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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화案 외면하더니 이럴거면 왜…" '갈라치기' 논란만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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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율 4%p·소득대체율 2%p 인상' 담은 尹정부 연금개혁안
野·시민사회 "내는 돈 올리고 수급액 깎아" "보장성 강화 시늉만"
"21대 국회 당시 합의 불발시킨 '구조개혁', 내용 없어"
'연령대별 차등인상' 관련 "오히려 불공정" "세대갈등 불지를 것"
자동조정 장치 등 '갈등 뇌관'만 늘어…"삭감 장치" vs "꼭 필요"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관계자들이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노후파탄·분열조장 윤석열 정부 연금개악안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을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관계자들이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노후파탄·분열조장 윤석열 정부 연금개악안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을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왜 구조개혁 얘기는 안 하고 모수개혁 얘기만 하느냐', 이게 대통령과 정부가 지난 (국회 연금특위) 공론화 당시 (도출된 국민연금 개혁안을 거부한) 핵심 주장이었는데 이번에 발표된 정부안(案)을 보면 (모수(母數)개혁 수치는 그때와 비슷하고) 구조개혁에 관한 내용은 없어요. 이럴 거면 뭐 하러 (여야) 타협 직전까지 갔던 걸 거부했는지 참 이해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민간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지낸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정부가 내놓은 연금개혁안을 두고 5일 언론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받는 돈 42%', 2%p 인상에도 논란…"보장성 고려, 시늉만" 


더불어민주당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정부의 연금개혁안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정부의 연금개혁안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4일 '보험료율 4%p·소득대체율 2%p 인상'을 골자로 한 연금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1998년 이후 26년째 9%인 '내는 돈'(보험료율)을 13%로 올리고, 2028년까지 40%로 점진적 인하 중인 명목소득대체율은 올해 기준 42%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내용의 모수개혁 단일안이다.
 
현행보다 '더 내고, 더 받자'는 방향성은 올 4월 연금특위가 공론화를 통해 도달한 결론과 큰 틀에서 유사하나, 노후소득 보장보다는 재정 안정에 방점이 찍혔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는 "공론화 등에서 나타난 국민 의견을 세밀히 검토했다"고 밝혔지만, 공론화 당시 시민대표 500명이 선택한 '받는 돈'(소득대체율, 생애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 비율)은 '50%'였다. 회기종료 직전까지 야당(소득대체율 45% 주장)과 줄다리기를 벌였던 여당이 내세운 수치는 4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후에 던진 중재안은 44%였다. 모두 소폭이나마 정부안보다는 높다.
 
사회안전망으로서 연금이 갖는 공적 기능을 강조해온 야권과 시민사회가 즉각 반발한 이유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복잡해 보이지만 연금 보험료는 올리고 수급액은 깎겠다는 것"이라며 "42%는 올해 적용되는 소득대체율로서 정부의 개혁안은 소득대체율 하향 중단일 뿐 소득보장 강화의 의미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연금 평균가입기간인 22년간 보험료를 납부한 평균소득자를 대입해 보면 기존 소득대체율 40% 적용 시 받게 되는 월 66만원에서 단지 3만 3천원을 더 받게 될 뿐이란 설명도 덧붙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또한 '받는 돈 42%'가 어떤 배경에서 비롯됐는지 근거가 전무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은 "시민대표단 56%가 선택한 '요율 13%·소득대체율 50%'는 보장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하라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노후 최저생계를 보장받고자 보험료율 인상에 동의한 것인데, 정부안은 보장성에 대한 고려가 "그저 시늉 정도로 그쳤다"는 것이다.
 
정부의 연금개혁 구상이 결국 또 여야 합의를 거쳐야 확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당정이 얼마나 내고 받을지(모수개혁)부터 매듭짓자던 야권을 향해 직역 연금 등을 아우르는 근본적 개혁 필요성을 역설했던 점을 고려하면, 현 정부의 구조개혁 방안은 매우 헐거운 원론적 수준이란 지적도 나온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정이) 그래도 최종 협상 당시 거론됐던 '(소득대체율) 44~45%'는 불러야 상대방(야당)도 논의에 응할 명분이 생기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기초연금 40만원 인상' 외 '퇴직연금의 단계적 의무화' 등을 두고는 "퇴직연금은 수급률이 0.2%밖에 안 되고 개인연금은 수급률이 4%대에 불과한 반면 국민연금은 가입률이 91%로 수급률이 절반 수준"이라며 공적연금의 내실화 없는 '다층노후소득보장체계' 운운은 공허한 수사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덜 내고 더 받은' 4050, 보험료 더 빨리, 더 많이 내라?

