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 SEED FREEDOM' 스틸컷. 워터홀컴퍼니 제공※ 스포일러 주의 "건담은 자존심이다!" _'건담' 덕후 더쿠와쿠의 말 중
메카닉물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건담'이라는 두 글자를 안 들어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건담' 시리즈의 역사와 인기는 유구하다. 무려 45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건담' 시리즈는 '리얼 로봇'의 시조격이라 할 수 있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건담'의 세계관은 깊고 넓으며, 팬덤 또한 두텁고 탄탄하다.
'기동전사 건담 시드 프리덤' 관람 이후 SOS를 요청한 머글을 위해 일본 애니메이션 덕후이자 '건담' 덕후인 더쿠와쿠는 '밀도' 있는 영화톡을 위해 자신의 지식을 재정비하는 시간까지 가졌다. '건담' 덕후로서 (약간의 과장을 더하자면) 단 한 글자라도 소홀할 수 없다는 더쿠와쿠에게 이번 영화톡은 '자존심'이기도 하다. 과연 무엇이 더쿠와쿠를 '건담'의 세계로 인도한 것일까. 알려줘, 더쿠와쿠! '건담'의 매력을!
※ 다음 내용은 더쿠와쿠라는 한 건담 덕후의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며, 다른 건담 덕후와는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또한 머글은 100% 순수 머글임을 알려드립니다. [편집자 주]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 SEED FREEDOM' 스틸컷. 워터홀컴퍼니 제공 화려한 액션이 머글을 사로잡네
최영주 기자(이하 머글)> 극장판을 보면서 확실히 전투 신에서는 감탄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정말 특수관에 잘 어울리는 영화였다. '기동전사 건담 시드 프리덤'(이하 '시드 프리덤')을 보고 덕후의 마음을 설레게 만든 장면을 꼽는다면 무엇일지 궁금하다.
더쿠와쿠> 동의한다. 이번 '시드 프리덤' 액션 신은 정말 잘 뽑혔다. 스토리는 갸우뚱했지만, 액션 신을 잔 뜩보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느껴진 감정은 '어라? 재미있는데?' 였다. 혹시 착각했나 싶어서 국내 관람 후기와 비교했는데, 재미있었다는 감정은 변함없었다.
머글> 그냥 머글이 봐도 화려하고 다이내믹한 액션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특수관에서 관람했는데, 멀미가 날 정도도 끊임없이 '푹쉭확쿵' '휙확훅'의 연속이었다. 보면서 수많은 스태프의 영혼이 저 액션 신에 담겼다는 생각을 했다.
더쿠와쿠> 이유를 곱씹어보면, 전반부에 흘러갔던 스토리의 설명과 상황 전개 과정이 진행된 것에 비해 중반부 이후에는 진행 속도가 풀 악셀을 밟는 것처럼 휙휙 전환되고 지구에서, 우주에서 액션이 마구마구 진행되면서 눈 호강을 제대로 했다. 이번 작품에는 3D 모델링이 적용됐는데, 정교하면서 빠른 속도로 진행된 움직임과 효과가 눈에 가득했다.
하지만 여기에서조차 짜임새 있는 진행이 이어졌다. 아스란이 키라를 구하기 위해 타고 나온 껍데기 기체는 '기동전사 건담'에 등장했던 '즈고크'라는 기체로, 이를 본 덕후들은 눈동자가 커졌을 거다. 그리고 기체의 움직임에 잔상을 넣으며 슬로우모션으로 보여준 영상은 '기동전사 건담' 작품 내 3배 빠른 그분의 움직임과 비슷하게 보여주는 오마주다.
나는 이때 전율이 일었다. '시드' 팬의 입장에서 베스트 장면은 아무래도 스트라이크 프리덤 2식에 날개를 교환 후 마이티 스트라이크 프리덤이 되었을 때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때 BGM은 미티어(Meteor)라는 곡으로 역대 프리덤들이 '하이맷 모드'라고 불리는 날개를 활짝 펼치는 모습을 할 때 등장하는데, 마치 '내가 주인공 기체다!'라는 걸 온몸으로 보여준다.
