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랭킹 뉴스

'30살' 넥슨 본사 털어보기…'뚫어뻥'이 있다?[왓츠인마이오피스]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편집자 주

"왓츠인마이오피스(What's in My Office)?"
한 기업의 '공간'을 보면, '경영 철학'과 '정체성'이 보입니다. 내가 자주 사용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은 어떤 곳에서 일할까요? 과연 이 서비스는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요? IT커머스팀이 여러분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기업들의 '오피스(office)'를 털어봅니다. 사옥을 거닐며 느껴본 사내 문화와 분위기도 가감 없이 풀어드립니다. 살포시 '자랑'이 가미된 사내 홍보맨의 얘기도 직접 들어봤습니다.

유준상 인턴기자 제작유준상 인턴기자 제작
NOCUTBIZ
▶ 글 싣는 순서
①네이버 사옥을 털어봤다…로봇 '실존'
②"라이언·춘식이가 살아요" 카카오 사옥은 지금
③당근 직원들은 '당근 동네'에서 일해요
④'30살' 넥슨 본사 털어보기…'뚫어뻥'이 있다?
(계속)

'크레이지 아케이드', '카트라이더'. 이름만 들어도 90년대생들에게 향수를 자극하는 게임들. 국내 최대 이용자를 보유한 '메이플스토리'. 세계에서 제일 오래된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으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린 '바람의 나라'까지. 게임을 즐겨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모두 익숙한 이름인데요. 모두 국내 게임사 넥슨이 탄생시키고 키워낸 게임들입니다.

국내 게임업계가 보릿고개를 넘어가고 있는 현재에도 넥슨은 견고히 1위를 유지하며 올해는 연매출 4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요. 2027년에는 연매출 7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도 세웠습니다. 유명 IP(지식재산권)를 더 확대한다는 전략과 함께 말이죠. 넥슨의 성장 동력인 IP가 자라는 곳, 판교 본사를 살펴봤습니다.
 

본격 사옥털이! 넥슨 오피스, "What's in My Office"


넥슨 스튜디오. 넥슨 제공넥슨 스튜디오. 넥슨 제공①'게임업계 1위' 넥슨에만 있는 것은?

넥슨 사옥에 들어섰을 때 처음 든 생각은 "게임회사 맞아?"였습니다. 형형색색의 게임의 세계를 기대했다면 그것은 오산! 게임회사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무채색의 어두운 톤을 갖춰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그래도 곳곳에 캐릭터 모형과 30주년을 기념하는 레고 모형의 상징물을 보고는 "아! 게임회사였지" 하고 이마를 탁 쳤죠. 왜 회색빛 분위기를 냈을까요? 넥슨에 물어봤습니다. "평소 게임 개발자들이 화려한 그래픽에 장시간 노출돼 있기 때문에 피로해진 눈이 잠시나마 편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 차원의 인테리어"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이곳에는 아주 특별한 공간이 있습니다. 바로 '넥슨 스튜디오'. 가수들 녹음실을 방불케 합니다. 녹음된 음악과 효과음을 편집할 수 있는 편집 공간과 마이크를 갖추고 실제 녹음이 진행되는 부스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곳에서 성우들이 게임에 들어갈 소리를 녹음하고 직접 편집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합니다. 종종 게임과 연예인들이 컬래버레이션(협업)한 캐릭터들의 음성도 여기서 전부 녹음된다고요.
 
넥슨 사운드 스튜디오. 박성은 기자넥슨 사운드 스튜디오. 박성은 기자'넥슨 스튜디오' 안에는 숨겨진 공간도 있었는데요. 녹음 공간을 지나 들어선 방에는 게임 속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볏짚과 흙이 바닥에 깔려 있었습니다. 심지어 뚫어뻥은 물론 큰 나무 장작과 철로 된 판도 눈에 띄었습니다. "시골 뒷마당 같은 공간이 왜 게임사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곳은 게임을 즐기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효과음'을 제작하는 데 사용되는 공간이라고 합니다.
 
게임에서 캐릭터가 흙을 밟고 뛰어가는 소리와 풀숲을 살금살금 걸어가는 소리를 들어보면 미세하게 다릅니다. 넥슨의 음악 담당자들은 직접 흙과 볏짚 위를 걸어보고 녹음해, 각각의 효과음들의 미세한 차이를 표현한다고 합니다. 특히 뚫어뻥은 뛰어가는 말의 말발굽 소리를 표현하는 데 쓰인다고요. "기술을 통해 가상으로 효과음을 구현할 수 있지만, 직접 해봐야 '진짜 같은' 효과음을 구현할 수 있다"는 담당자의 말에서 넥슨만의 자부심마저 느껴졌습니다.

넥슨 사옥 내 '사운드 스튜디오'에서 넥슨 직원이 직접 소품을 활용해 소리를 구현하고 있다. 박성은 기자넥슨 사옥 내 '사운드 스튜디오'에서 넥슨 직원이 직접 소품을 활용해 소리를 구현하고 있다. 박성은 기자 ②게임사에는 대규모 PC방이 있다?! 없다?!
 
