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육거리시장에서 노점상 등 상인들을 상대로 계를 운영하던 계주가 잠적하면서 그 피해가 2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당초 70여 명의 시장상인들로 구성된 계원들의 피해가 10억 원대에 이르며, 20~30여 명은 개인적으로 돈을 빌려주거나 도매로 과일 등의 밀린 외상값이 상점 당 수백만~1000만 원대로 확인되면서 상인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가뜩이나 대기업의 기업형 슈퍼마켓(SSM) 확산 등으로 어려움에 봉착한 영세 상인들에게 이처럼 날벼락과 같은 일이 벌어지면서 육거리시장은 전운이 감돌듯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4일 육거리시장 상인들에 따르면 시장에서 20여 년간 동고동락한 B청과의 유 모(60) 씨가 지난달 21일 계원들을 뒤로 하고 잠적하면서 그동안 곗돈을 수년째 붓고도 받지 못한 돈과 주변 상인들이 빌려준 돈이 20억 원은 족히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상인 김 모(62) 씨는 ''''20년 장사한 사람들끼리 누가 믿지 않고 살겠는가''''라며 ''''하루아침에 잠적했다는 것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탄식했다.
또 다른 상인 장 모(71) 씨도 ''''유 씨의 둘째 아들이 노름과 주식 등에 손을 대면서 아들을 신용불량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 속을 많이 썩었다''''며 ''''게다가 4년 전 남편이 암으로 사망한 뒤 재개발로 살던 집이 보상받는다며 12억 원대의 건물을 대출받아 무리하게 산 것이 화근이 됐다''''며 혀를 끌끌 찼다.
달아난 계주 유 씨는 평소 여느 상인들과 같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장사하는 시장상인인 데다 아들 문제로 항상 고민했고, 10억 원대의 건물을 소유하고 있었기에 모든 상인들은 믿고 거래를 해왔다는 것.
사정을 잘 아는 동료 상인들은 아예 수천만 원이 입금된 통장까지 통째로 빌려주며 나중에 채우라는 식으로 거액을 빌려주기도 했다.
한 70대 노점상 할머니는 평생 장사해서 모은 돈 8000만 원을 통장째 유 씨에게 맡겼다가 봉변을 당했다.
육거리시장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다는 한 상인은 1억 3200만 원으로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을 믿고 빌려줬으며, 피해자들의 대부분이 60~70대 노점상들로 모두 합치면 20억 원이 넘을 전망이다.
육거리시장 상인들은 저마다 수십만 원에서 1억 원대까지 피해를 입었다며 차용증 없이 빌려준 것을 후회하며 냉가슴을 앓고 있다.
급작스럽게 피해를 본 상인들은 현재 피해형태를 분류해 경찰 고소를 위한 준비작업을 마무리하고 있지만 증빙자료가 없어 피해금액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 지 착잡한 심정이다.
과일 도매상을 운영하는 최 모(65) 씨는 ''''지난달 11일 393만 원의 외상을 지고 열흘 후 유 씨의 모습을 더 이상 시장에서 볼 수 없었다''''며 ''''사채와 은행 대출로 구입한 건물 이자를 갚느라고 많은 돈을 빌렸던 것 같고, 현재 유 씨의 건물은 경매로 처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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