머글>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나도 그게 하이맷 모드라는 건 몰랐지만, 날개를 펼칠 때는 마치 전쟁의 한복판에 나타난 메시아적인 존재의 강림처럼 보이면서 멋지다고 생각했다.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 SEED FREEDOM' 캐릭터 포스터. 워터홀컴퍼니 제공 덕후는 어떻게 '건담' 시리즈에 발 들였나
머글> 나는 덕후까지는 메카닉물이라고 부르는 거대 로봇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과 영화를 제법 좋아하는 편이다. 어릴 적 '건담'을 본 기억은 있고, '에반게리온' '파이브 스타 스토리'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등도 봤고 좋아했다. 판타지와 결합한 로봇물인 '천공의 에스카플로네'도 좋아한 애니메이션 중 하나. '트랜스포머' 시리즈나 '퍼시픽 림' 시리즈도 좋아한다. 더쿠와쿠는 어떻게 많은 메카닉물 중에서 '건담' 시리즈에 입문하게 됐나? 어떤 시리즈로 '건담'에 처음 발을 들였는지, 어떤 점이 입덕 포인트였는지 궁금하다.
더쿠와쿠> 어릴 때부터 메카닉물을 매우 좋아했다. 학창 시절 지상파에서 방송한 '슈퍼 그랑죠' '로봇수사대 K캅스' '지구용사 선가드' 등 로봇물 대부분을 몰입하면서 봤다. 그러면서 '건담' 시리즈를 처음 접했는데, 이 작품은 기존의 로봇물과는 조금 궤를 달리했다. 용자, 영웅물의 주인공이었던 '로봇'이 인간이 조종하는 하나의 병기가 되어있는 모습에 매료됐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내가 처음 접한 시리즈가 '시드'였다. 수많은 '건담' 시리즈 중에서 '시드'는 건담의 역사 중에서 한 획을 긋는 작품이다.
머글> 지상파에서 해줬다는 세 가지 작품, 나도 다 봤었다. 그런데 건담을 '리얼 로봇'이란 단어의 시조격이라는 말을 어디서 주워들은 거 같은데, 다른 거대 로봇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나? 생각해보면, 리얼 로봇 계열의 콘텐츠는 로봇을 하나의 무기로 바라보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리얼 로봇'의 '리얼'이라는 건 결국 로봇이 아닌 '사람'을 중심에 두고, 보다 인간에 관한 이야기를 그려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 같다. '시드 프리덤'만 봐도 전쟁의 참상과 인종 간 갈등, 그리고 존재의 성장과 정체서에 대한 고민이 주된 스토리였다. 이런 점이 재밌다는 생각을 해봤다.
더쿠와쿠> 로봇은 크게 '용자물'과 '리얼 로봇물'이 존재하는 것 같다. 나는 인간형이지만 거대한 모습으로 등장해 일반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것을 해낸다는 모토가 용자물 로봇의 원시 메커니즘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주인공 로봇들은 마법이나 특별한 기술을 사용한다. 하지만 건담은 이와 궤를 달리했다. 마법이 아닌 현재에서 발전된 기술의 형태를 사용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리얼 로봇의 이미지를 굳힌 건 '기동전사 건담 08소대'다. 여기선 실제 군인, 인간의 시점에서 건담을 바라본다. 이 작품에서는 (초기 등장한 건담이) 빔 병기가 아닌 실탄을 사용하고, 기체가 공중에 날아다니지 않는다. 백팩 부스터를 사용해 일시적으로 도약을 할 뿐이다. 공중에서 강하할 땐 낙하산을 사용하는 것도 눈에 띈다. 하지만 '모든 건담이 리얼 로봇이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하고 싶다. 왜냐면 일부 작품에서는 마법 같은 능력을 펼치는 작품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 SEED FREEDOM' 메카닉 포스터. 워터홀컴퍼니 제공 '건담' 시리즈 45년 역사는 어떻게 이어졌나
머글> 진지하게 물어보겠다. '건담' 덕후인 더쿠와쿠. '건담'이 45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더쿠와쿠> 지금까지 제작된 모든 '건담' 작품이 하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크게 우주세기 세계관을 공유하는가 아닌가에 따라서 나뉜다. 최초의 작품인 '기동전사 건담'에서 시작해 '기동전사 제타 건담' 등 우주세기를 공유하는 작품이 있다. 1994년 '기동무투전 G건담'을 시초로 독자적인 세계관을 가진 건담 작품이 등장한다. '시드'도 '코즈믹 에라'(Cosmic Era)라는 독자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작품으로, 엄연히 말하면 비우주세기 건담 시리즈다.
