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SK FC(제주) 구자철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갖고 소회를 밝히고 있다. 현역 은퇴를 선언한 구자철은 제주에서 유소년 어드바이저로 뛴다. 황진환 기자큰 힘이 되는 친구들입니다."
은퇴를 선언한 구자철의 곁에는 늘 두 친구가 있었다. 바로 기성용(FC서울)과 이청용(울산 HD)이다. 연령별 대표팀을 거쳐 국가대표로 함께 뛰었다. 셋 모두 유럽 무대를 누빈 뒤 K리그로 돌아왔다는 공통점도 있는 한국 축구의 레전드다.
구자철이 가장 먼저 은퇴했다. 구자철은 14일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역 은퇴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구자철과 기성용, 이청용은 2010년대 한국 축구의 황금세대였다. 이청용이 먼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향했고, 이어 기성용이 스코틀랜드로 날아갔다. 구자철도 뒤지지 않고,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했다.
구자철의 은퇴, 그리고 제주SK FC 유스 어드바이저 수락에도 두 친구의 조언이 있었다.
구자철은 "큰 힘이 되는 친구들이다. 어떤 일이 있으면 가장 먼저 연락한다. 사소한 이슈에도 단톡방이 시끄러워진다"면서 "은퇴 이야기를 했을 때도 굉장히 아쉬워했고, 고생했다는 말을 해줬다. 너무 고맙다. 둘은 같은 선수로서 존경했다. 둘의 장점을 보면서 많이 따라가려고 노력했다. 너무 훌륭한 친구, 그리고 선수"라고 말했다.
구자철의 말대로 기성용과 이청용은 친구이자, 또 경쟁자였다. 둘의 유럽 진출은 구자철에게 자극제가 됐고, 막연히 꿈만 꾸던 구자철의 유럽 진출에 동기부여가 됐다.
구자철은 "해외에 갈 거라는 생각은 계속했다. 그 중심에는 (박)지성이 형이 있었다"면서 "동기부여가 된 두 명이 바로 기성용, 이청용이다.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갔고, 내 생각도 가고 싶다에서 가야겠다로 바뀌었다. 2010년 구단에 해외 진출을 이야기했고, 시즌이 끝나고 마음을 먹었다. 에이전트를 통해 적극적으로 움직였고, 결실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구자철은 2011년 볼프스부르크에 입단하며 유럽에 진출했다. 아우크스부르크, 마인츠를 거치며 독일에서 오래 뛰었다.
백지훈, 김진규, 박주영 등을 바라보면서 20세 이하 월드컵을 목표로 뛰었던 중학생은 20세 이하 월드컵은 물론 올림픽, 월드컵까지 출전한 뒤 은퇴했다. 구자철이 "둘도 빨리 은퇴할 거라고 본다"고 농담을 던질 정도.
동갑내기 세 친구는 이제 한국 축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구자철은 "성용이는 공식적으로 유럽을 오가며 지도자, 행정 수업을 받고 있다. 서로 '너는 은퇴하면 뭘 할 거냐' 이야기를 하는데 공통적으로 행정, 지도자 수업을 다 받자고 말한다. 질문하고, 배우고, 무조건 공유한다. 성용이가 유럽에 다녀오면 이야기를 해준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을 할 것인지, 내가 친구들의 미래를 이야기할 수는 없다. 다만 욕심을 내서 서두르다 그르치지 않겠다는 것이 셋의 생각이다. 한국 축구를 위한 일을 현명하고, 지혜롭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독단적으로 하면 그르칠 확률이 높다. 하지만 나에게는 기성용과 이청용이라는 한국 축구에 큰 일을 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기에 열심히 해보겠다"고 강조했다.
먼저 은퇴를 한 만큼 제2의 인생은 구자철이 먼저다. 두 친구도 "먼저 은퇴하니 잘하고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구자철은 "나도 한국 축구를 사랑하는 마음도 크지만, 그 친구들 역시 그런 마음이 나보다 크면 컸지, 작지 않다. 둘이 은퇴하기까지 부끄러움이 없도록 잘하고 있겠다"면서 "잘 기다리고 있겠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무엇보다 선수 생활 내내 고맙고, 영광이었다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