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호텔에서 열린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연합뉴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언론과의 연례 만찬행사에서 자신의 약점인 나이를 소재삼아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하는 등 시종일관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한 호텔에서 열린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에서 "맞다. 나는 나이가 문제다"라며 올 대선을 앞두고 미국 사회가 자신의 고령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다만 그는 "난 6살짜리와 경쟁하는 어른"이라고 덧붙여 올 대선에서 다시 맞붙게 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철없는 어린아이에 비유해 청중의 폭소를 이끌어냈다.
지난 1921년부터 시작된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 행사는 대통령이 참석해 그동안 언론 비판에 시달렸던 것에서 벗어나 가벼운 분위기에서 서로 농담을 나누며 담소를 즐기는 자리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늘 언론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것은 아니지만 헌법 1조에 규정된 언론의 자유에 존경을 표하는 차원에서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1924년 캘빈 쿨리지를 시작으로 미국 대통령이 재임 중 적어도 한 번 이상 참석해 왔는데, 재임 기간 백악관 출입기자 만찬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뿐이다.
대통령이 이날 행사에 등장하자 청중들은 환호를 보냈고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따뜻한 환영에 감사하지만 너무 시끄럽게 하지는 말자"며 "슬리피(Sleepy·졸린) 돈(Don·도널드)'이 깨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성추문 입막음 혐의로 매주 네 차례 뉴욕 법정에 출석해야 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판 과정에서 졸고 있는 듯한 모습이 언론에 보도된 것을 연관 지은 것이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고령을 문제삼아 수시로 '졸린 조(Sleepy Joe)'라고 폄하하는 것을 보기 좋게 되갚아준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올해 77세로 바이든 대통령에 비해 겨우 4살 적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이는 나와 트럼프의 유일한 공통점"이라면서 "다른 점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나를 지지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마이크 펜스마저 양심상 트럼프를 지지할 수 없다고 공개 선언한 것을 들춰낸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민주주의가 위태로워진다"고 경고하며 "난 언론인들에게 누구 편을 들라는 게 아니라 이 순간의 심각함에 부응해달라고 진심으로 요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이들은 언론을 '국민의 적'이라고 부르는데 그건 잘못됐고 위험하다"며 "허위 정보의 시대에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그래서 언론인의 역할이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소극적이라고 지적받았던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토론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6일 '하워드 스턴 라디오 쇼'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와 토론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언제 어디서 할지 모르지만 난 기꺼이 그와 토론하겠다"고 답했다.
지금까지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대선 후보 토론에 대해 '트럼프의 태도에 달렸다'는 식으로 애매모호한 답을 해왔다.
앞서 지난 2020년 대선 토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수시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끊었고,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제발 좀 닥쳐달라"고 흥분한 적도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측은 토론 규칙을 따르지 않는 트럼프를 주관 단체도 제지하지 못한다면 참여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한편 출입기자단 만찬 행사장 밖에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반대하는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진을 치며 '가자지구 전쟁 즉각 중단'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 일부는 행사장 입구 도로에 누워 행사에 참석하는 언론인과 정치인들을 향해 "전쟁의 참상을 제대로 알리지도 않고, 막지도 못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느냐"고 소리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