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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구교환이 궁금했던 '탈주' 리현상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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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탈주'(감독 이종필) 리현상 역 배우 구교환

영화 '탈주' 리현상 역 배우 구교환.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탈주' 리현상 역 배우 구교환.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일러 주의
 
배우 구교환은 작품마다 늘 다른 얼굴로 모습을 드러낸다. '꿈의 제인'의 트랜스젠더 제인, '메기' 속 윤영의 남자 친구 성원, '반도'의 빌런 서상훈, '모가디슈'의 북한 대사관 태준기 참사관, '길복순' 속 킬러 한희성 그리고 '탈주'의 보위부 장교 리현상까지. 구교환은 늘 다른 캐릭터, 다른 모습으로 관객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구교환의 연기는 예측할 수 없고, 전형적이지 않다. 작품이라는 틀 안에서 틀을 벗어난 연기를 선보인다. 그렇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캐릭터를 소화해 낸다. '탈주'의 리현상 역시 마찬가지다. 첫 등장 신부터 눈빛과 손동작, 호흡만으로 우리가 생각했던 캐릭터를 깨부순다.
 
매 작품, 다른 캐릭터로 색다른 매력을 드러내고 있는 구교환이 '탈주'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리현상의 얼굴이다. 그는 "영화 시작의 얼굴과 엔딩의 얼굴이 다르다"라고 짤막하게 설명한 뒤 "궁금했다"라고 말했다. 현상의 얼굴은 '왜' 바뀌는지, 그 궁금증이 구교환에게 '탈주'라는 새로운 도전을 안겼다.
 
구교환의 궁금증으로 시작한 리현상은 흔히 미디어에서 보여줬던 북한군의 이미지와는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그동안 작품에서 보여왔던 전형성을 탈피한 연기 스타일은 '탈주'에서도 빛을 발한다. '탈주'와 리현상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묻고 답하는 구교환과의 인터뷰는 '구교환'다웠다. 답변 역시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튀면서도 그 안에 구교환만의 생각이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영화 '탈주'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탈주'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리현상의 '가면'

 
'탈주' 속 리현상의 첫 등장 신은 강렬하다. 이제훈이 감각적인 질주 오프닝으로 규남이라는 캐릭터에 집중도를 높였다면, 현상은 별다른 행동 없이 립밤을 바르는 동작 하나만으로 관객들을 장악하며 캐릭터에 몰입시킨다.
 
구교환은 첫 등장 신을 두고 "강력한 장애물을 만들어 주는구나" 싶었다. 탈주하는 규남에게 강력한 장애물을 만들어 준 연출적인 의도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후 금방 다른 분위기로 바뀐다. 현상을 위한 연출이 아니라 규남과 현상의 관계를 보여주는 연출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그렇게 강력하게 등장한 후 '규남아!'라며 나왔을 때를 위한 빌드업"이라고 설명했다.
 
등장부터 남다른 리현상은 남한의 국정원에 해당하는 북한의 보위부 소좌다. 러시아에서 피아노를 전공했지만, 현재는 유능한 장교의 삶을 사는 인물이다. 탈주병 발생에 대한 상황 파악을 위해 규남의 부대로 온 그는 어린 시절 알고 지낸 규남을 보호해 준다. 그러나 규남이 꿈과 행복을 위해 진짜 탈주를 시작하자 추격에 나선다.
 
이러한 현상을 구축해 나가면서 구교환이 중심에 둔 건 "가면을 벗는다는 개념"이었다. 그는 "엔딩에 도착했을 때의 마지막 얼굴이 현상의 진짜 얼굴 아니었을까. 그런 의미에서 현상의 얼굴이 마냥 비극은 아니고 해피엔딩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영화 '탈주'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탈주'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리현상의 '해피엔딩'

 
영화의 마지막 현상의 얼굴이 해피엔딩일 수 있었던 건, 가면을 쓰고 끊임없이 자신의 꿈을 외면해 온 현상이 규남을 통해 비로소 자신의 진짜 마음을 내보였기 때문이다.
 
