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체육대학 앞. 김수진 기자▶ 현대판 착취 보고서: 조선대 농구부를 둘러싼 의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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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억대 회비 깜깜이 현금 인출…선수 개인 지원금도 빼돌렸나? ② '장학금도 꿀꺽?' 광주시체육회 단체종목 장학사업 '엉터리'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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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체육회가 일부 대학교 단체종목 운동부 유망선수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사업이 엉터리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시체육회는 조선대학교 농구부 유망 선수 1명에게 장학금 1천만 원을 지급했지만, 해당 선수는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농구부 코치진은 이 돈을 빼앗아 갔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제가 우수선수라고요?"…단체종목 유망주 장학금 1천만 원 어디로?
광주시체육회에 추천한 단체종목 우수선수 장학금 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논란에 휩싸인 조선대학교 농구부의 2024년 단체 사진. 독자 제공
광주시체육회는 지난해 4월 12일 전국체육대회에 참가하는 대학부 단체종목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광주 지역 각 종목단체에 '단체종목 우수선수 장학금 지급 대상자 추천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종목단체는 대상자인 2023년 전국체육대회 출전 운동부가 속한 대학마다 추천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조선대학교 농구부는 신입생인 A선수를 추천했고 시체육회는 5월 초 1천만 원을 A선수의 개인 계좌로 지급했다.
그런데 정작 A선수는 본인이 우수선수로 추천돼 선정된 사실은 물론, 해당 내용으로 장학금 1천만 원을 받은 줄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A선수는 다른 신입생들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초 신협 계좌를 만들어 카드와 통장 등을 코치에게 제출해야 했는데 이 계좌로 장학금이 입금됐다는 것이다.
A선수는 "장학금 1천만 원을 코치나 감독이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해당 계좌에 들어온 돈이 농구부 회식비로 사용되거나 일부 현금으로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시체육회는 이를 우려해 단체종목 우수 학생 장학금 관련 공문에 '(선수 개인에게 지급한)장학금을 회수하여 운영비로 사용하거나 관계자(임원, 해당팀 감독, 지도자 등)의 계좌로 일부를 이체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종목단체(또는 대학교)는 지도·감독을 철저히 해달라'고 신신당부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던 것이다.
A선수는 "갑자기 1천만 원이라는 큰돈이 들어와 100만 원을 다른 계좌로 이체했는데, 코치님이 이체한 100만 원을 계좌에 돌려놓으라고 지시해 다시 그 계좌로 입금했다"고 털어놨다.
광주시체육회 관계자는 "시 체육회에서 개인 계좌로 장학금과 훈련비 등을 주는 것은 개인이 직접 사용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운동부 지도자가 장학금을 가로채거나 운동부 운영비로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지책"이라고 설명했다.
'감독에게 일임된' 우수선수 장학금 추천 과정
광주광역시 체육회관 전경. 광주시체육회 제공광주시체육회가 지급한 단체종목 우수선수 장학금 대상자의 선정 과정도 문제로 지적된다.
광주시체육회는 지난해 5월 3일까지 1억 원을 한 팀당 1천만 원으로 배분해 농구와 축구, 야구 등 단체운동 종목 10개 팀에 속한 대학 신입생 13명에게 단체종목 우수선수 장학금을 지급했다.
각 학교 운동부가 우수 학생을 추천하면서 제출한 서류 가운데 개인 성적을 평가할 수 있는 자료는 경기 실적 증명서가 유일했다.
CBS노컷뉴스는 장학금 수령자 13명이 제출한 경기 실적 증명서를 살펴봤다.
그러나 조선대 농구부를 포함한 대다수 종목 추천 학생들은 운동부 단체 성적만 기재돼 있을 뿐 개인 기여도를 평가할 수 있는 항목이 전혀 없었다. 이에 형식적인 추천과 평가를 통해 장학금이 지급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광주시체육회는 "대학이 정한 기준에 따라 선발된 선수 중 감독과 협회의 판단을 기준으로 경기력 향상에 필요한 선수를 추천받았다"고 해명했다.
조선대에 추천 기준을 묻자, 조선대 이계행 체육실장은 "우수선수에 대한 판단이 사람마다 다르고 체육실이 개인 역량을 모르기 때문에 해당 운동팀을 담당하는 감독한테 추천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추천했다는 감독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조선대 농구부 감독 B씨는 A선수의 단체종목 우수선수 장학금 지급과 사용에 대해 전혀 관여한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B감독은 "(A선수가 받는 장학금에 대해)내가 어떻게 아느냐. 특별히 할 말이 없다. (체육)특기자로 온 A선수가 제일 많이 (경기를) 뛰고 그래서 (추천이) 간 것 같다"며 조선대 체육실의 설명과는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자신은 A선수 경기실적증명서를 제출한 적도 없다는 것이다.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체육대학 내부 농구장. 김수진 기자그렇다면 다른 지역 체육회의 학생 선수 장학금 지급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봤다.
경기도체육회는 지난해 대학교 운동선수 장학금 대상자 선발 과정에서 선수 본인에게 직접 서류를 제출하도록 했다.
경기도민회장학회가 지급하는 '2023년 전국 및 광역 시도 단위 이상 대회 수상 학생 장학금 대상자 선발 계획'에 따르면, 전년도 수상 기록이 있는 국내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은 직접 자신의 서류를 종목단체에 제출했다.
해당 서류는 종목단체와 경기도체육회, 장학금을 지급하는 경기도민회장학회가 수상 실적을 검토·평가한다. 이후 우수한 선수에게 1인당 150만 원을 두 번으로 나눠 지급한다.
비슷한 운동선수 장학금 지급 사업이지만 대상 선수를 선정하는 경기도체육회의 절차와 과정은 훨씬 더 많은 장학금을 지급하는 광주시체육회보다 더욱 공정하고 투명해 좋은 대조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