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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 지지층만 믿고 가는 野…'호랑이 등'서 내려올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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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각종 특검에 '이화영 진술조작 의혹'까지 더하는 등 강성 노선 심화
초선 당선인들은 임기 시작도 전에 해병대원 특검 관철 '천막' 농성 나서
원내대표·국회의장 '일방적 교통정리'에도 강성 지지층 목소리
우상호 "당내 민주주의 중시했는데"…강성 일변도에 우려 나오지만
당원 눈밖 날 걱정에 22대 국회도 협치 난항 전망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윤창원 기자
총선이 끝나고 22대 국회가 개원하기도 전부터 더불어민주당의 여러 행보를 '강성 지지층'이 주도하는 모양새다. 박찬대 원내대표의 단독 출마와 추대, 추미애 국회의장 후보로의 단일화, 거듭되고 있는 '특검법안' 거론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 지도부가 이러한 강성 지지층들의 요구를 대부분 따라가는 모습을 보이면서, 재의결 등에 필요한 의석수를 확보하기 위한 여당과의 협치가 실현될 수 있을지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강성' 일변도 가는 민주당…당 지도부에 초선 임기 시작 전부터 천막농성

민주당은 휴일인 15일 검찰독재정치탄압위원회 등 명의로 여러 메시지를 쏟아냈다. 검찰특위는 "수원지검에서 벌어진 연어, 술 파티 진술조작 의혹을 폭로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해 징역 15년을 구형했다"며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보다 4배나 높은 구형을 한 것이 검찰의 잘못인 만큼 이를 철저하게 규명해 "검찰권을 남용한 검사들의 위법행위를 반드시 단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민주당 정치검찰 사건조작 특별대책단은 이미 지난 13일 이화영 전 지사와 관련한 검찰의 수사가 공문서 조작에까지 이르렀다며 이번 사건에 대해 특검(특별검사)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미 국회를 통과한 순직 해병대원 특검법을 비롯해 김건희 여사 관련 쌍특검 등 각종 특검법안의 처리를 진행 중이거나, 22대 국회 개원 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이 전 부지사와 관련한 검찰 수사의 부정 의혹을 부각시키며 또 하나의 특검을 추진하겠다고 한 것이다.

이러한 야당의 움직임은 '강성 일변도'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검법의 경우 해당 사건과 관련한 수사나 재판의 미진한 점이 뚜렷하고,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돼야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검찰이나 정부·여당 압박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측면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야권은 특검뿐 아니라 '언론장악', '라인 사태' 등에 대한 국정조사 카드까지 꺼내든 상황이다.

비슷한 모습은 아직 정식으로 국회의원이 되지 않은 초선 당선인들에게서도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 소속 22대 국회 초선 당선인들은 지난 10일부터 국회 본청 앞에서 해병대원 순직 사건 특검법안 관철을 요구하는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농성에 참여하는 복수의 초선 당선인들에 따르면 초선 당선인 소통 채널 내에서 자발적으로 농성에 대한 제안이 나왔고, 이에 다수의 당선인들이 참여 의사를 표명하면서 실제 농성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한 초선 당선인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초선 당선인 가운데 정권 심판에 대한 열의를 가진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도부·중진들도 '강성당원 의식' 행보…장경태, 국회의장 선거를 "짬짜미"에 비유해 논란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성호 의원이 후보에서 사퇴함에 따라 이번 22대 국회 민주당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 경선은 추미애, 우원식 의원 간 양자 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성호 의원이 후보에서 사퇴함에 따라 이번 22대 국회 민주당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 경선은 추미애, 우원식 의원 간 양자 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윤창원 기자
당 지도부나 정치경험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중진 의원들도 '강성 당원'들을 의식한 행보에 나서고 있다. 국회의장 선거에 출마한 추미애 당선인은 14일 BBS 라디오를 통해 "당심(黨心)이 곧 명심(明心)이고, 명심이 곧 민심(民心)"이라고 말했다. 당심이 민심이라며 국회의장이 된다면 국민들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당원들의 마음을 고려해 국회를 이끌어나가겠다는 것이다. 추 당선인과 단일화를 하며 국회의장 경선에서 중도하차한 조정식 의원은 단일화 합의와 관련한 내용을 이재명 당 대표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에 게시했다. 공식 입장문을 내거나, 언론 브리핑에 나서는 것 못지 않게 이 대표의 열성 지지층에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은 1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회의장 선거에 대한 당원들의 관심이 지대하다는 설명을 하면서 의원들의 투표행위를 '짬짜미'라고 비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장 최고위원은 "이번 국회의장 선거에서 더 크게 놀랐던 것은 당원들의 의장에 대한 선출 의지 또 제안 이런 부분들이 더 컸다고 본다"며 "이제는 여의도에서만 '짬짜미'로 선거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천부터 이미 우리 민주당은 공천 혁명을 이뤄냈다라고 평가할 정도로 당원들의 의사가 정말 많이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몇 명(의 의원들)이 '짬짜미'로 선출하는 방식보다는 적극적으로 당원과 지지자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며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장을 선출하는 행위를 2차례나 '짬짜미'라고 표현했다. 국회의원은 총선을 통해 민심을 반영해 선출되고, 이렇게 대의민주주의의 원칙에 따라 선출된 의원들이 국회의장을 뽑아 본회의 의사진행 등을 맡기는 것인데, 마치 이런 행위가 '밀실야합'에 가까운 행위라고 비유한 셈이다.

