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제공우정을 다룬 미스터리 스릴러, SBS 금토드라마 '커넥션'은 회차를 거듭할수록 그 진가를 발휘했다. 5.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동일)로 시작한 시청률은 14.2%로 막을 내렸다. 무려 10% 가까이 반등을 이루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장르물에 강한 이현 작가는 '커넥션'의 주제인 변질된 우정을 돋보이기 위한 장치로 마약 커넥션과 재개발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이는 단순히 사건을 풀어나가는 수사극을 넘어 다양한 화두를 던졌다. 김문교 PD는 '마약에 중독된 마약반 에이스 형사'가 주인공인 '커넥션'의 특징을 잘 살리면서도 자극성에 치우치지 않도록 섬세한 노력을 기울였다.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우정'이라는 키워드가 수사물과 잘 맞물리면서 점차 주인공들의 관계와 드러나기 시작한 진실이 흥미를 배가시켰다. 지성, 전미도, 권율 등 연기파 배우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다양한 인간군상들을 펼쳐냈고, 결국 촘촘한 전개를 납득 가능하게 만들었다. 다음은 '커넥션'을 완성하기까지 이현 작가와 김문교 PD의 일문일답.
SBS 제공Q '커넥션'이 14.2% 최고 시청률로 종영했다. 대중적인 스릴러물로 자리매김한 것에 대한 소감은
A 이현 작가(이하 이) 드라마는 작품성만큼이나 상업성과 대중성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정'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담고 있지만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물의 특성상 많은 대중분들께서 공감하고 좋아하실지 저도 기대반 걱정반이었던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결과적으로 미스터리 스릴러물을 전부터 좋아하셨던 분들은 물론이고 평소 즐겨보지 않으셨던 분들까지 '커넥션'을 몰입해 보셨다는 말씀을 듣고, 놀랍기도, 다행스럽기도 했습니다. 관심과 애정을 보내주신 시청자 여러분들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김문교 PD(이하 김)> 첫 방송이 나가고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신 덕분에 꽤 기분 좋은 고양감 속에서 지낼 수 있었습니다. 함께한 분들 모두에게 부끄럽지 않은 작품으로 남을 것 같아 그 점이 가장 기쁘고 감사합니다. 작가님과 배우들은 물론이고 제작진 한 사람, 한 사람이 최선을 다해줬습니다. 촬영부터 방송까지 시간적인 여유가 부족했던 탓에 육체적으로 고된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그럴 때도 쉽고 편한 길 대신 어려운 길을 마다하지 않아줬던 배우, 제작진들에게 자주 놀라고 자극 받았습니다. 시청자분들이 저희 동료들의 노력을 알아주실 때마다 짜릿하고 행복합니다.
Q '커넥션' 연출과 집필에 있어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이 있다면A 이> 주제를 잘 드러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마약 드라마로만 비춰지는 것도 원하는 바가 아니고, 그렇다고 시청자들에게 억지로 주제의식을 강요해서도 안됐기 때문에 인물 각각의 캐릭터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저마다의 우정'이라는 키워드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가에 역점을 두었습니다.
김> '커넥션' 대본이 가진 매력을 TV라는 매체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데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습니다. 마약이나 폭력 등 자극적인 소재를 어느 정도의 수위로 표현해야할지, 또 정교하게 설계된 이야기를 어느 정도 친절한 방식으로 설명할지에 대해 자주 고민했습니다. 상황 자체는 자극적으로 만들되 적게 보여주자, 때로 세련되어 보이지 않더라도 최대한 이야기의 전체를 이해하게 하자는 결론에 닿기까지 많은 분들이 함께 고민해주셨습니다.
SBS 제공Q 탄탄한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의 역량도 중요했다. 배우 지성, 전미도, 권율 등과 함께 한 드라마 작업은 어땠나A 이> 인물의 입체성은 인물의 현실성과 비슷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커넥션' 속 인물들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입체적이고 동시에 현실적입니다. 하지만 작가가 아무리 인물의 입체성을 설정하고 복잡한 심리를 대본에 옮겨도, 배우가 그 인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이번 드라마 속 배우분들의 캐릭터 표현은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때때로 제가 상상하지도 못했던 캐릭터의 또 다른 면모까지 연기하시는 모습을 경험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흥분됐습니다. 이 자리를 통해 배우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김> 이렇게 잘하는 사람이 이렇게 열심히 한다고? 이렇게 성격도 좋다고? '커넥션'에 출연한 배우들의 공통점은 딱 이 세 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 예술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 행복했고, 그 훌륭함이 행여 저의 실수로 소실될까 불안했습니다. 대본에 대해, 연기에 대해, 예술에 대해, 나아가 인간에 대해 정말 깊은 이해를 가진 분들의 동료로 일할 수 있었단 점이 큰 영광이었습니다. 스스로의 심지가 굳은 분들이라 그 신뢰를 저에게도 나눠주셨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커넥션'의 순간들이 떠오를 것 같습니다.
