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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조선대 농구부 억대 회비 깜깜이 현금 인출…선수 개인 지원금도 빼돌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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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대학 농구 1부 리그에 속한 국내 12개 대학 가운데 유일한 지역대학인 광주 소재 조선대학교. 그런데 조선대 농구부가 수상하다. 학생 선수들은 억대의 회비를 냈고 계좌에서는 매달 수백만 원씩 현금으로 인출됐다. 선수 개인에게 지원되는 돈도 빼돌려졌다. 광주CBS는 <현대판 착취 보고서: 조선대 농구부를 둘러싼 의혹들> 연재를 통해 농구 선수 꿈을 담보로 착취에 가까운 환경에 놓인 열악한 대학 농구부 선수들의 현실을 고발하는 기획보도를 마련했다.

[현대판 착취 보고서: 조선대 농구부를 둘러싼 의혹들①]

조선대학교 농구부가 억대의 회비를 걷어 정산 없이 매달 수백만 원씩 현금 인출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독자 제공조선대학교 농구부가 억대의 회비를 걷어 정산 없이 매달 수백만 원씩 현금 인출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독자 제공
▶ 현대판 착취 보고서: 조선대 농구부를 둘러싼 의혹들
① [단독]억대 회비 깜깜이 현금 인출…선수 개인 지원금도 빼돌렸나?
(계속)
유명 감독이 이끄는 조선대학교 농구부의 소속 학생 선수 10여 명은 지난 한 해 동안 1억 5천만 원이 넘는 회비를 냈지만 수천만 원이 현금으로 인출되는가 하면 정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2024년 학생 1명당 회비 2천만 원 부담…깜깜이 현금 인출

 CBS노컷뉴스가 취재 과정에서 확보한 조선대학교 농구부 관련 통장은 3개로, 이들 통장의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농구부 소속 학생 선수와 부모 등 22명의 이름으로 2024년 1월부터 11월까지 총 1억 5405만 원이 입금됐다.

이 가운데 80% 정도인 1억 1637만 원은 아버지가 총무 역할을 하는 A 선수 명의의 통장으로, 나머지 20% 정도인 3335만 원은 코치 명의의 통장으로 각각 빠져나갔다.

A 선수 통장에서 매달 적게는 250만 원 많게는 770만 원씩 7900만 원(이체된 돈의 68%), 코치 통장에서도 1천만 원 정도가 각각 현금으로 출금됐다. 전체 납부된 회비의 60%가량이 현금으로 빠져나간 셈이다.
 
총무 아들인 A 선수 통장에서는 특이한 거래도 눈에 띈다.

20%가량이 식비로 지출됐는데 지난해 2월에는 조선대 후문 식당 2곳에서 200만 원, 100만 원이 3분 간격으로 동시에 결제됐다. 지난해 8월에는 다른 지역의 한 주유소에서 4분 동안 6번을 끊어 78만 6천원이 결제되기도 했다. 코치 통장은 매월 200만 원씩 차량 리스 또는 할부로 추정되는 거래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한 학생이 내는 회비 규모는 얼마나 될까. 조선대 농구부의 한 학생 선수 부모의 협조를 얻어 2023년 12월부터 2024년 9월까지 10개월 동안 낸 회비를 확인한 결과 1802만 원에 달했다. 한 달에 180만 원씩 낸 셈인데, 1년으로 추정해 계산하면 2천만 원이 훌쩍 넘는다.

조선대학교 체육관 농구 코트와 조선대학교 로고. 최창민 기자조선대학교 체육관 농구 코트와 조선대학교 로고. 최창민 기자

내라는 대로 내야 하는 구조…"불이익 걱정돼 어쩔 수 없었다"

9천만 원에 가까운 회비가 현금으로 빠져나가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정작 학생 선수와 부모들은 왜 이토록 많은 회비를 내야 하는지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부모 회의 등을 통한 의견 수렴과 동의 절차가 없었고 회비 사용 내역에 대한 정산도 없었기 때문이다.

일부 학부모들은 회비를 제때 내지 못할 경우 농구부 지도자나 학부모 총무로부터 회비 입금을 독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대 농구부 선수 학부모 B씨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회비가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는지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했지만, 항의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B씨는 "코치 월급도 회비로 충당하고 농구부 운영을 위한 차량 2대 관련 비용도 부모들이 내는데 부모들이 다들 쉬쉬한다"며 "그런 걸 얘기하면 내 아들에게 불이익이 오고 저 부모 별스럽다는 얘기를 들을 것 같아 얘기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B씨는 "과도한 회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아들의 농구를 중단시켰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아들 농구를 시작하면서 후회를 많이 했다. 끝까지 돈으로 밀어 넣어야 하는 농구판"이라며 "아들에게 너무 힘들다고 얘기했다. 돈이 너무 많이 드니까"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학부모 C씨는 "아이들 식비와 차량 비용, 코치비라는 통보만 받았고 여태까지 정산받은 적이 없다"며 "학부모 전체가 모인 적도 없고 회비 관련 의사 결정 과정에 전혀 참여할 수 없는데 회비는 꼬박꼬박 내야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4년 2월 말 기준 총 17명의 학생이 농구부 활동을 시작했지만, 현재는 오는 2월 졸업을 앞둔 학생을 포함해 기존 인원에서 5명밖에 남지 않았다. 이 중 지난해 입학한 농구부 소속 체육학과 특기생 3명은 모두 활동을 중단했다.
 

