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기자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세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부가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았다. 지난 8일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이 그것이다.
이번 '8·8 공급 대책'은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한 '재건축·재개발 촉진법' 제정에 '서울 그린벨트 해제' 카드까지 담고 있다.
그러나 정부 계획대로 법률이 제정되고 그린벨트 해제가 이뤄지더라도 이후 실제로 주택이 공급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한창 불길이 번지는 집값 안정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정부도 이들 방안 취지가 당장의 집값 안정보다는 현재 주택 가격 상승 원인 중 하나인 '공급 부족 우려' 해소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 주요 내용 중 하나인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에 주목했다.
"재개발 예정 구역 빌라나 다세대주택 등 투자 늘 것"
'촉진법' 만들어 정비사업 속도전. 연합뉴스KB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이번 대책은 빌라 전세 사기 여파로 냉각된 비아파트 시장을 정상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분석했다.
아파트 수요 쏠림 현상을 비아파트로 분산·이동시키는 데 방점이 찍혔다는 설명이다.
비아파트 시장 특히, 비아파트 임대차 시장 정상화는 집값 상승세 진정을 위한 주요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빌라 전세 사기 탓에 전세 수요가 아파트로 집중되면서 상승을 거듭하고 있는 아파트 전셋값이 아파트 매매가격까지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이번 대책으로 서울 등 수도권 재개발 예정 구역 빌라나 다세대·다가구주택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부동산R114 윤지해 리서치팀장도 "대출 및 세금 규제 강화를 통한 '수요 억제'보다 부작용이 작은 '수요 분산' 효과를 꾀했다"며 정부의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 계획을 긍정 평가했다.
"비아파트 '서민 주거 사다리' 역할도 간과하면 안 돼"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로 시간을 벌면서 그린벨트 해제와 정비사업 속도 제고 등으로 신규 아파트 공급을 본격 추진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다.
NH농협은행 김효선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이번 대책 중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하고 효과성도 기대되는 건 '공공 신축매입 공급 확대'와 '분양전환형 신축매입 신규 도입'"이라고 밝혔다.
공공 신축매입 공급 확대와 관련해 정부는 서울 지역 경우 비아파트 공급 상황이 정상화할 때까지 신축 빌라 등을 무제한으로 매입해 전월세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김효선 전문위원은 "공공 신축매입 공급 확대 등이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면 최근 주택 매수세 요인 중 하나인 임대차 시장 상황을 안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함영진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신축 비아파트에 대한 '생애 최초' 및 '1주택 특례' 혜택은 비아파트 공사 기간이 아파트보다 짧아 단기에 가시적 공급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함영진 랩장은 또 "빌라 등 비아파트가 서민들에게 내 집 마련의 보루 즉 '주거 사다리'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