 한 학생에게 직접 서명한 것인지 확인했다. 그러나 이 학생은 "개인정보 동의서에 서명한 적이 없다"면서 "농구를 그만둬 지난해 전국체전에 출전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체육회는 "해당 동의서는 이전 전국체전에선 받지 않았고 이번에 처음 받았다"며 "조선대 농구부에 지급된 훈련비와 출전비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조선대 농구부 D감독은 "전국체전 명단에 A, B학생이 들어가 있는지 다시 확인해 보겠다"며 "명단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선수의 ID카드는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농구부 소속 학생의 가입과 탈퇴 관련 명단을 묻자 "이는 열악한 부분이 있어 이번 기회에 잘 체크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대한체육회가 정한 전국종합체육대회 규정 경기운영 내규 제12조(무자격 선수 출전 조항) 1항을 보면 "단체경기 또는 개인경기 단체전 종목에서 무자격 선수가 출전하였을 때에는 해당 단체의 경기는 실격 처리한다"고 되어 있다. '출전'에 대한 정의로 '경기 시작 전 해당 경기 단체의 규정에 따라 선수 명단을 제출하는 시점'이라고 규정했다.
 
같은 조 3항은 "무자격 선수 출전이 확인돼 실격 처리 되었을 경우 해당 선수가 소속한 시·도는 차기 대회 해당종목에 출전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제13조(무자격 선수 출전에 대한 지위 변동)는 "무자격 선수가 출전하였을 때에는 무자격 선수 또는 그 소속 단체는 즉시 실격 처리하고 그 선수 또는 단체가 획득한 모든 지워는 무효로 하되 실격 선수 또는 단체에 패한 상대방의 지위는 회복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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