우상호 "민주당은 당내 민주주의 중시해 왔는데"…강성 일변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야당의 높은 '강성 당원 의존도'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총선에서 승리한 만큼 정부·여당 견제론에 힘이 더 실리고, 이에 따라 미뤄졌던 야당 주도의 입법안 등에 대한 추진력도 확보하게 됐지만, 이를 진행하는 방식이 한 쪽으로 지나치게 쏠려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 윤창원 기자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냈던 4선의 우상호 의원은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4명이던 국회의장 경선 후보 중 2명이 자진사퇴와 후보 단일화 등으로 사퇴한데 대해 "자괴감 같은 게 들었다"며 "박찬대 원내대표나 혹은 이재명 대표와 가까운, 혹은 본인, 이런 분들의 어떤 권유를 받아서 중단한 것이라면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회의장 선거는 대한민국 권력 서열 2위로, 지난 3김 시대에는 지명을 했지만 그 이후로는 민주당이 상향식 공천과 당내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정당"이라며 최근 당내 상황이 비민주적인 영향력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국회의장은 의전서열 2위에 해당한다.

우 의원은 "과거 의장 선거에서 정치 연설이나 유세를 왜 뺐느냐면 일반적인 경선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라며 국회의장 선거가 일반적인 선거와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번 의장 후보자를 선정하는 경선 자체만 유독 이런저런 얘기들이 너무 많이 나오는 것이 적절치 않아 보이고, 민주당의 오랜 관행과 관례를 깬 것이라고 보여졌다"며 당원들의 움직임이 지나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정무수석을 지낸 최재성 전 의원은 YTN에 출연해 "추미애 의장이 공세적이고 공격적으로, 국회의장의 중립성 같은 것까지 막 뭉개면서 소수 의석을 가진 정당이나 8표의 정치 같은 것들을 잘 끌고 나갈 수 있을지, 그런 것이 오히려 민주당 입장에서는 우려가 된다. (여당을) 단결을 시켜 주기 때문"이라며 추 당선인을 국회의장으로 선출해야 한다는 강성 당원들의 목소리에 우려를 표했다.

농성을 주도하는 초선 당선인들 내에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당선인은 "투쟁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고, 민주당에는 의석 수와 역량이 충분히 있기 때문에 관철시킬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농성에 나서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당원 눈치 볼 수밖에 없는 野 분위기에 22대 국회 협치도 '난항'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이른바 '호랑이 등'으로 불리는 강성 당원들의 요구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총선 승리 이후 나오고 있는 '당심이 곧 민심'과 같은 추 당선인의 발언 등에서 엿볼 수 있듯, 당내 주요 상황에 대한 당원들의 영향력이 상당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공천 당시만 해도 '친명'(친이재명)계 중심의 배치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았지만, 총선이 야권의 압승으로 마무리되면서 이들 당원들의 목소리에는 힘이 더 실리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자칫 '협치'나 '정부·여당과의 협상' 등을 거론하게 될 경우 당원 사이에서 반대 여론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고, 향후 정치행보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상황으로 인해 남은 21대 국회는 물론 22대 국회에서도 여야 간 합의를 통해 주요 현안이 처리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각종 법안 거부권 행사 시 재의결을 위해 국민의힘과의 협력 또는 여당 의원들의 이탈표를 필요로 하는 상황인데, 협상이나 개별 접촉 보다는 '거부권 행사는 정권 몰락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며 연일 강도높은 압박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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