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과 의사 국가시험 접수를 하루 앞둔 21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정부가 전공의의 열악한 수련환경을 개선하겠다며 '막판 복귀'를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전공의 수련 관련 제반사항을 논의하는
보건복지부 장관 직속 수련환경평가위원회(수평위)의 정부 측 지정 위원이 기존 3명에서 5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복지부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현재 수평위 위원 13명은 대한의사협회(의협) 3명·대한병원협회(병협) 3명·대한의학회 3명 등 의료계 추천 위원 9명과 복지장관이 지정하는 전문가 위원 3명, 복지부 당연직 위원 1명 등이다.
복지부는 수평위 논의 과정에서 현장 목소리와 전문적 견해를 적극 수렴하기 위해서는 전문가 위원 비중을 더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공의단체 대표는 이에 대해
"정부가 전공의 위원을 늘리겠다고 했다가 말을 바꿨다. 전공의 수련환경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진정)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전날 저녁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향후 수평위에 복지부 장관 몫의 지정 위원이 늘어난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를 공유했다.
박 위원장은 "올 2월 기준 병협 추천위원은 모두 병원장이며 의협·의학회, 전문가 위원은 모두 교수"라며 "즉 수평위 위원 13명 중
복지부 과장 1명과 전공의 2명을 제외한 9명 모두 수련병원 원장과 교수로 구성돼있으며 위원장 역시 병원장으로 결국 기울어진 운동장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뿐만 아니라, 수평위는 복지부 산하 기구이면서 동시에 사무국 업무는 '사용자'인 병협에 위탁 운영 중"이라며 "이는 2016년 전공의법 시행 당시부터 지금까지 대전협이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했으나 아직까지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부연했다.
또 앞서 복지부가 수도권 및 비수도권의 전공의 정원을 '5 대 5'로 배정하는 방안을 추진할 때 교수·전공의의 반대가 잇따랐지만 수평위를 통해 강행한 점, 매년 대학병원 교수의 전공의 폭행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수평위가 다소 미온적으로 대처한 점 등도 지적했다. 의대증원 발표로 촉발된 의·정 사태 국면에서는 각 병원 전공의 대표들의 신상정보를 수집하며 '사찰'도 진행했다고 언급했다.
박 위원장은 "지금도 복지부와 수평위는 전공의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있다"며, 지난 4일 수평위 사무국 측에 위원 전체명단 공유를 요청했지만 '복지부 허가가 없어 제공 불가'란 회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복지부는 지난 5월 수평위 전공의 위원을 1~2명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번엔 말을 바꿔 장관이 지정하는 전문가 위원을 2명 늘리겠다고 한다"며, 수련환경 개선에 있어서도 전공의의 의견은 여전히 묵살되고 있는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아울러 박 위원장은
"수평위는 입법 취지에 맞게 전공의를 보호하고 근로·교육 환경을 개선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와 병원으로부터 독립적인 기구가 되어야 한다"며 "현재의 수평위는 정부와 병원의 입장을 대변할 뿐이며 전공의를 상대로 한 물리적·정신적·성적 폭력을 방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전문가 위원을 확대할 것이 아니라 수평위 위원을 전면 개편해 근로자이며 수련 당사자인 전공의 추천위원 비율을 50% 이상 확대해야 한다"며 입법 취지에 맞는 위원회 운영을 촉구했다. 또한 "이 문제가 더 이상 불거지지 않도록 국회에서도 전공의법을 개정해 해당 내용을 명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