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배드민턴협회 김택규 회장. 윤창원 기자대한배드민턴협회 김택규 회장이 연임을 위한 첫 단계를 밟았다. 다만 차기 회장 선거 출마를 깊이 고민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회장은 10일 협회 사무처에 회장 직무 정지 요청 서류를 제출했다. 차기 회장에 출마하려면 선거 50일 전까지 직무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선거가 내년 1월 16일 예정인 까닭에 오는 11일이 직무 정지 요청 마지노선이었는데 하루 전에 절차를 밟았다.
제32대 협회장 선거에는 지금까지 2명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혼합 복식과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 복식 금메달을 따낸 원광대 김동문 교수와 약사 출신 사업가 한국실업배드민턴연맹 전경훈 회장이다.
일단 김 회장은 "아직 출마 의사를 밝힌 것은 아니고 직무 정지를 신청한 상태"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 8월 파리올림픽 여자 단식 금메달을 따낸 안세영(삼성생명)의 폭탄 발언 이후 협회가 문화체육관광부의 사무 검사·보조사업 수행 점검을 받는 등 어수선한 상황인 까닭이다.
문체부는 협회가 정부 예산을 받아 진행한 승강제 리그를 운영하면서 보조금법을 위반했다며 김 회장의 해임을 요구했다. 김 회장의 후원 물품 횡령·배임 의혹에 대해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이에 경찰은 지난달 신체 압수 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김 회장과 협회 직원들의 휴대전화를 확보하는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협회는 지난해부터 문체부와 대한체육회의 지침 속에 승인을 받아 승강제 리그 사업을 진행했는데 이제 와서 보조금법을 위반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같은 내용을 토대로 지난달 문체부의 사무 검사에 결과에 이의 신청을 한 상태다.
김 회장 측은 배드민턴 발전을 위해 노력했는데 처벌을 받는 현실에 개탄하며 명예 회복을 노리고 있다. 협회로부터 임원들이 수억 원의 급여와 활동비를 받은 전임 집행부와 달리 사적 이익을 취한 바가 없고, 배드민턴 발전을 위해 노력해왔는데 비리를 저질렀다는 음해를 받고 있다는 입장이다. 협회는 문체부가 지적한 후원 물품 횡령과 배임 의혹에 대해 승강제 사업 규모에 따라 합리적으로 용품을 배분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일단 김 회장은 문체부의 조치와 경찰 수사 진행 상황 등을 감안해 출마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회장 선거 후보 등록은 내년 1월 7~8일 진행된다. 김 회장은 "주위에서 '수시로 협회 돈을 곶감 빼먹듯 가져간 인사들과 달리 사적인 이득 없이 오로지 협회를 위해 일해온 분이 다시 힘을 써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면서 "아직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심사숙고해 출마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지난 2021년 1월 선거에서 당선돼 제31대 협회장으로 취임했다. 이 기간 협회는 공식 스폰서인 요넥스의 후원액을 180만 달러에서 290만 달러로 늘렸고, 에스 오일과 샤워플러스 등으로부터도 지원을 받았다.
한국 배드민턴은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안세영을 앞세워 금메달 2개(여자 단식, 단체전)와 은메달 2개(남자 복식·여자 복식), 동메달 3개(여자 복식·혼합 복식)을 수확했다. 대표팀은 파리올림픽에서도 2008년 이용대(요넥스)-이효정의 혼합 복식 이후 16년 만의 금메달(안세영)과 김원호(삼성생명)-정나은(화순군청)의 혼합 복식 은메달 등 성과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