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순 전 강원도지사. 구본호 기자춘천 레고랜드 사업 배임 혐의 사건으로 기소된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의 사건 재판에서 사업 추진 당시 시행권을 가진 영국 멀린사가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으로 강원도를 압박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춘천지법 형사2부 김성래 부장판사는 29일 최 전 지사 등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국고 등 손실과 업무상 배임,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 사건 속행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20215년부터 2023년까지 당시 레고랜드 사업 특수목적법인 엘엘개발(현 강원중도개발공사·GJC)에서 근무했던 간부급 실무 직원 A씨에 대한 증인신문 절차가 진행됐다.
A씨는 2018년 12월 총괄개발협약(MDA) 체결 당시 멀린사의 의견이 대다수 반영될 수 밖에 없었던 구조였다고 증언했다. 당시 문화재 발굴로 인한 사업 지연과 이로 인한 이자 부담 증가로 사업을 중단하고 파산할 수 밖에 없었던 탓이라는 설명이다.
또 MDA 협상 초기 멀린사에서 강원도와 엘엘개발에 800억 원의 무상 지원을 요구한 점을 들며 "멀린은 늘 '우리가 철수하면 레고랜드를 개장해서 거둬들일 수 있는 수입까지 다 손해배상 청구할 거다'라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임대수익률을 30.8%에서 3%로 축소한 점에 대한 논란과 관련해서는 "실무진에서 임대료를 더 받아야 한다고 했는데 멀린은 '추가 투자를 위한 대출을 받아야 하고 고금리를 지급해야 해 임대료를 다 줄 수 없다'고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문제가 불거진 뒤 A씨는 "멀린에서 계속 협박성으로 이야기하니까 듣기가 거북해서 몇 차례 심하게 말다툼을 한 적도 있었다"며 "이로 인해 업무에서 배제된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 연합뉴스 검찰은 A씨의 증언에 더해 당시 엘엘개발에서 국내 유명 법무법인에 MDA 체결로 인한 업무상 배임죄가 되는지 세 차례에 걸쳐 자문했던 점, 도의회에 열람용 MDA만 제공된 사실 등을 들어 최 전 지사가 강원도에 끼친 손해를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이에 대해 최 전 지사 측은 MDA 체결 이후 실질적으로 세금이나 과징금 부담이 발생하지 않아 특혜를 제공한 적이 없는 점, 임대수익이 지방의회 의결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공개할 필요가 없었던 점, 비밀유지의무 조항 탓에 공개할 수 없었던 점 등을 들어 무죄 취지의 주장을 폈다.
앞서 지난 공판에서 검찰과 최 전지사 측은 각각 시간의 흐름에 따라 채무보증 규모가 210억 원에서 2천50억 원으로 늘어난 과정과 강원도와 멀린사 간 본 협약(UA)과 강원도와 국내 참여사들의 협약(MCA) 체결 과정을 정리했다.
최 전 지사는 2014년 강원도의회 의결 없이 채무보증 규모를 210억 원에서 2050억 원으로 늘리는 과정에서 강원도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전 강원도청 글로벌통상국장 B씨는 사업 전반적인 과정에 관여한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검찰의 기소를 '정치적 공세'라며 문제를 제기해 온 최 전 지사는 줄곧 검찰의 공소 제기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최 전 지사는 "공소사실 자체가 불분명하고, 제가 뭘 잘못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이미 벌써 4년이 지났는데 검찰에서도 자신들의 입지를 생각하지 말고 나라 경제를 위해 빠르게 정리를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6월 23일 춘천지법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