선수들 계좌 만들어 제출…개인 수당 지급도 "몰랐다"

조선대 농구부의 회비를 둘러싼 부조리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농구부 지도자들이 학생 선수 개인에게 지급되는 각종 지원비를 가로챘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CBS노컷뉴스가 만난 조선대 농구부 전·현직 선수 학생, 학부모들은 농구부에 가입한 뒤 개인 명의로 계좌를 만들면 코치가 계좌번호와 통장, 현금카드, 비밀번호를 수거해갔다고 털어놨다.
 
현재 농구부 선수들은 물론이고 과거 선수로 활동하다 탈퇴한 선수와 학부모들도 같은 증언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통장에는 광주시체육회가 개별 학생에게 지급하는 대회 출전비와 훈련비, 대학 본부가 지급하는 수당 등이 입금되는데 정작 학생들은 이 돈을 사용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조선대 농구부를 탈퇴한 학생 D씨는 "조선대학교 밑에 신협이 있는데 코치가 신입생 선수에게 거기서 통장을 만들라고 지시한 뒤 계좌가 연결된 카드 등을 회수해 갔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 E씨도 "대학에 입학하니 계좌를 만들라고 시켰다"며 "통장, 카드, 비밀번호까지 다 가져가서 어떤 용도로 사용하는지 모르겠다. 현금 인출 내역만 있다"고 말했다.
 
조선대학교 체육학과 건물 1층에 위치한 신협 영업점. 최창민 기자조선대학교 체육학과 건물 1층에 위치한 신협 영업점. 최창민 기자
이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CBS노컷뉴스는 취재 과정에서 한 학생 선수 협조를 받아 계좌 사용 내역을 확인했다. 실제로 계좌에는 '조대체육실'이라는 이름으로 매달 18만원이 입금됐는데 이 돈은 반복적으로 며칠 뒤 누군가에 의해 전액 현금으로 인출돼 빠져 나갔다.
 
광주시체육회가 지급하는 각종 수당도 예외가 아니었다. 심지어 한 학생은 "농구를 그만둔 뒤에도 계좌를 돌려받지 못했고 계속해서 해당 통장에서 입금과 출금이 반복됐다"고 주장했다.
 
현재 농구부 소속인 학생 F씨는 "내 명의의 통장에 있는 카드랑 이런 걸 다 가져갔다. 입금된 돈은 현금 인출된다. 현금화해서 코치님이 감독님한테 드리는 걸로 안다"며 "조선대 체육실, KBL(대한농구협회), 광주시농구협회에서도 선수 개인에게 돈이 들어오는데 제가 한번도 사용한 적 없다"고 말했다.
 

억대 지원 받는 농구부…조선대 체육실장 "지원 규모 공개 못해"

조선대학교 농구부는 선수 부모들에게 막대한 회비를 걷고 학생 개인에게 지급되는 이런저런 수당과 지원금까지 걷어야 할 정도로 재정이 열악했을까. 각종 지원 내역을 살펴봤다.
 
광주시체육회는 지난 2024년 한 해 동안 조선대 농구부에 훈련비 명목으로 학생 1인당 55만원씩 715만원(학생 13명분), 출전비 명목으로 학생 1인당 40만원씩 520만원(13명분)을 지원했다. 또 농구부 육성비 명목으로 조선대에 1767만원을 지원하는 등 총 3002만원을 지원했다.
 
이와 관련해 교내 운동부를 관할하는 조선대학교 체육실은 농구부 선수 전원에 대한 합숙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농구부에 대한 세부적인 지원 내역은 물론 1년 전체 예산 규모조차도 공개하는 것을 거부했다. 익명을 요구한 조선대 관계자는 "연간 대학측의 지원과 농구협회 지원을 모두 더하면 8천만원 정도"라고 밝혔다.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 유권해석에 따르면 대학과 고용계약을 맺은 지도자에게 인건비나 식비, 주유비 등을 학부모회 운영 회비로 지급할 경우 직무 관련성이 인정돼 청탁금지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과도한 회비 갹출과 막대한 현금 인출, 학생 계좌 개설 지시에 대해 조선대 농구부 감독 G씨는 "관여한 바가 없고 관련 내용을 알고 있지 않다"며 관련 의혹을 일축했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은 농구부 코치 H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조선대 이계행 체육실장은 "각 운동부의 회비 사용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았고 파악하고 있지도 않다"며 "관련한 규정도 없다"고 밝혔다.

G감독은 지난 2019년 조선대학교 체육실 소속 농구부 감독으로 부임했다. 조선대학교 운동부 감독은 매년 계약을 갱신하는 무기계약직으로, 정년은 60세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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