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항공기 추락 사고 현장. 연합뉴스전남 무안국제공항 항공기 활주로 이탈 사고의 원인이 착륙 시 사용되는 바퀴인 랜딩기어 미작동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조류 충돌인 '버드 스트라이크'가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9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사고 당시 무안공항 1번 활주로에 접근한 여객기는 1차 착륙 시도 후 정상 착륙이 불가능해지자 복행을 통해 다시 착륙을 시도하면서 발생했다.
사고 항공기는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아 동체 착륙을 시도하던 중 활주로 끝단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못해 구조물을 충격한 뒤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특히 착륙 시도 직전 새 떼가 있었다는 목격자 증언이 나오면서 조류 충돌인 '버드 스트라이크'가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랜딩기어 미작동..동체 착륙 어쩔 수 없는 선택"
초당대학교 정원경 항공운항과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관제사와 조종사 간 통신 내용 확보이고 나중에 블랙박스가 수거되면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랜딩기어 유압 계통이 작동되지 않아 조종사가 어쩔 수 없이 동체 착륙을 시도하지 않았을까 추정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 "랜딩기어가 정상적으로 내려오지 않으면 비상 바퀴를 내려보고 이것도 안 내려왔기 때문에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동체 착륙 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인근의 바다로 이동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바다도 표면장력이 있기 때문에 콘크리트처럼 딱딱하다. 그래서 활주로가 더 안전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류충돌 방지를 위해 조종사들이 관제사에게 말해 지상에서 조류 퇴치팀이 총으로 쏘아서 쫓아내는 방법이 있는데 그 팀이 가동됐는지는 확인 해봐야할 것"이라며 "외부 조력 외에 비행기 자체적으로 조류를 퇴지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복행 과정에서 사고…2~3분 밖에 시간 없었을 것"
대한항공 기장 출신인 가톨릭관동대학교 정윤식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현재로는 조류 충돌에 의한 엔진 손상으로 보이고 자체 항공기 결함은 확인이 어렵다"며 "엔진이 고장나 복행을 했고 복행하는 과정에서 바로 돌려서 들어오는 상황이어서 2~3분 밖에 시간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 "바퀴와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고 동체가 활주로 마찰로 제동을 하는 방식으로 활주로는 충분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영화의 한 장면처럼 해상 착륙 얘기도 나오지만 해상이 더 위험하다. 해상 착륙을 시도하다 항공기가 크게 파손돼 탑승자들이 사망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정부 당국은 사고 수습과 함께 사고 원인 분석에 들어갔다.
국토교통부는 사고 원인 브리핑에서 하나로 지목된 랜딩기어 작동 이상에 대해서는 "목격한 내용과 기체 조사 후 결론이 다를 수 있다"며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로 인한 랜딩기어 문제가 원인이라는 내용이 나오는데 조사를 명확하게 해봐야 원인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날씨는 오늘 흐리다는 정보가 있었는데 항공기 안전에 위험할 정도의 기상 상황이었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조사 과정에서 여러 사고 원인을 조사하면서 같이 (확인)해볼 계획"이라고 했다.
무안공항 활주로 길이가 타공항 대비 짧아 사고가 발생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활주로 길이는 2800m다. 그 전에도 사고가 일어난 항공기와 유사한 크기의 C급 항공기들이 계속 운항해왔다"며 "활주로 길이에 의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착륙에 어려움을 느낀 조종사가 관제탑에 긴급 요청을 했다는 보도와 관련해서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사고 원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기장과 관제탑간 교신기록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했다.
사고난 항공기에 기체 결함이 있었다는 의혹에 관해서도 "기체에 대한 정비 이력 등을 별도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했다. 운행 결정 점검 여부에 대해서는 "항공법에 따라 (점검) 주기가 있는데 철저히 지켰는지 볼 것"이라며 "특정하게 해당 항공기에 안전장애가 많이 있었는지 비교해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해당 사고로 인해 이날 오후 2시 기준 96명(남자 47명, 여자 48명, 확인불가 1명)이 사망했다. 해당 여객기에는 승객 175명, 승무원 6명 등 181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구조된 승무원 2명은 목포의 인근 병원에 이송됐다. 숨진 희생자들은 무안공항 내 설치된 임시 영안실에 안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