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경증환자는 동네 병·의원이나 중소병원 응급실을 이용해달라는 안내 배너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정부가 '의료개혁'의 일환으로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구조 전환에 나서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대형병원을 찾은 경증환자 수는 여전히 연간 500만 명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약 30% 가까이 줄었음에도, 아직도 중증도와 무관하게 '큰 병원' 내원이 익숙한 실태를 보여주는 수치다.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종합병원 이상 대형병원을 방문한 경증환자는 지난 2019년 755만 813명에서 2023년 549만 6199명으로 약 27.2% 감소했다.
이른바 '빅5' 등 대형병원으로의 경증환자 쏠림은 국내 의료전달체계의 고질적 문제로 꼽혀 왔다. 이로 인해 정작 적시치료가 시급한 중증·응급환자가 '골든타임'을 놓치거나 '응급실 뺑뺑이'가 벌어지는 상황도 종종 발생했다.
경증질환으로 대형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9년 이래 2022년(516만 4천여 명)까지 줄곧 감소했다가, 지난해엔 549만 6천여 명으로 전년 대비 33만여 명 가량 늘어 소폭 반등했다.
2019년~2023년 연령별 경증질환 진료현황(환자 수).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실 제공
대형병원에 내원한 경증환자를
연령별로 살펴보면, 작년 기준 60대가 110만 5천여 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50대 95만 8천여 명 △70대 70만 9천여 명 △40대 67만 1천여 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상급종합병원 등에서 경증 환자들이 제일 흔하게 진료 받은 병명은 '상세불명 기원의 위장염 및 결장염'(상병기호 A099, 49만 2700여 명)이었다. '기타 및 상세불명의 원발성 고혈압'(I109, 43만 1300여 명)이 2위를 차지했다.
그 외 △'식도염을 동반한 위-식도역류병' 31만 4500여 명 △'상세불명의 급성 기관지염' 31만 3900여 명 △'합병증을 동반하지 않은 2형 당뇨병' 19만 8200여 명 △'척추협착' 19만 4900여 명 △'급성 비인두염'(감기) 16만 8천여 명 등이다.
관내 종합병원이나 동네 병·의원에서 치료가 가능한 질환으로 상급종합병원 등을 찾을 경우, 의료시스템의 효율성은 자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형병원의 역할과 기능을 재고할 시점이란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보건복지부는
이르면 이달 내 상급종합병원의 중증환자 진료 비중을 현 50%에서 70%로 점진적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구조 전환 시범사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최보윤 의원은 "대형병원에서 경증질환을 진료 받는 환자 수가 꾸준히 높은 것은, 의료자원의 비효율적 활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대형병원들이 본연의 역할인 중증질환에 대한 난이도 높은 의료행위 등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1차 의료기관의 역할을 강화해, 환자들이 경증질환으로 인해 대형병원을 찾는 현상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