머글> 방대하고 복잡한 세계관인 것 같다. '시드'는 어떤 점에서 특별한 건가?
더쿠와쿠> '건담 시드'가 특별한 이유는 기존 우주세기 건담과는 독자적인 세계관을 가진 스토리를 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 부분 오마주가 들어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본래 건담이라는 기체는 갈등 상황에 있는 양측 진영에서 게임 체인저의 역할을 한다.
'기동전사 건담'의 주역인 'RX 78-2 건담'은 지구 연합체 '연방군'과 우주로 진출한 콜로니 국가 '지온' 간의 갈등을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시드' 작중 내에서는 '프리덤 건담'이 이와 비슷한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 기체의 베이스가 되는 색상도 화이트, 레드, 블루, 옐로우가 비슷하게 사용됐다. 대립하는 상대편 에이스 기체는 레드 베이스의 디자인이다.
2002년 방영된 '시드'는 지구를 기반으로 한 사회 시스템과 우주를 기반으로 한 사회 시스템, 두 거대한 세력의 갈등을 베이스로 하고 있지만, 여기에서 당시 이슈가 됐던 유전자 조작 요소를 접목해 사회적 윤리·인류애 등 여러 사회적·문화적·윤리적 갈등 요소를 종합선물 세트처럼 잘 버무려놓았다.
일반 인류 '내츄럴'과 유전자 조작을 한 인류 '코디네이터'의 갈등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데, 이러한 갈등 구도에서 등장한 불완전한 복제인간 '클론'이 몰래 양측의 공멸을 꿈꾸며 음모를 꾸미는 모습이 매우 재미있었다. 내가 건담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도 어렵지 않지만 가볍지 않은 세계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머글> 들으면 들을수록 덕후 같다.(웃음) '건담'이 45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데에는 더쿠와쿠처럼 '건담' 시리즈가 삶의 일부분으로 들어왔고, 또 그러한 시간이 지금까지 유지됐던 데 있는 것 아닌가 싶다. 모든 덕질이 그러하듯 말이다.
더쿠와쿠> 45년 동안 수많은 건담 작품이 연재됐다. 그만큼 다양한 건담이 존재하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최애 작품이 있을 거다. 오래된 것은 잊히기 쉬운 오늘날, 수십 년 지난 건담이 사랑을 받는 것은 아마도 '건담=추억'이라는 공식이 성립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건담을 접하는 연령대가 매우 넓은 점, 다양한 메카닉과 캐릭터 그리고 스토리가 있기에 많은 사람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건담과 작품을 찾을 수 있고, 그 대상이 자신의 추억으로 굳어져 지금까지 온 것이다. 여기에 건담 프라모델, 게임, 애니메이션, 음반 등 여러 방면에서 오랜 시간 깊이 녹아들었기에 남녀노소 모두가 즐기며 지금까지 이어져 올 수 있었다고 본다.
<에필로그에서 계속>