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 앞서 '채상병특검법안'이 상정되자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이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를 시작하고 있다. 연합뉴스채상병특검법 본회의 상정에 반발한 국민의힘이 3일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첫 토론 주자로 나선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특검법이야말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고 찬성 토론에 나선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유 의원의 주장을 하나하나 반박했다.
첫 발언자인 유 의원은 이날 오후 3시 40분쯤 단상에 올라 오후 7시 55분까지 약 4시간 16분간 토론을 이어갔다. 그는 발언에 앞서 우원식 국회의장의 의사 진행에 항의하는 의미로 관례인 목례를 생략했다. 그러자 우 의장은 "인사해야지"라고 요구했고 유 의원은 이를 거부하며 "인사 받으실 만해주시면 인사를 한다"고 비꼬았다.
이어 유 의원은 "순직 해병 특검법이 가지고 있는 위헌성과 부당성을 지적하기 위해 이 자리에 올랐다"며 "민주당이 셀프 추천권을 행사하기 위해 여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만든 이 특검법은 대통령의 고유한 인사권을 침해하고 수사의 공정성을 의도적으로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채상병)특검법이야말로 오로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며 "진실 규명을 위한 것이 아니며 위헌적 요소로 가득 차있다"고 했다.
민주당이 주도한 채상병특검법의 특검 후보 추천권에 위헌의 여지가 있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그는 "본 특검법안은 고발 당사자인 특정 정당이 사실상 특별검사를 선택하는 것으로 고발인이 수사할 검사나 재판할 판사를 선정하는 것과 같은 불공정한 결과를 초래한다"며 "여당을 배제한 채 후보 추천권을 행사하게 해 사실상 수사 기관, 수사 대상과 범위를 스스로 정하는 것으로 사법 시스템의 기본 원칙을 훼손한다. 국민적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3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채상병특검법안' 찬성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두번째 토론에 나선 박주민 의원은 유 의원의 주장을 하나하나 반박했다. 그는 먼저 특검 후보 추천권에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국민의힘의 주장에 "이미 헌법재판소가 '최순실 특검' 때 판단한 것이 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문제가 없고 적법절차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 내렸다"며 "이런 것은 공부를 해주셔야 틀린 말씀을 안 하시게 된다"고 반박했다.
앞서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대정부질문 진행 중 안건을 처리한 전례가 없다'며 우 의장에 항의한 것을 두고는 "20년 7월23일 법무부 장관 탄핵소추안, 21년 6월4일 법관 탄핵소추안,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등 많은 안건을 처리했다"며 "대정부질문을 하는 상황에 안건을 처리한 사례들이 있기 때문에 법안 처리도 가능하고 위법하거나 국회의 규칙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이어 다음 토론자로 나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채상병 사건 초반 수사를 지휘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비판에 집중했다. 주 의원은 "애국심과 공명심은 종이 한 장 차이"라며 "박정훈 대령의 수사는 애국이 아니라 국가 수사기관의 폭력이 될 수 있다"고 날을 세웠다. 또 박 전 대령이 수사 일주일 만에 결론을 내렸다며 "적은 인력으로 빨리 결론 내려고 했는지 이해 되지 않는다"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헀다.
이에 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의원석에서 '박 전 단장은 철저하게 수사했다'고 말하자 주 의원은 "예를 들어 대장동 비리를 일주일이나 열흘 만에 민주당 인사 10명씩 입건해서 조사 받으러 나오라 하면 민주당 의원들은 수긍할 수 있겠나"라며 맞받아쳤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들은 곧바로 강하게 항의하며 "사과하라", "왜 민주당을 예시로 드냐", "임성근 아들이냐" 등 고성과 비아냥이 나왔고 국민의힘 의원석에서도 "서 의원은 집에 가라"며 반발했다.
앞서 이날 오전부터 여야는 전날 민주당 김병주 의원의 "정신없는 국민의힘 의원들" 발언을 두고 강하게 부딪혔다. 본회의가 시작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병주 의원 및 민주당에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전날) 본회의 대정부질문이 파행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유감"이라며 사과를 생략하자 여당 의원석에선 "박찬대 사과 제대로 해라", "정신 나갔냐" 등 고성이 터져 나왔다. 결국 박 원내대표는 다시 발언대에 나와 "여러 공방 중 우리 당 의원의 거친 언사에 유감을 표한다"며 재차 사과를 했다.
이어 특검법 상정에 앞서 진행한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의사진행발언에서도 여야 간 기싸움이 팽팽하게 이어졌다. 배 의원은 채상병특검법이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야당 단독으로 처리된 점을 지적하며 "협치는 실종됐고 입법 폭주가 계속되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 의원님들께서 다짐했던 의정 활동이 맞나"라고 반문했다. 그러자 민주당 의석에선 일제히 "네"라는 대답이 나왔다. 이어 "민주당 이름 앞에 '더불어'라는 말을 붙일 수 있나"라고 배 의원이 외치자 이번에도 민주당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네"라고 답했다. 이같은 상황에 일부 의원들은 우스운 듯 박장대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