넥슨에는 대규모 PC방이 있다고 들었던 터!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실제 PC방처럼 최신 사양의 PC 100대를 갖춘 곳이 있었습니다. 넥슨은 '넥슨+PC방'을 조합해서 '넥방'이라고 부른다고요. 넥슨 직원들이 여기서 게임을 하냐고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이곳은 넥슨에서 개발 중인 게임을 대규모로 시연하거나, 언론을 대상으로 게임을 공개할 때 사용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개발이 시연될 때는 '절대 보안'이라 볼 수 없었고요. 아무도 없는 넥방은 볼 수 있었습니다. 직원들이 이용자의 눈높이에서 게임을 해보고 보완하는 과정을 거쳐, 지금의 넥슨 게임들이 탄생한 거겠죠?

게임에 대한 '진심'은 게임을 제작하는 사옥 곳곳에서 묻어났습니다. 넥슨 사옥의 층과 층 사이를 연결하는 곳인 '비트윈'에는 일반 회사와 달리 다양한 종류의 콘솔기기가 구비돼 있는데요. 게임에 진심인 사람들이 모여 게임을 즐긴다고 합니다.
 
넥슨 '넥방(넥슨+PC방)'. 박성은 기자넥슨 '넥방(넥슨+PC방)'. 박성은 기자
③첫째도 둘째도 '영감!'…미술관이야? 음악실이야? 
 
게임은 역사와 같은 현실을 배경으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판타지 등 다양한 요소가 가미돼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콘텐츠에 가깝습니다.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 그만큼 풍부한 '영감'이 필요한데요. 그런 뜻으로 배치된 그림 예술 작품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게임 속 캐릭터들이 다른 예술 작품으로 표현돼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였습니다. 마치 미술관에 온 것 처럼요.
 
넥슨 창업자 고(故) 김정주 회장은 직원들의 영감을 위해 게임과 예술 분야의 협업을 적극 권장하고, 직원들이 작곡과 작사 등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복지도 추진했다고 합니다. 그걸 실현할 수 있는 곳이 2층에 '크리에이티브 랩' 공간이고요. 음악과 그림 등 다양한 활동을 배우고 실제로 책도 내고 음반도 내는 직원들까지 나왔다고 합니다.

넥슨 사옥 내 게임 IP를 활용한 그림 작품. 박성은 기자넥슨 사옥 내 게임 IP를 활용한 그림 작품. 박성은 기자
 

30년 역사…지금의 넥슨이 될 수 있었던 이유

넥슨의 역사는 1994년 12월 서울 강남구 한 오피스텔에서 시작됐습니다. 1996년 세계 최초로 그래픽 기반 온라인 게임 '바람의나라'를 출시한 게 '시작'이죠. 연이어 출시한 온라인 게임 모두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고요.
 
넥슨은 2002년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일본 지사인 '넥슨재팬'을 설립했습니다. 이후 2005년 '넥슨재팬'을 넥슨으로 사명을 변경한 뒤, 넥슨코리아의 지주사로 두고 전문 경영인 체제를 갖췄습니다. 당시 게임업계에선 처음으로 '스튜디오 체제'를 도입하기도 했고요.
 
지금 넥슨의 효자 IP로 꼽히는 '던전앤파이터'의 개발사 네오플을 인수한 건 2008년인데요. 네오플 인수로 넥슨은 더욱더 IP 라인업을 강화했습니다. 기세를 이어 2011년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했고, 매출 1조 원 돌파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뒤이어 2020년 한국 게임사로는 최초로 매출 3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국내 게임 업계가 보릿고개를 지날 때도 넥슨은 업계 1위 자리를 지키며 8664명의 직원 규모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모기업인 NXC가 일본 법인인 넥슨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고, 넥슨의 자회사로 넥슨 아메리카와 넥슨 코리아가 있습니다. 네오플, 넥슨게임즈, 넥슨네트웍스, 넥슨 타이완 등은 넥슨 코리아의 자회사로 있는 구조를 갖췄습니다.

 

'넥슨 피플'은 어떤 사람? 

지금도 넥슨은 신규 IP 라인업을 확대하기 위해 채용을 진행 중인데요. 넥슨의 여러 공간에서도 엿볼 수 있었듯, 넥슨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재상은 무엇보다도 '창의적인 사람'입니다. 어디서든 창작의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신선한 아이디어와, 새로운 창작에 적용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내 동호회가 수십 개가 될 정도로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중요시합니다. 그만큼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는 데 주저하지 않고 그것을 또 다른 아이디어로 발전시킬 수 있는 점을 '넥슨의 기업문화'로 꼽고 있습니다.
 
국내게임 업계 1위 자리를 지키면서도 '게임의 A부터 Z'까지 어느 하나 소홀히 하지 않는 데서 넥슨의 진심을 볼 수 있었는데요. 앞으로 또 어떤 게임들로 이용자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줄지 넥슨의 '다음'이 기대됩니다.

0

0

오늘의 기자

실시간 랭킹 뉴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