Q '커넥션'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A 이> 핵심 메시지는 '우정'의 다면성과 소중함입니다. 남도 아니고 가족도 아닌 중간 어딘가의 관계가 우정이잖아요. 그래서 깨지기 쉽고 변하기도 쉬운 이 '우정'을 아무런 이해 관계없이 순수하게 지켜내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그렇기 때문에 또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전하고 싶었습니다.
김> 세상을 떠난 황현산 문학평론가가 남긴 말 한 마디가 자주 생각났습니다. '시는, 패배를 말하는 시까지도, 패배주의에 반대한다'는 문장입니다. '커넥션'은 인간이 인간에게 잔인하게 구는 장면이 꽤 나오기도 하고 인간의 어두운 면을 자주 보여주는 드라마입니다. 작품 속 인물의 말로가 대체로 좋지 않고, 우정이란 긍정적 가치의 이면을 자꾸 들춰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작가님이 이 대본을 통해 하고자 했던 일은 그 씁쓸하고 어두운 면을 짚어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어두운 면 너머에서 인간이 지켜내야 할 무엇을 발견하는 데에 있었다고 믿습니다. 시청자분들이 그 어둡고 씁쓸한 것들 사이에서 힘들게 건져낸 반짝이는 것의 가치를 함께 발견하고 기억해주면 좋겠습니다.
Q 최근 연예계 등 마약 투약 사건들이 떠들썩했다. 경찰이 마약에 중독됐다는 설정의 수사물로 어떻게 리얼리티를 살리고자 했는지 궁금하다
A 이> 마약이 부쩍 우리 사회에 깊숙이 들어온 상황에서 마약의 쾌락적 측면을 보여주거나, 이유야 어찌 되었건 주인공이 마약 확산에 몸담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은 반드시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주인공의 중독 상황을 고통과 두려움으로 표현하자는 지점에서 감독님과 지성 배우님이 절대적인 도움을 주셨고, 이를 이겨내고 수사를 해야 하는 인물의 딜레마는 마치 시한부 판정을 받은 중증 환자의 괴로움과 유사하게 연출, 연기하는 기초가 되었습니다.
SBS 제공Q 소재의 민감성 때문에 부담이 있진 않았는지,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수사 스릴러와 같은 장르물 대본을 계속 집필할 계획인가A 이> 민감한 소재라는 건 결국 민감한 사회의 모습을 그리는 것일 겁니다. 전작인 '검사내전'이 휴먼 코미디 장르였고, 이번 '커넥션'은 미스터리 수사물인데, 앞으로도 장르의 제한 없이 우리 사회와 사람들의 단면과 이면을 흥미로운 이야기로 풀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Q 처음에는 화제성이나 시청률 측면에서 독보적이진 않았지만 결국 성과를 이뤄냈다. 꾸준히 시청자들이 유입될 수 있었던 '커넥션'만의 매력이나 비결이 있다면A 김> 처음부터 그랬으면 좋았겠지만, 사실 제 입장에서는 시청자분들의 애정을 조금씩 더 얻어가는 과정이 너무 행복하고 즐거웠습니다. 이 작품에 담긴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애정을 시청자분들이 점차로 알아봐주시는 것 같아서, 배우들과 제작진에게는 예쁜 추억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중간 유입이 힘든 드라마였을텐데, 중간에 이 작품을 선택해서 저희에게 힘을 주신 시청자 분들께 정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이 애정을 받은 것은 두말할 것 없이 배우들의 호연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조연 배우들은 물론이고 단역 분들 중에서도 너무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신 분들이 많았고, 그들의 연기가 주는 몰입감에 많은 분들이 애정과 응원을 보내주시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연기라는 부분이 가진 폭발력을 자주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연기가 빛날 수 있었던 건, 당연히 배우들이 애정을 갖고 탐구하고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 준 작가님의 대본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Q 흥행한 SBS 금토드라마들의 선례처럼 '커넥션'도 시즌2를 기대해 볼 수 있을까김> 얼마 전에 전미도 배우가 '막방'(마지막 방송)이 마치 졸업같다고 표현해줬는데 그 말이 자꾸 기억에 남습니다. 저희 모두, 안현시라는 가상의 시를 만들고, 저강고 동창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너무 많은 정이 들었습니다. 이 사람들을 떠나보내는 게 저에게도 너무 힘든 일이지만 작가님이 친구들을 너무 많이 죽이셔서 '커넥션'은 시즌2가 나오기 힘들 것 같습니다. 저희 모두는 '커넥션'을 잘 떠나보내고 또 좋은 작품에서 다시 만나길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