보건복지부 제공보건복지부 제공
이에 더해 새로운 갈등의 뇌관도 추가됐다. 작년 하반기 '세대별 보험료 차등 인상'을 시사한 정부는 "청년과 미래세대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20~50대의 연령대별 인상속도를 달리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요율을 올린다고 가정할 때 50대인 가입자는 매년 1%p, 40대는 0.5%p, 30대와 20대는 각각 0.33%p와 0.25%p씩 인상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가장 젊은 생산가능인구일수록 남은 납입기간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이들이 '적게 내고 많이 받게' 설계된 연금제도의 혜택을 중장년층만큼 누리지 못하는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복지부에 따르면, 연금 수급 시점에 가까운 59세 가입자의 생애 평균 소득대체율은 56.5%인 반면 초기 가입자인 18세는 42.0% 정도다.

현행 제도 유지 시 2055년 기금 소진이 예정된 연금 개혁의 부담을 분산하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지만, 그간 수면 아래 있던 세대 간 갈등을 증폭시키는 '기폭제'가 될 거란 반박도 만만치 않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연금행동)은 "연령별로 보험료 인상에 차등을 두는 제도는 어느 나라도 도입한 적이 없는 기괴한 발상"이라며 "노인부양 문제를 세대간 연대에 기반해 해결한다는 공적연금의 기본 원리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예전에는 청년들이 (보험료를 내고도 추후 급여를 받지 못할까 봐) 불만이었는데 이제는 장년들까지 연금 문제를 둘러싸고 심각한 설전을 벌일 가능성이 생긴 것"이라며 "잠재된 세대 간 연금 갈등에 불을 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능력비례원칙상 소득·재산 등 경제적 능력에 맞춰 부담 정도가 결정돼야 할 보험료율이 출생년도 1~2년 차이로 갈린다는 정책 아이디어가 되레 수평적 조세정의에 어긋난다고도 짚었다. 이를테면 2028년 기준으로 월 400만원을 버는 1975년생 가입자는 동일 소득 76년생에 비해 8만원 가량(최대 2%p 차이)의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는 것이다.
 
10년 단위로 연령대를 '뭉텅이'로 나눴을 뿐, 세대 내 계층 격차 등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김 교수 등 전문가들은 보험료 인상 폭이 가장 가파르게 설정된 50대 취업자 상당수가 주 직장에서 조기 퇴직한 나이대인 현실을 들어, 이들이 기업들의 '고용 블랙리스트'에 오를 수 있다고도 본다. 재취업 또는 자영업 등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50대 가장의 소득 감소가 가계상황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같은 중장년층 중에서도 가입 이력이 짧거나 고용형태가 불안정한 저임금 노동자들이 있다는 점 등을 충분히 감안하지 못한 것은 정부도 인정한 사실이다.

재정안정 집중한 '자동조정'…"청년세대에 독" vs "진즉 했어야"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연금행동 정책위원, 좌측에서 두 번째)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연금개혁 방안 분석'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연금행동 정책위원, 좌측에서 두 번째)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연금개혁 방안 분석'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
인구구조와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연금액을 자동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도 뜨거운 감자다. 현재 국민연금은 소비자물가 변동률을 반영해 매년 수급자 연금액을 가감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가입자 수와 기대여명 변화를 변수로 적용해 기존 수급액 조정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기금 운용 수익률 제고(1%p↑)와 더불어 재정 안정에 초점을 맞춘 카드라 할 수 있다. 다만, '용돈 연금'으로 불릴 만치 실질 소득대체율이 낮은 상황에서 보장 수준을 더 낮추는 '연금 삭감장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지난해 말 발간한 '국민연금 자동조정장치 도입 필요성 및 적용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참고한 일본식 자동조정장치(평균 물가상승률 2%·피보험자 감소율 1.2%·기대수명 증가율 0.4%)를 적용한 총연금 수령액은 17%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득대체율이 8%p 쪼그라드는 효과로 이어져, "주로 지금의 청년세대가 그 (피해)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김 교수의 분석이다.
 
반면 재정안정론을 지지하는 연금연구회는 "정부가 제시한 자동조정장치는 소득대체율과 연관이 없는, 첫 연금 확정 후 연금액 연동방식의 미세 조정만을 하는 '이름만' 자동안정장치"라면서도 기본적으로는 환영의 뜻을 표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前 한국연금학회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70%가 시행 중인 제도다. OECD 중 우리가 출생률이 제일 낮고 평균수명은 가장 빨리 느는데, 이런 나라에 제일 절실한 장치인 것"이라며 "정치권이 20여 년간 국민들 눈치 보느라 보험료를 1%p도 올리지 않았는데, (연금의) '탈정치화'를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기일 복지부 제1차관도 전날 방송 인터뷰에서 "금년에 만약 물가 인상률 3.6%를 반영해 (연금) 103만 6천원을 줘야 하는데, 가입자가 0.3% 줄고 기대수명이 0.3% 늘었다 하면 (도합) 0.6%p를 3.6%에서 감해서 주는 것"이라며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지급하는) 절대액은 절대로 줄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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