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4일 본인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뒤 한남동 관저에서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12·3 내란사태'와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수사기관의 소환통보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헌법재판소는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 서류 등을 받지 않는 상황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
이와 함께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나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특수단)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국방부 조사본부가 함께 구성한 공조수사본부(공조본)은 사건 관계자들을 계속 소환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고, 국회에서는 헌법재판관 후보자 청문회가 열린다. 침묵하는 윤 대통령의 행보와는 대조적으로 내란죄 수사와 탄핵심판 절차는 바쁘게 움직이는 형국이다.
서류도 안받는 尹…헌재 오늘 입장 표명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이날 탄핵심판 관련 서류들을 윤 대통령이 일체 받지 않고 있는 상황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
현재까지 헌재는 인편과 우편, 전자문서시스템 등 세 가지 방식으로 윤 대통령에게 탄핵심판 관련 서류를 보냈다. 헌재가 보낸 서류는 탄핵심판 청구 접수통지와 답변서·의견서 요구, 준비절차 회부결정서, 준비절차 기일 통지, 출석요구서, 준비명령 등이다.
그러나 서류들은 모두 윤 대통령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헌재 직원들이 관저로 직접 찾아갔지만 경호원들의 제지에 막혀 진입할 수 없었고, 경호처 직원에게 서류 전달을 시도했으나 거절당했다. 우편 역시 '수취인 부재' 혹은 '경호처의 수취 거절' 등으로 전달되지 않았으며, 대통령실 역시 전자공문이 윤 대통령에게 전달됐는지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의 모습. 류영주 기자서류가 송달되지 않아 탄핵심판 절차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헌재가 이날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헌재는 지난 19일 브리핑을 통해 "서류 송달 간주 여부 등에 대해 오는 23일 정기 브리핑 때 헌재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법 78조는 전자문서의 경우 '통지 1주일이 지나도록 확인하지 않을 경우 송달된 것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한다. 헌재가 해당 법 조항을 적극 적용한다면, 대통령실에 전자문서를 보낸 것을 송달로 간주할 확률도 있다.
'2차 소환' D-2… 尹앞에 쌓인 4번째 출석요구서
윤 대통령은 공조본의 소환통보에도 묵묵부답이다. 공조본이 요구한 출석 일은 오는 25일, 성탄절 오전 10시다. 공수처는 지난 20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과천정부청사 공수처 검사실로 출석하라는 출석요구서를 윤 대통령에 보냈다.
이번 소환통보는 지난 16일에 이어 두 번째다. 특수본이 앞서 두 차례 소환을 통보했던 것까지 포함하면, 윤 대통령 앞에 총 네 차례의 출석요구서가 쌓인 셈이다.
18일 오전 경찰들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연합뉴스그렇지만 윤 대통령이 이번 출석요구에도 불응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헌법연구관 출신 배보윤 변호사를 중심으로 윤 대통령이 변호인단을 구성하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아직 공조본 등에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통령 출석을 앞두고 진행되는 경호처와의 경호 관련 협의도 아직까지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검찰 특수본과 국수본 특수단은 전날 문상호 정보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을 각각 불러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란 혐의 등으로 구속된 두 사람은 지난 1일 이른바 '햄버거 회동'에서 내란을 모의하고, 계엄 당일 북파공작원(HID) 요원 등을 체포조로 투입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계엄군을 투입시킨 혐의 등을 받는다.
아울러 검·경은 또 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 참석자들도 불러 당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검찰 특수본은 지난 20~21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경찰 특수단은 지난 21일 김영호 통일부 장관을 불러 조사했다.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후보자들 "권한대행 임명 문제 없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헌법재판관 선출에 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박지원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은 국회 몫 헌법재판관 3명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임명할 수 없다며 회의 불참을 선언했다. 윤창원 기자
한편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헌법재판관 인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회는 이날 야당이 추천한 정계선(55·사법연수원 27기) 서울서부지방법원장과 마은혁(61·29기)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다음날(24일) 여당이 추천한 조한창(59·18기) 변호사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각각 개최한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헌법재판관 임명 절차를 지연하지 말고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면서 국민의힘을 향해 "현재 공석인 헌법재판관 3인에 대한 임명 절차에도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따.
민주당은 인사청문회가 끝나는 24일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고, 오는 26일이나 27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그렇지만 국민의힘은 인사청문회에 불참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장관 임명은 행정부 수반 지위로서 가능하고,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임명은 국가원수 지위에서 나오는 것이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의 임명이 안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마은혁·정계선·조한창 헌법재판관 후보자들은 전날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서면 답변서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은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세 후보자 모두 헌법 조항을 들어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가 뽑은 자를 재판관에 임명하는 것이 헌법조항 취지에 부합한다"고 답했다. 헌법 111조 2항과 3항은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재판관 중 3인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자를 임명한다'고 규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