구교환은 "이제는 꿈으로 변한 것이다. 규남이 현상의 꿈"이라고 표현한 뒤 "정말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나? 규남에게 가서 마음껏 실패하라고 이야기한다. 처음으로 진심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현상이 규남을 추격하는 것 역시 단순히 탈주자를 잡으려는 것만이 아니다. 구교환은 이를 "규남은 결국 현상이 꾸는 꿈"이라고 했다. 구교환이 본 현상의 꿈과 행복 역시 규남만큼 강력한 것이었다. 바로 피아노를 치는 것이다.
 
자신의 위치 등 여러 이유로 피아노라는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현상이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꿈이 자리 잡고 있음은 영화 속 다양한 장면과 대사를 통해 드러난다.
 
구교환은 "현상은 자신이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고 믿으려고 하고, (그러한 생각을) 주입하려 한다. 다른 사람에게 지금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라고 하는데, 사실 자기한테 하는 말"이라며 "현상의 대사에 많은 힌트가 있다"라고 말했다.
 
꿈을 위해 질주하는 규남과 그런 규남을 잡기 위해 추격하는 현상, 그리고 엔딩에 이르러서는 각자의 방식으로 꿈을 마주한 두 사람. 구교환은 "우리 모두가 현상과도 같은 시간을 통과했다"라는 말로 정리했다.
 
"각자의 경험에 현상과 같은 시간이 있지 않았나요? 저도 뭔가에 갇혀 있을 때도, 시스템 안에 갇혀 있을 때도 있었고, 또 거기서 벗어나는 게 두려울 때도 있었어요. 저도 현상과 다른 인물은 아닌 거 같아요. 그건 현대인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어요. 오히려 규남처럼 뚫고 나오고 돌파하는 게 더 어렵잖아요. 그래서 제가 규남을 더 응원하게 되는 거 같아요."

영화 '탈주' 리현상 역 배우 구교환.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탈주' 리현상 역 배우 구교환.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구교환의 '바람'

 
구교환과 이제훈이 '탈주'를 통해 함께 호흡을 맞춘 건 어떻게 보면 신기한 인연이다. 지난 2021년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이제훈은 구교환에게 함께 작품을 하고 싶다며 공개 러브콜을 보냈는데, 이번 영화로 성사된 것이다.
 
구교환은 "제훈씨의 필모그래피를 오랫동안 지켜봐 왔다. 그래서 첫 장면을 찍을 때도 낯설지가 않았다. '파수꾼'부터 '수사반장'까지 제훈씨의 많은 얼굴을 봤기에 도움이 많이 됐다"라며 "제훈씨의 얼굴에는 장난을 치고 싶게 만드는 게 있다. 첫 회차부터 앙상블이 되게 좋았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탈주'를 통해 함께 작업하고 싶었던 이종필 감독, 이제훈과 호흡을 맞추게 된 것이야말로 '초능력' 같은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영화 밖 초능력과 달리 영화 안, 즉 연기에 있어서는 초능력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준비한 만큼 일어라는 것 같다"라며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을 전했다.
 
그는 "영화는 프레임 안에서 움직이는 거라서 약속을 잘 지켜야 한다. 모든 공동 작업이 다 그런 거 같다"라며 "지도 같은 게 필요하고 각자 파트에서 잘 움직여야 한다. 여러 사람이 모인 거 자체, 이 작품으로 한마음이 된 거 자체가 초능력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꿈을 향해 오롯이 앞만 보고 질주한 규남처럼, 구교환을 비롯한 모든 스태프가 한마음으로 '탈주'를 향해 달려왔다. 그렇기에 구교환은 관객들이 러닝타임 동안은 오로지 스크린에만 시선을 보내주길 바랐다.
 
"그냥 극장에 들어와서 시계를 한 번도 안 봤으면 좋겠어요. 시간을 체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바람이에요. 영화도 속도감 있게 만들어졌기에 영화를 보는 시간이 아깝지 않고 재밌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너무 재밌어서 '끝나는 거 아냐?' 하면서 보는 건 괜찮아요. 그건 인정!"(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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